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역사의 대구 자갈마당이 사라지는 현장
100여 년 역사의 대구 자갈마당이 사라지는 현장
  • 박영자 기자
  • 승인 2019.07.10 15: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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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에 나뒹구는 침대 매트리스, 가구 등 어두운 역사의 잔해들
대구의 중심가에 버티던 성매매 집결지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철거 작업이 한창인 대구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의 건물 앞에 9일 침대 매트리스, 이불 등 가재도구들이 쌓여 있다.   박영자 기자
철거 작업이 한창인 대구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의 건물 앞에 9일 침대 매트리스, 이불 등 가재도구들이 쌓여 있다. 박영자 기자

 

건물 앞 길거리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침대 매트리스, 아무렇게나 무더기를 이루고 있는 이불, 건물 바깥으로 쫓겨나와 있는 가전제품과 가구들, 사람이 모두 떠나버렸는지 인적 끊긴 길거리, 무너진 건물 터에 산을 이룬 벽돌 조각과 합판들….

철거 작업에 들어간 대구의 대표적인 집창촌 자갈마당 현장을 7월 9일 오후 찾았다. 100여 년을 이어온 성매매의 역사가 사라지고 있다. 
대구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던 자갈마당은 역사가 깊은 만큼 이야기도 많다. 비가 오면 땅이 질퍽거려서 자갈을 깔았기 때문에 자갈마당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일본인들이 유곽을 만들면서 종사하는 여성들이 도망갈까봐 소리가 나도록 자갈을 깔았다는 얘기도 있다. 

자갈마당 철거 현장에 9일 오후 벽돌과 나무 조각 등 건물 잔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박영자 기자
자갈마당 철거 현장에 9일 오후 벽돌과 나무 조각 등 건물 잔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박영자 기자

 

자갈마당의 민간개발 시행사인 도원개발이 지난 6월 4일부터 자갈마당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이곳은 오는 9월까지 모든 철거를 마치고 주상복합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지상 최고 49층의 5개 동이 2023년 완공되면 총 1천142가구의 명품 주택단지로 거듭나게 된다. 
사진을 찍으며 돌아보는 도중에도 이곳에서 곡절 많은 삶을 살았을 이 땅의 수많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대구 자갈마당 철거 현장. 이곳은 2023년까지 주상복합단지로 민간 개발된다. 건물 잔해와 멀리 보이는 신축 아파트 단지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박영자 기자
대구 자갈마당 철거 현장. 이곳은 2023년까지 주상복합단지로 민간 개발된다. 건물 잔해와 멀리 보이는 신축 아파트 단지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박영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