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병원과 친해져야 합니다" 임정근 신경과 전문의
"백세시대, 병원과 친해져야 합니다" 임정근 신경과 전문의
  • 유무근 기자
  • 승인 2019.07.19 17: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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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간 동산병원(계명대학 의료원)근무 진료
신경과 교수로 26년, 제자 다수

 

 

임정근 박사 진료 중
임정근 신경과 박사 진료 중이다

 

 

지난 31년간 동산병원(계명대 동산의료원)에서 근무하면서 26년간 환자들을 진료해 온 임정근(62) 신경과 박사. 그는 많은 환자들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로 통한다. 환자들과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온 임정근 박사에게 '백세시대와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2천년 의약분업이 본격화 되기 전, 약국 조제실 입구에 ‘약은 약사에게, 처방은 의사에게’란 표어가 붙어 있었다. 동네 약 잘 짓는 약국이 인근에 있으면 행운으로 여겼던 때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옛말. 몸이 아플 때면 의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손길이 그렇게 그리울 수 없다. 대구 대신동 ‘임정근 신경과 내과’ 의원은 환자가 많기도 하지만 기다림에 익숙해진 어르신 사이에서 “여기에 오면 낫는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개 부탁합니다.

▶1987년 의과대학을 졸업하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에서 수련 받았죠. 신경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2017년 4월까지 계대 동산의료원에서 교수로 근무했습니다.

동산의료원 근무 경력은 31년이고, 교수 경력은 23년 2개월입니다.

 

- 전문의로서 자신을 소개하자면?

▶신경과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진료하려면 내과적 지식은 필수적으로 습득해야 합니다. ‘신경과’란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신경계에 생기는 질환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과입니다. 신경계는 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추신경과 팔과 다리에 퍼진 말초신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경과에서는 치매, 뇌졸중, 또 과거에 간질이라던 뇌전증, 두통 등을 비롯해 머리에 문제가 생기며 발생하는 어지럼증을 포함해, 말초신경계에 오는 다양한 질환들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경동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 동산의료원 31년 동안 보람 있었다고 생각되는것이 있다면?

▶첫째,  의사로서 정확하게 진단하고 잘 치료해 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환자에게 들을 때 가장  보람됩니다.

   둘째, 제자들이 훌륭하게 잘 성장해 주었다는 겁니다. 제자들이 현직 과장을 비롯해 교수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동산의료원을 졸업한 분들이면 누구나 스스럼없이 서로 허물없이 교류하고 있다는 점이 더없이 고마운 일이지요.

   셋째, 주 1회 같은 같은 신경계통의 의사들과 학회활동을 하면서 관계를 넓혀온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낍니다. 

   넷째,  응급실에 어지럼증이나 두통 등으로 왔다가 뇌종양을 발견해서, 골든타임 내 수술하여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일 등은 의사로서 최고의 보람일 것입니다. 

 

- 의사로서 힘든 점도 있으셨을 텐데요.

▶예~ 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그 당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최선을 다해 치료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할 때, 그것이 가장 괴롭습니다. 의사란 생명을 다루는 직업입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집도한 결과가 나쁠 때에는 원망을 많이 듣게 됩니다. 그럴 때 의사가 된 자신을 자책한 적도 많습니다. 차를 운전할 때도 생각지도 못한 돌발사고가 나기 쉬운데, 하물며 사람은…

 

- 환자 입장에서는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의사를 상업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의사도 의료 행위를 통해 경제적으로 수입을 얻어야 생활을 할 수가 있습니다. 국내 의사들이 10만 명 정도라면 가끔은 슈바이처 같은 분도 있고, 경영적 노하우가 발달된 의사도 있는 만큼 속단하기는 어렵겠지요. 어느 한 면만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의료 제도는 의사들로 하여금 과잉진료를 유도하게끔 하는 폐단이 있어요. 의료 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떄문에 병원을 유지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적정 수의 환자를 보되 경증 또는 중증 환자 밀착 진료로만으로도 생계유지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 의료 수가와 관련해서도 개선할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임직원들이 환자 대기 순서를 관리하고 있다.

 

- 100세 시대에 즈음하여 시니어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1980년대에 비해 20년 정도 수명 연장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 아닙니까? 무병장수(無病長壽), 즉 실질적인 건강 수명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병원과 친해지라고 말하고 싶네요. 집에서부터 적절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유산소 걷기 운동이라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건강한 삶, 행복한 삶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취미생활을 하고, 병원과 친해져서 자주 상담도 하고 건강검진도 받으시기 바랍니다.

 

- 지난 번 원장이셨던 박영춘 박사님과의 관계는?

▶박영춘 박사님은 제자들을 두루두루 사랑하시는 분이셨어요. 지금 연로하시지만 그분의 제자들이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 분의 학교 제자이자 그분 밑에서 전공의를 수련했습니다. 제게는 박영춘 박사님이 멘토이자 롤모델입니다.

좀 더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었지만 길게 늘어선 환자들을 보고선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나 백세시대를 말한다. 다가오는 초고령 사회를 두고 다양한 형태의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야말로 우리 세대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정답이 아니겠는가?"하는 임정근 원장의 이야기가 계속 귓전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