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풀어본 그 시절 황진이는..(2)
골프로 풀어본 그 시절 황진이는..(2)
  • 배소일 기자
  • 승인 2019.07.22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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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화담을 평생 스승으로 모신 사연

다음 티샷 순서는 "벽계수"다. 서울외곽 신시가지 개발 득에 벽제 땅값 한 탕으로 돈 펑펑 써대던 날라리 벽계수가 송도로 발령 나게 된다. 송별 번개에서 친구들이 부러운 듯 놀리 듯 물었다.

친구들: "황진이와의 라운딩 후기를 리얼하게 게시판에 올려주게나"

벽계수 : "지방 호스테스가 이뻐 봤자지. 내게 꼬리 치면 아작 내겠네!"

송도호텔에서의 벽계수 환영번개 때 황진이가 참석했음에도 과연 벽계수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도도한 자세를 지녔다. 존심 상한 지니가 호텔매니저를 포섭한 뒤 벽계수의 스케줄을 입수해서 그 넘이 만월대 야경 놀이를 간다는 걸 알아내서는.. 벽계수가 말을 타고 만월대를 슬깃슬깃 구경하며 지나는데 웬 야시시한 여인이 박카스를 건네며 히야까시 건다.

女 : “헤이 유 벽 씨? 마이 네임 지니.. 쉘 위 댄스?”

벽 : (말없이 중지 곧추세워 보이며) “뽁규!”

부킹 툇짜맞은 지니는 기가 막힌 듯 멈칫 서 있고, 지니의 높은 코를 아작낸 기쁨에 겨운 벽 씨가 유유히 멀어지는데 이때 뒤에서 들려오는 우리들이 익히 잘 아는 그 詩!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이 시를 듣자 벽 씨는 감전이 된 듯, 그 자리에 멈춰 오줌을 찔끔 지리더니 이내 말을 돌려 지니에게 쏜살같이 달려와 품에 앵겨 버린다. 이 때 말의 속도가 얼마나 날쌔고 빨랐는지 그 말은 훗날 과천 경마장으로 보내져 종자 말로 활약했다고.

'이사종'과 황진이의 사랑도 빼 놓을 수 없지. ‘선전관’이라는 관직을 맡고 있으며 노래에 일가견이 있는 한량인 그 놈. 이 놈은 평소 지니를 어떠케던 낚아 보려고 잔머리를 굴리다가 지니가 나이트클럽에 몸 풀러 온다는 소문을 듣고 행동개시. 한 노래하는 이사종은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를 독점하고 뽕짝에서 테크노까지 불러 제끼며 환심 사는데 성공하게 된다. 이박사의 테크노뽕짝도 여기서 ‘패러디’했다는데.. 암튼 기록에는 지니가 이렇게 말했다고.

"이사종이라는 풍류객이 당대의 명창이라고 들었는데 이 노래는 반드시 그가 부르는 노래일 것이다. 내 그를 만나리"

그로부터 두 사람은 6년 동안 계약 동거할 것을 공증 날인받고 3년은 이사종 집에서, 3년은 황진이 집에서 살았다. 지니의 연인 중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은 넘이 이사종이다. 세계의 주목을 받은 사르트르와 보바르의 계약 결혼이 1929년임에 비해 이미 16세기에 계약 동거라니 야들이 얼마나 시대를 앞선 것임인지 알 수 있겠지.

이제 어느덧 지니의 나이 30대 중반.. 여성으로써 누릴 수 있는 애정 편력을 모두 맛본 그녀는 봄바람 같은 세상사 모두 잊고 금강산 품에 안기고 싶어 했다. 그런데 금강산은 험하디 험한 명산이었고 보호자가 필요했지. 해서.. ‘묻지마관광’ 희망자를 모집하자 득달같은 놈이 바로 '이생'이라는 재상 집 아들내미. 둘이는 허름한 캐주얼 복으로 금강산을 주유하며 풍광 좋은 곳에서 시와 노래 주고받는다.

-청산은 내 뜻이요 녹수는 임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가실 손가

녹수도 청산 못잊어 울어 밤길 예놋다(간다)-

유람 도중 식량이 떨어지자 민가에서 걸식하며 유람했는데 부잣집 도령인 이생은 컵라면에 질려 중도에 하산해버려, 홀로 된 그녀는 이 절 저 절 다니면서 음식 동냥하며 끼니의 댓가로 몸을 팔면서까지 금강산 전역을 전부 구경했다고.

별책부록으로 화담 '서경덕' 선생을 소개한다. 다 아시는 바처럼 서 화담은 끝끝내 황진이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 그녀가 평생 스승으로 마음속에 간직한 남자다. 황진이가 한창 끗발을 날리며 중원의 날라리들을 함락시킬 무렵 서화담의 명성이 하도 자자해서 그녀는 드디어 칼을 갈고 덤빈다.

그녀는 ‘서화담’프로가 있는 골프장에 가서 짐짓 가르침을 청한다. 근데 이게 웬일? 다른 넘덜은 그녀만 봤다하면 레슨이 넘넘 친절해서리.. "체중이동이 안돼여"하면 히프를 암팡지게 잡아주고 "어깨 턴이 안돼여"하면 어깨를 감싸안고 돌려주고, "그립자세가 안돼여"하면 가슴께를 살포시 모아주며 교정해주는 데. 이 통나무처럼 뻣뻣하고 고지식한 서프로는 손은 뒀다 뭐에 쓸 건지 7번 아이언 턱 꺼내들고 그녀의 몸 여기저기 쿡쿡 찍어가며 딥다 자세교정 해대는 통에 꼬셔보고 뭐 할 틈도, 재간도, 무드도 없었던 거.

마침내 그녀는 서 프로 앞에 무릎 꿇고 제자 되기를 간청하게 되고. 그녀가 남긴 詩중 가장 에로틱한 감미로움을 느끼게 하는 시를 같이 감상하며 글을 끝낸다.

-동짓날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들여내어

춘풍 이불아래 서리 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시는 밤이 어드란(거든) 구비구비 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