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효자비'와 노비 '영월'의 비가 함께 서있는 사연
주인 '효자비'와 노비 '영월'의 비가 함께 서있는 사연
  • 예윤희 기자
  • 승인 2019.07.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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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편안하게 해준 곽당 할매를 기리는 신당을 찾아

답사를 마친 참가자 일동.  예윤희 기자
답사를 마친 참가자 일동. 예윤희 기자

 

우리 고장에 전해오는 유물과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모임이 청도에서도 꾸준하게 이어져 정신문화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10시 각남면 사2리 회관 앞 청도문화원 우리문화 바로알기 강좌를 수강하는 회원들을 따라나섰다.  

이들은 수요일마다 모여 청도군 곳곳을 탐방하며 청도의 이야기거리를 공부하고 있다. 이 날 참석한 20여 명의 회원들은 청도 사학회 조성재 회장과 함께 지역의 다양한 유적탐방을 나섰다. 찾아 나선 지역 문화재는 봉건시대 주인과 노비의 비가 세워진 곳이었다. 마을회관 다리 건너편에서 오른쪽으로 50미터쯤에 있는 비각이 오늘 탐방의 주체이기도 하다.

이 비각이 세워진 연유는 다음과 같다. 이 마을 효자 김해 김씨 김응상(金應祥)은 아버지의 병구완을 위해 백일기도 중에 꿈에 일러준 대로 약초를 구해 아버지를 낫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겨울에는 잉어를 잡아 봉양했다고도 한다. 그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시묘 살이를 할 때는 호랑이가 그 주변을 보호해 주었다고 전한다. 그 후 수해때 효자가 물을 피하지 못해 떠내려갈 지경이 되자 아내 석씨가 물속으로 뛰어들어 구출하지 못한 채 계집종 영월(英月)이를 포함, 세 사람 모두 물에 떠내려가 함께 죽고 말았다는 얘기를 담고 있는 비각이다.

그리고 이런 사연을 담은 효자비 곁에 노비 영월이의 비석도 세워 주었다는 것.

마을회관에서 100m 정도 떨어진 효자비.  예윤희 기자
마을회관에서 100m 정도 떨어진 효자비. 예윤희 기자
김해김씨 김응상의 효자비.  예윤희 기자
김해김씨 김응상의 효자비. 예윤희 기자
주인을 구하려다 함께 숨진 노비 영월의 비(바깥의 돌비석가 바로 곁에 있다.  예윤희 기자
주인을 구하려다 함께 숨진 노비 영월의 비(바깥의 돌비석가 바로 곁에 있다. 예윤희 기자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고 죽은 충비 영월의 비석.  예윤희 기자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고 죽은 충비 영월의 비석. 예윤희 기자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 세대로 분승해 대곽당할매 신당을 찾아 나섰다. 곽당할매신당 안내판이 없는 까닭에 초행자는 쉽게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곽당할매 신당 모습.  예윤희 기자
곽당할매 신당 모습. 예윤희 기자
곽당할매 위패 모습.  예윤희 기자
곽당할매 위패 모습. 예윤희 기자

 

신당에 얽힌 얘기는 다음과 같다. 곽당 마을에 살던 노파는 점술에도 능할 뿐 아니라 병도 잘 낫게 해주고 남의 일도 도와주는 할매로 알려졌다. 또 인근 마을의 모든 재앙을 막아주어 인근 여러 마을에서 감사의 마음으로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주었다는 것. 그리고 어느 때부터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이유없이 죽고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 그 후 다시 음력 6월 15일에는 사1리에서, 10월 15일에는 사2리에서 다시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허물어진 사당을 지난 2013년 12월에 당시 각남면장과 사 1, 2리 이장, 새마을지도자와 부녀회장 등의 도움으로 지금의 사당을 새로 지었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신당 안내판.  예윤희 기자
곽당할매 신당 안내판. 예윤희 기자

 

청도의 시골 마을에 있는 효자비와 노비의 가녀린 마음을 기려 비석을 세워준 마을 주민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무속신앙이지만 마을 주민을 위해 애를 쓴 곽당할매를 위해 신당을 세워준 동민들의 착한 심성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곽당할매신당은 아무 표지가 없어서 이곳을 아는 안내자 없이는 찾아가기가 어려우니 참고하기 바란다.

 

<참고> 청도문화원 <우리문화 바로알기>

청도문화원에서 청도지역 주민들에게 청도의 여러 문화를 골고루 알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14년 개강해 매년 14~15회씩 운영하는 강좌이다. 올해는 6년째로 지난 4월 3일 개강하여 매주 수요일마다 답사를 하고 7월 17일에 15회로 종강한다.

올해도 오례산성과 부야리 금광굴, 낙대폭포, 철마산성과 옥단춘굴 그리고 억산도 다녀왔고, 다음 주에는 견훤의 전설이 깃든 지룡산성을 답사한다. 관외답사로는 달성군 용연사와 남평문씨 세거지인 화원본리 마을을 다녀왔고, 7월 17일 종강일에는 양산 통도사를 참배할 예정이다. 청도문화원 회원으로 등록을 하면 별도의 회비 없이 우리문화 바로알기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문의) 청도문화원 054) 371-2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