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경로(敬老)가 아니라 혐로(嫌老)로 달린다
지하철은 경로(敬老)가 아니라 혐로(嫌老)로 달린다
  • 배소일 기자
  • 승인 2019.07.11 13: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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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일부 국민은 '불가촉천민'으로 천대받고, 한국 일부 노인은 '틀딱충(蟲)' '연금충'으로 괄시된다

 

PIXSA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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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2시께, 대구시 중구 중앙로 지하철역에서 하차한 일행(4명)의 할머니가 만남의 광장 2층 D카페로 들어선다. 카페 좌석은 청년손님 4~5명이 드문드문 앉았을 뿐, 이미 65세 이상의 노인들로 거의 만석(30인)이다. 이들 중 한 할머니가 아메리카노 한 잔, 까페라떼 한 잔을 주문, 1회용 종이 잔 2개를 집어 들고 자리로 간다. 두 잔을 넉 잔으로 나눠 마시면서 시작된 할머니들의 수다는 이미 실내에 꽉 차버린 소음을 더욱 확산시킨다. 노인들의 왁자지껄 수다가 30여분 계속 이어지자 청년들은 슬슬 빠져나갔다.

청년 A씨(32)는 “와이파이가 필요한 워드작업 때문에 왔습니다만 도무지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노인이 되면 귀가 어두워서 목소리가 커진 것이라고 이해하기도 합니다만 너무 심하군요” 청년들은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수다를 떠는 할머니를 ‘시끄러운 매미’를 붙여 ‘할매미’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같은 시각, 칠곡 경대병원행 3호선 도시철도 2번 칸 임산부석에는 취기있는 노인(70세)이 승객들의 어깨를 헤집고 엉덩이를 들이밀며 털석 주저앉는다. 그러고는 맞은 편에 서 있는 얇은 옷 입은 여성 몸매를 샅샅이 훑어본다. 민망해진 옆 승객 둘이 “아이구 틀딱 냄새!”하며 자리를 피하고 술냄새 입냄새로 여기저기 코를 움켜 쥔다. 매일 지하철로 경산에서 출·퇴근한다는 장 모 씨(38)는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타인의 허리나 엉덩이를 손·팔로 밀면서 지나가는 할머니·할아버지를 자주 봅니다. 저도 노인이 되면 저런 망령든 행동을 할까 겁이 납니다. 하차 후 승차하는 기본질서도 잘 지키시지 않고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일부 노인의 권위적이며 성급하고 과격한 행동은 젊은 세대와의 갈등을 심화시켜 최근에는 ‘경로(敬老)’는 옛말이고 ‘혐로(嫌老, 노인혐오)’라는 말까지 나돌 지경이다. ‘노인네’ ‘꼰대’는 이미 펑범한 명사가 됐고 이제는 노인이란 단어 뒤에 벌레 충(蟲)을 붙인 ‘노인충’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틀니를 딱딱거리는 벌레라는 뜻의 ‘틀딱충’과 국가가 주는 노령연금 등으로 생활하는 노인들을 ‘연금충’이라고 비꼬는 말까지 생겼다.

● 2030세대 81.9% “세대갈등 심각” 청소년 66% “더 심해질 것”

노인 세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은 통계자료로도 증명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처음으로 전국의 노인(65세 이상) 1000명과 청·장년(19~64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여 ‘노인 인권 종합보고서’를 만들었다. 조사 결과, 청년(19~39세) 응답자 중 80.9%가 ‘우리 사회가 노인에 부정적 편견이 있고, 이 때문에 노인 인권이 침해 된다’고 답했다.

청년들이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주된 원인은 일자리·복지 갈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응답자의 56.6%가 ‘노인 일자리 증가 때문에 청년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는 문항에 동의했다. ‘노인복지 확대로 청년층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 답한 청년응답자는 77.1%에 달한다. 고령사회에서 부양해야 할 노인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청년들의 우려가 드러난 것이다. 세대 간 갈등에 대해서도 청년층이 훨씬 심각하게 느꼈다. ‘노인·청년 간 갈등이 심하다’는 문항에 2030세대 81.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노년층(44.3%)의 거의 2배 수준이었다.

● 전문가 “노인 혐오 완화 위해 모두 노력해야”

복수의 노인 문제 전문가는 “젊은 세대는 지금의 노인 세대를 자기 미래의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약자를 당연히 대접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처럼 노인들도 우리를 길러낸 선배세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층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받아들여야 한다. 예전처럼 자기 생각을 강요하고, 권위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새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스스로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동서고금 회자될) 존경받는 노후를 위한 일곱가지 지혜를 다시 밝힌다.

첫째, Clean Up!

나이 들수록 집과 자기 주변을 깨끗이 해야 한다. 계절 별로 정리 정돈하고,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과감히 덜어내야 한다.

둘째, Dress Up!

항상 용모를 단정히 해 구질구질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젊은 시절에는 아무 옷이나 입어도 태가 나지만, 나이가 들면 비싼 옷을 입어도 꾀죄죄해 보인다. 계절에 맞는 옷을 세탁하고 다림질해서 입도록 한다.

셋째, Shut Up!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많이 하라는 주문이다. 노인의 장광설과 훈수는 모임의 분위기를 망치고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말 대신 박수를 많이 쳐라.

넷째, Show Up!

회의나 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하라. 집에만 칩거하며 대외활동을 피하면 정신과 육체가 모두 병든다. 동창회나 향우회, 옛 직장 동료 모임 등 익숙한 모임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이색모임이 더 좋다.

다섯째, Cheer Up!

언제나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지혜롭고 활달한 노인은 주변을 활기차게 만든다. 짧으면서도 곰삭은 지혜의 말에다 독창적인 유머 한 가지를 곁들여라.

여섯째, Pay Up!

돈이든 일이든 자기 몫을 다해야 한다. 지갑은 열수록, 입은 닫을수록 자신이 즐겁고, 가족과 아랫사람으로부터 존경받게 된다.

일곱째, Give Up!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라. 이제껏 내 뜻대로 되지 않은 세상만사가 기적처럼 변모할 리가 없지 않은가. 속을 끓이느니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심신과 여생을 편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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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종 광 2019-09-04 20:08:23
현실에 맞는 그대로의 말씀이 지금의 노인들 형상입니다...물론, 전부가 그런건 아니지만
젊은세대가 갖는 느낌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노인들도 배우고 지키고 배려하는 이런 교육
모습이 각종 복지관에서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배소일 2019-07-10 17:38:28
시니어매일 기자분들이야 말로 존경받는 노후를 보내고 계시겠지요. 시니어 매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