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늙은 쥐의 지혜가 주는 삶의 교훈
(20) 늙은 쥐의 지혜가 주는 삶의 교훈
  • 김교환 기자
  • 승인 2019.07.15 14: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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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음식 훔치기에 귀신같은 쥐가 있었다.

그래서 모든 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늙게 되니 눈도 어둡고 기운도 없어지고 행동도 느려지고 거동이 불편해지게 되어 결국엔 어쩔 수 없이 젊은 쥐들에게 음식 훔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얻어먹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또 세월이 지나 늙은 쥐에게 훔치는 법을 배우던 쥐들이 이제는 더 배울게 없다는 생각에 훔친 음식을 나눠 먹는 일을 게을리 하게 되고 마침내 늙은 쥐는 굶어 죽을 처지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한 여인이 쥐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솥 안에 넣고 솥 뚜껑위에 무거운 돌을 얹어놓고는 아랫마을에 가게 된다.

쥐들이 아무리 해도 솥 안의 음식을 훔쳐 먹을 수 없게 되자 결국 쥐들은 다시 늙은 쥐에게 음식 꺼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다음부터 계속해서 음식을 가져다주기로 약속하고 방법을 물을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러자 늙은 쥐는 솥 아래 붙어있는 발 3개 중에서 그중 한 개의 발밑을 계속해서 파라고 일러주고 쥐들이 시키는 대로 하자 솥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솥뚜껑이 자동적으로 열려 맛난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은 고상안(1607 풍기군수)이 광해군 즉위 후 낙향하여 “효빈잡기”라는 책에 수록한 이야기다.

과거의 노인은 오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을 지도하고 계도해 주는 현명한 지도자요 존경받는 어르신으로 자리매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사회모습을 보면 빠른 변화 속에서 노인은 육체적으로 쇠약하고 정신적으로 활력을 상실한데 이어 사회적 측면에서도 직장을 잃고, 배우자 친구도 사라져가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어른으로서의 권위와 평생 축적시킨 지식과 경험은 산업화, 도시화의 사회변화로 무용지물이 되고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노인의 지위는 급속히 추락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가하면 이제 노인들은 자녀에 대한 기대도 접어야 한다.

가족 공동체로서의 가정의 모습이 사라지고 핵가족으로 변한데 이어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 저출산의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모습이다. 과거처럼 대가족의 가정에서 노인이 집안의 어른으로 군림하던 시대와 달리 상당수의 고령자가 가난과 고독과 병마에 내 몰리는 힘든 노후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핵가족화와 함께 사회변화로 자녀가 곧 자신을 알아서 돌봐 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도 이제는 안 된다.

그런데 산업사회가 정보화사회로 발전하면서 ‘지식’이 과거처럼 생활경험이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느냐 하는 정보 활용 능력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젊은이가 노인에게 배울 것이 없고 노인은 시대에 뒤떨어진 무식하고 고집 센 뒷방 늙은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제 노인은 생활 체험으로 얻은 지식을 갖고 젊은이들을 가르치려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새로운 지식을 많이 갖고 있음이 아닌 평생을 살아오면서 경험한 인생 선배로서의 삶의 지혜를 젊은이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바람직한 모습이 요망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