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군사분계선 넘나들기 이벤트를 보면서
판문점 군사분계선 넘나들기 이벤트를 보면서
  • 정재용 기자
  • 승인 2019.07.0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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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군사분계선은 '정치인들이 쇼'하라고 만들어 놓은 장치물이 아니라 6.25전쟁 때 선혈로 그은 선이며 수많은 시신을 뉘여 쌓아 올린 방어선이고, 지금도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이 목숨을 거는 높고도 커다란 장벽
정재용 기자
정재용 기자

지난 6301546분 트럼프는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다. 언론에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현직 미국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우는 김정은의 말을 되뇌이며 '역사적'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군사분계선을 두고 마주 서 있던 김정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북한측 건물인 판문각 계단 앞까지 걸어갔다. 1분여 후 둘은 다시 우리 측으로 넘어왔다. 김정은의 군사분계선 넘나들기 이벤트는 이미 지난 해 427929분경 남북 최고지도자끼리 한 차례 가진 바 있다.

6.25전쟁 정전협정 66주년을 앞두고, 두 정상이 높이 5cm 너비 50cm의 콘크리트 경계석을 아이들 놀이하듯 넘나드는 모습에 모두가 영화의 한 장면 같다며 감동해 마지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북한에 가족을 두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은 복잡했을 것이다.

이 길은 19534월부터 19541월까지 8343명의 한국군 포로가 송환되었던 길이다. 북한인권단체인 물망초에 의하면 아직도 북한에는 국군포로 27명이 생존해 있다고 한다. 북한은 국군포로 문제는 정전협정에 의하여 진행된 국군포로 송환 당시 마무리됐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199410월 조창호 소위(20192월 사망)가 탈북 한 이후 20159월 현재까지 탈북 국군만 80명이다.

지금 북한에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한국인 억류자는 모두 6명이다. 선교사 3명과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 3명이다. 선교사 3명은 2013~2014, 탈북민 3명은 2016년에 억류돼 있다고 대정부질문에서 통일부장관이 밝혔다. 그러나 물망초는 김정욱 선교사(55), 김국기 선교사(65), 최춘길 선교사(56)와 한국 국적 탈북민인 고현철, 김원호, 함진우 외에 추가로 최송민(62) 씨가 있다고 했다.

북한에 억류되었던 한국계 미국인 김학송, 김동철, 김상덕 씨는 북미회담을 앞둔 2018510일 석방됐다. 뿐만 아니라 20198월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6.25 전사자 400구의 유해를 돌려받았다. 이 중에 64구는 국군의 유해로 밝혀져 928일 한국으로 송환됐다. 이렇듯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억류자는 물론 전사자 유해까지 돌려받는 마당에 입만 떼면 같은 민족이라고 노래하고 만나면 얼싸안고 만면에 웃음을 거두지 못하는 남북 간은 아무런 진척이 없다.

통일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93월말 현재 탈북민수는 32,705(남자 9,199명 여자 23,506)이다. 이 중에는 20171113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탈북한 오청성 씨도 있다. 그는 총알 다섯 발을 맞고도 이국종 교수의 수술로 회복됐다. 어디 오청성 씨 뿐이겠는가, ‘이제 만나러 갑니다모란봉 클럽같은 탈북민 대담 프로그램을 보면 모두가 말 그대로 사선(死線)을 넘었다.

아무쪼록 이번 이벤트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핵보유국 지위 획득과 다가올 선거승리를 위한 양두구육(羊頭狗肉)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판문점 군사분계선은 '정치인들이 쇼'하라고 만들어 놓은 장치물이 아니라 6.25전쟁 때 선혈로 그은 선이며 수많은 시신을 뉘여 쌓아 올린 방어선이고, 지금도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이 목숨을 거는 높고도 커다란 장벽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