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풀어본 그 시절 황진이는..(1)
골프로 풀어본 그 시절 황진이는..(1)
  • 배소일 기자
  • 승인 2019.07.16 09: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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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 보바르는 저리 가라! '계약 동거'는 내가 먼저다

 

황진이 기생이 된 후, 송도 잔치에 초대받아 갔을 때 기생들이 때빼고 광내고 떡칠하여 "날 좀 보소"하듯 우루루 모여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황진이는 십년(ㅆ?) 입어도 1년 된 듯, 1년 입어도 10년 된 듯 한 단아한 차림에 은은한 기초화장 청초한 모습으로 다소곳이 앉아 있어도 "속지말자 화장 빨, 다시보자 조명 빨"에 익숙한 한량에겐 단연 눈부신 모습으로 클로즈업.

또한 땐스면 땐스, 노래면 노래, 시조면 시조, 죄다 메이저급이라서 립싱크로 뻥긋대며 보건체조나 해대는 금붕어 가수들과 달리 고난도 파워댄스에 라이브 목소리로 뭇 사내들의 넋을 빼 놓았다. 이 때부터 황진이의 홈페이지에는 전국 남성들의 검색이 쇄도하는 반면, 다른 기생들은 한숨만 폭폭 쉬며 "삐끼급구!"를 외치는 처량한 꼴이 되고 말았다.

영화배우 ‘마론 브란드’가 등장했을 때 할리우드에서는 "그의 등장은 한 세대의 배우 전체를 파멸 시켰다"는 말이 정설처럼 나돌았다. ‘제임스 딘’ 조차도 그의 아류라는 혹평에 시달려야 했고 폴 뉴먼, 알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등도 그의 그림자를 떨쳐 버리려 죽을 고생. '타이거우즈’의 등장 또한 당대의 골퍼들을 졸지에 2군으로 취급받게 만들었고 모든 시합은 ‘우즈 : 기타 선수’로 이분화되는 현상과 마찬가지로 황진이의 출현이 꼭 그 짝이었다.

그런데 사회정화추진위고문으로 있는 지족선사가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황진이 신드롬’을 심히 개탄하면서 "나는 그런 여자 한 트럭 줘도 거들떠 안 본다"고 숫제 얼음물을 끼얹은 거다. 패싸움에서 상대방을 기죽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젤로 쎈놈 한 명’ 만 죽어라고 붙고 늘어지는 거. 지니가 이걸 써먹는다.

지족암에서 30년 면벽 수도를 자랑하던 당대의 고승 ‘지족선사’ 아니든가! 그녀는 ‘노팬티’ 차림으로 육탄공세를 퍼부어 초장에 함락시킨다. 담날 청계천에는 ‘지족선사 버전’ 몰카 비됴가 절찬리 판매되고 졸지에 파계승이 돼버린 선사는 환경연합 아무개처럼 개차반 돼버린다. 이 한판 승부로 지니의 성가는 하늘 찌를 듯 올라간다.

다음 도전자는 대제학을 지내던 ‘소세양’이라는 유명한 문인. 평소 ‘소세지’를 많이 먹어 힘이 남아돌던 ‘소세양’은 "한밤의 TV 연예"에 출연해서 한껏 거드름 피며 "음란의 굿판을 걷어 치워라"라며 황진이를 매도, 이렇게 호언장담 한다. "내 그녀를 만나면 딱 30 일만 동거하고 칼처럼 헤어지리라. 만일 그리 못하면 내 꺼를.. 걍.. 떼어 버리고 잘라 버리리라"

그러나 송도CC에서 동반자로 나온 지니가 "나이스샷 굿샷!" 연방 부추기고 "힘이 넘넘 좋아요" 하며 꼬드기자 라운딩 도중 30일 동거를 계약하고 꿈같은 나날을 보낸다. 어느듯 그 날이 다가와 이별의 술잔을 나누는데 소세양은 안절부절 버벅대지만, 지니는 새초롬 시를 읊는다.

(중략)... -마침내 내일 아침 우리 이별한 뒤라도

           그리는 정은 푸른 물결처럼 끝 없으리니..-

이 애절한 시 한수에 소세양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그녀와 한동안 더 머물러 있으면서 사랑을 불태웠다. 황진이가 일생을 통해 남성으로서 사랑했던 이가 바로 소세양. 그녀가 세양을 떠나 보낸 뒤 남긴 詩..

         -어저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던가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