경산 남천 ‘도심 속을 흐르는 생명의 강’
경산 남천 ‘도심 속을 흐르는 생명의 강’
  • 이상유 기자
  • 승인 2019.07.2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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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낭만이 살아있는 곳, 남천 정비사업으로 다시 태어나
남천 전경-1
남천 전경-1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강∼, 지금도 흘러가는 가슴속에 강∼"

옛 생각을 하며 가끔 불러 보는 노래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란 노년 세대들이라면 누구나 고향의 강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 아이들의 놀이터는 산이나 강, 들판이 전부였다.

동네 앞을 가로질러 흐르던 맑고 깨끗한 강에서 여름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미역을 감고 물수제비를 뜨고, 물고기를 잡으며 놀았다.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은 강 위에서 팽이를 치거나 스케이트를 타면서 추운 줄도 몰랐다.

경산시 남천면 하도리에서 발원하여 경산의 중심가를 관통해 대구 수성구 매호천과 합류해 낙동강의 지류인 금호강으로 흐르는 19.05km의 경산 남천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되살아나게 하는 경산의 명소 중의 하나다.

남천 전경-2.  이상유 기자
남천 전경-2. 이상유 기자

대를 이어 경산에 살고 있다는 토박이 장경철(남, 68세, 서부동) 씨는 “남천이야말로 경산의 역사를 품고 흐르는 어머니와 같은 강입니다”라고 하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60~70년대의 남천 주변은 논과 밭, 과수원만 있는 허허벌판이었다. 길게 깔린 자갈밭 사이를 남천이 유유히 흘렀다. 여름철이면 남천의 깨끗한 물에서 친구들과 물장구를 치고 물고기를 잡으며 놀았다. 그때는 물고기도 정말 많았다. 해거름이면 하루살이를 잡아먹으려고 강물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의 비상(飛上)이 장관을 이루었다. 밤이 되면 어른들과 횃불을 들고 ‘불치기, 를 해서 퉁가리, 모래무지, 메기, 먹지 등 여러 종류의 물고기를 잡아 어죽을 끊여먹기도 했다. 여름철 저녁에 인근 동네의 아낙네들과 처녀들이 강에 나와 더위를 식히며 목욕을 하면 후레쉬 불을 비추고 달아나는 등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다. 겨울철이면 스케이트를 타기 위해 아이들이 몰려들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았다. 강가에서 어울려 쬐던 모닥불의 따뜻한 추억도 있다. 당시 남천변에는 군민체육대회 등 큰 행사들도 자주 열렸다. 남천은 경산의 수많은 이야기와 사연을 품은 채 흐르고 있는 살아있는 강이다’

남천 보도교의 모습. 이상유 기자
남천 보도교의 모습. 이상유 기자
강 중간 중간에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이상유 기자
강 중간 중간에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이상유 기자

 

1981년 7월 1일 대구가 경상북도에서 분리되어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경산군 고산면 일대가 대구시에 편입되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고산, 시지 지역에 대규모의 택지개발이 이루어져 아파트, 상가, 학교 등 주거단지가 형성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고산, 시지 지역의 인구 팽창은 자연스럽게 인접한 경산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남천 주변에도 상가와 주택, 아파트 단지가 다투어 들어서고 빠른 속도로 인구가 증가하게 되면서 남천은 점차 오염되기 시작하여 강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게 되었다.

경산시에서는 남천의 수질오염을 막고 하천 유지용수 확보와 생태하천 복원을 위해 2008년부터 3년 동안 총사업비 450억 원을 들여 대대적인 남천 정비사업을 단행했다.

‘남천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은 생태복원 공간, 자연학습 및 휴식 공간, 하천 유지 용수확보 등에 중점을 두었다. 생태복원 공간은 친자연적인 소재를 이용한 생태저수로 설치, 고마리, 물억새 등 수생식물 복원, 어류 서식 공간 제공 등 하천생태계 복원에 초점을 맞추었다. 자연학습 및 휴식공간은 인공적인 생물 서식 공간 조성, 어린이들의 물놀이 공간, 징검다리 설치 등 시민들의 정서 함양과 학생들의 생태학습 및 물놀이 공간으로 조성했다. 또한 하천 유지수를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1일 10만 톤의 하천 유지수를 남천 상류로 압송할 6.6km의 송·수 관로를 매설해 깨끗한 유지용수가 사계절 흐르도록 했다.

물억새 등이 우거져 물고기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이상유 기자
물억새 등이 우거져 물고기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이상유 기자
잠시 물가에 나온 청둥오리 가족. 이상유 기자
잠시 물가에 나온 청둥오리 가족. 이상유 기자
왜가리와 백로가 물고기를 노리며 서 있다. 이상유 기자
왜가리와 백로가 물고기를 노리며 서 있다. 이상유 기자

 

남천은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뛰노는 생태하천으로 다시 태어났다. 왜가리, 백로, 청둥오리, 물병아리 등의 야생조류가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고 저희만의 세상을 꾸려가고 있으며 가끔 수달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강 곳곳에는 물억새, 부들 등 수생식물들이 우거져 물고기나 새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다.

남천 둔치에는 넓은 잔디밭과 꽃밭이 잘 조성되어 있고 다양한 수목들이 심어져 있다. 철따라 아름다운 꽃이 번갈아 피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정자와 벤치, 각종 운동 기구와 조형물, 게이트볼 경기장과 파크골프장, 깨끗한 화장실 등이 갖추어져 시민들의 건강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동틀 무렵부터 저녁 시간까지 경산시민뿐만 아니라 인근의 많은 대구시민들까지 찾아와 운동을 하고 산책을 즐기며 남천의 정취에 빠진다.

대구 시내의 아파트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경산으로 이사를 와 매일 같이 남천 둔치를 산책한다는 허영희(여, 64세, 중앙동) 씨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남천의 자연환경 덕분에 몸과 마음이 10년은 더 젊어진 것 같다”고 자랑했다.

추억과 낭만을 싣고 도심 속을 흐르고 있는 경산 남천은 살아있는 생명의 강으로 오래토록 흐를 것이다.

여름꽃이 핀 둔치를 산책하고 있는 시민들. 이상유 기자
여름꽃이 핀 둔치를 산책하고 있는 시민들. 이상유 기자
곳곳에 설치된 운동기구. 이상유 기자
곳곳에 설치된 운동기구. 이상유 기자
5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둔치의 파크 골프장. 이상유 기자
5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둔치의 파크 골프장. 이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