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복날, 개한테 화풀이보다는 다른 보양식으로 건강한 여름나기!
더운 복날, 개한테 화풀이보다는 다른 보양식으로 건강한 여름나기!
  • 김차식 기자
  • 승인 2019.07.11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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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에 보양식으로 먹는 절식(節食) 중 개장국!
더위를 물리치는 주술적 효용도 있다고 하지만, 사회적 이슈인 개고기 금기식 실천에 “변화되어 가는 정서에 따라 공공의 가치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시니어들이 다른 보양식으로 건강한 여름나기에 솔선수범

“여기! 개 아닌 사람 있어 유? 모두 개 맞지요?”, “예” 복날 보신탕집에서 펼쳐지는 모습이다. 외치는 주인의 익살스런 한마디로 손님들은 개가 되어버린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사람만 개고기를 먹는 것처럼 호도되었던 적이 있다. 2002년 월드컵 때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한국의 개고기 식용은 이슈가 되었다.

복날 유래는 중국의 사기(史記)에 “진의 덕공(秦德公) 2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내는데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다른 세시풍속은 없고 그날이어서 먹는 음식 때문에 경험도와 인지도가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는 추육(醜肉)에 속한다. 금기식의 일종이다.

먹은 사람은 자기 가정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집안 행사인 관혼상제나 민간의례에도 참례를 하지 않았다. 제사를 앞둔 사람이나 결혼식을 앞둔 사람은 금기시도 한다. 명절을 쇠기 위해서도 해당 달에는 먹어서는 안 된다는 오랜 속신이 구비전승 되고 있다.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삼복의 계절이다. 삼복 기간에는 더위와 병충해가 극성을 부리는 때이다. 초복은 하지로부터 3번 째 경일(庚日, 하늘을 10간으로 나눠 하루하루의 이름을 붙인 7번째로 된 날), 중복은 4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부터 첫 번째 경일이다. 삼복은 절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 우리는 곧 시원해질 가을을 기다리게 된다. 개는 가을에 해당하며 또 음에 속하는 동물이다. 개고기는 상식이 아닌 특별식이며, 세시절식(歲時節食)으로 꼽을 수 있다.

“복날 개 패듯 한다”라는 속담이 지시하는 것 처럼 복날에만 허용되는 전통적 금기식 이었던 것이다. 복날이 되면 그 동안 나약한 몸을 보양하기 위해 개를 잡아먹는 풍습이 있었다. 개들이 마구 맞아 도살되는 현상이 속담으로 전래 된 것이다.

복날 개고기를 먹는 풍속의 하나는 더위를 쫓고 보양도 하는 실용적 기능이다. 또 하나는 중국에서 전해져온 풍속으로서 음양오행에 근거하여 개를 죽여 구충(驅蟲)을 하던 주술적(呪術的) 기능이다. 첫째는 더위를 물리치는 것이고, 둘째는 몸보신을 하는 것이다. 개장[狗醬]을 보신탕, 보양탕이라는 말로 일반화된 것도 보신재로서 관계가 깊다.

‘伏’(엎드릴 복)은 ‘너무 더워 개처럼 엎드리고 있다’는 뜻이다. 복자를 풀이 해보면 개 옆에 사람이 있는 모양새이다. 사람이 더위에 지쳐 엎드릴 정도로 더운 날이라는 해석이다. 또, 사람(人)이 개(犬)를 잡아먹는 모양새라는 해석이다. 개는 사람에게 순종하는 동물이니 엎드려 복종한다는 뜻을 담고자 함이다. 그럼 누가 누구에게 복종한다는 말일까? 이는 가을의 음기가 일어나려고 하다가 여름의 양기에 눌려 엎드린다는 뜻이다. 그만큼 한 여름 열기가 대단하다는 말이지만,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됨과 동시에 이미 가을의 기운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새기고 싶다.

벼는 복날에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고 한다. 줄기마다 마디가 셋 있는데 복날마다 하나씩 생긴다. 마디가 셋이 되어야만 이삭이 핀다고 한다. 햇볕이 강열하게 쪼인다는 것이다. ‘초복 날 소나기는 한 고방(庫房)의 구슬보다 낫다’라는 속담도 있다. 초복에 날씨가 무덥고 가뭄이 들기 쉽다. 비가 농작물에는 소중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가뭄 속에 단비의 절실함이 담긴 속담이다.

복날 삼계탕을 먹는 관습 역시 이와 유관하다. 닭 역시 가을과 음을 상징하는 띠 동물이다. 한여름의 복판인 삼복에 개고기나 닭고기를 먹어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4계와 띠 동물의 상관성에 바탕을 둔 주술적 관습이다. 계장(鷄醬, 삼계탕 포함) 역시 간지와 오행의 철학적 지지를 받는 주술적 요소의 일종으로 간주된다.

개고기를 먹고 안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틀리다’로 치부해 버리는 의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회적 이슈인 개고기를 “전통 보양식 인정해 달라”는 찬성도 있다. “변화되어 가는 정서에 따라 공공의 가치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반대 의견도 있다. 시니어들이 다른 보양식으로 건강한 여름나기에 솔선수범하는 것이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