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군가의 인생에 어떤 결정을 내린 적이 있나요? 영화 '칠드런 액트'
당신은 누군가의 인생에 어떤 결정을 내린 적이 있나요? 영화 '칠드런 액트'
  • 김병두 기자
  • 승인 2019.07.15 10: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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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이라는 인간이 인간에게 내린 결정이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영국 여배우의 자존심이라 불리어지는 엠마 톰슨과 떠오르는 신예 핀 화이트헤드가 주연한 리처드 이어 감독의 영화 ‘칠드런 액트’는 ‘어톤먼트’ ‘체실 비치에서’의 작가 이언 매큐언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이언 매큐언이 직접 각본을 했다. 관객의 대부분은 중년 여성이었다.

영화 "칠드런 액트" 포스터   김병두 기자
영화 "칠드런 액트" 포스터. 김병두 기자

영화는 존경받는 영국 고등법원의 중년의 판사 피오나는 일에 몰두하다 교수인 남편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어느날 여호와 증인 신자로 수혈을 거부하는 17세 소년 애덤의 재판을 담당하게 된다. 이틀 안에 수혈을 하지 않으면 백혈병으로 죽게 되는 애덤을 위해 피오나는 애덤의 진심을 알기 위해서 병원으로 찾아가고 강제로 수혈을 하는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건강을 회복한 애덤이 피오나를 수시로 찾아오면서 피오나는 자신이 결정한 판결이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까지 피오나는 남의 인생에 대해 조언과 판결을 내리는 일을 하지만 정작 본인의 인생에서는 무엇을 선택한 것일까? 판사로의 명성을 얻기 위해 자식도 포기하고 남편과의 잠자리도 거부하면서 일에만 몰두한 결과 남편의 사랑을 잃어버렸다. “판사님과 같이 살고 싶다"는 애덤에게 엄마의 마음과 연민의 마음이 겹치는 자신을 보면서 죽어가는 애덤을 향해 다가올 삶과 사랑을 떠 올려봐라고 흐느끼는 피오나의 모습은 너무나 애절하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이 남의 인생에 결정을 주고 관여를 하는가? 특히 우리 사회처럼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사회에서 사법부의 판결이 이 사회와 개인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피오나 판사처럼 진정으로 고민하고 판결하는 판사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와 명예를 가졌지만 사실은 쇼윈도 부부로 살아가는 중년부부들에게 한번쯤 삶과 사랑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속 피오나의 모습이 돈과 명예를 쫒아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아닐까?

이 영화에서는 영국의 많은 명소가 등장한다. 영국 왕립재판소의 주법정과 런던의 도심과 뉴캐슬 지역의 모습도 보여준다. 특히 피오나가 기차를 타고 출장을 가는 차창 밖으로 보여주는 풍경도 볼거리다. 사랑이 식어가는 중년 부부라면 손잡고 봐야 할 영화로 추천한다.

영화 칠드런 액트'에서는 두 주인공의 연기가 빛났다. 피오니 판사 역을 연기한 엠마 톰슨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여배우답게 지성과 열정이 넘치고 고뇌하는 피오니 판사의 섬세하고 절제된 감정 연기를 잘 소화했다. 또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순수한 소년 역을 연기한 핀 화이트헤드는 앞으로 크게 기대되는 배우다.

영화 "칠드런 액트" 포스터  김병두 기자
영화 "칠드런 액트" 포스터. 김병두 기자

영화 중간 중간 흐느끼는 여성들도 있었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의 반응을 취재했다. O(58·· 대구 수성구 만촌동)씨는 "가정과 일을 같이 병행해야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자신의 처지와 겹쳐서 가슴이 먹먹했다"고 했다. B(57·· 대구 달서구 상인동)씨는 "우리 주변에도 영화처럼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중년의 쇼윈도 부부들이 있다. 부와 명예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 영화다"고 평했다.

<영화 속 명대사>

피오나 : “다가올 삶과 사랑을 떠 올려봐” “사랑스런 소년이었어요

애덤 : “제가 선택한 거예요” ‘판사님과 같이 살래요

칠드런 액트1989년 제정된 영국의 유명한 아동법에서 따온 것으로 법정이 미성년자(아동)와 관련된 사건을 판결할 때 최우선적으로 아동의 복지를 고려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