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에 먹는 ‘살구’
초여름에 먹는 ‘살구’
  • 노정희
  • 승인 2019.07.01 2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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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의 옛말은 ‘살고’
살구는 따뜻한 성질의 과일

동네서/ 젤 작은 집/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 나무/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올라/대궐보다 덩그렇다-‘분이네 살구나무’ 정완영

살구가 제철이다. 예부터 복숭아, 자두, 살구는 우리나라 대표적 과일로 꼽고 있다. 조선 초기 종묘 제사에 살구를 제물로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밤, 대추, 복숭아, 자두, 살구는 귀한 5과(五果)에 속했다.

살구나무는 서민들의 담장 안팎에서 정겹게 지냈다. ‘살구꽃을 보고 봄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는 삼국유사 기록과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라는 이호우의 시, ‘살구꽃이 필 때 돌아온다던 순이’는 대중가요에, ‘나의 살던 고향에 핀 살구꽃’ 동요는 타국에서 애국가 다음으로 손꼽는 노래라고 한다.

살구꽃은 서민을 위로했고, 환한 꽃 무더기는 잠시나마 배고픔을 잊게 하는 치료제였다. 배고픔이 절정으로 치닫는 초여름이 되면 주렁주렁 노란 살구가 익었다. 얼마나 고마운 나무인가. 과육을 먹은 후 남은 씨앗은 약으로 사용했으니 버릴 게 없었다.

살구에 관한 이야기가 지천이다. ‘병 주고 약 준다’라는 속담이 있다. 중국 고사에는 술집과 병원이 살구나무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청명 날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길가는 행인 너무 힘들어/목동을 붙잡고 술집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손들어 멀리 살구꽃 핀 마을(행화촌)을 가리키네- 당나라 '두목(杜牧)'의 시

이후 술집을 행화촌(杏花村)이라 일컬었다. 오나라의 명의 동봉(董奉)은 환자를 치료해주고 돈을 받는 대신 살구나무를 심어달라고 했다. 나무는 숲을 이루었고 살구가 익으면 내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을 구제했다. 사람들은 진정한 의술을 펴는 의원을 행림(杏林)이라 불렀다.

살구에 개를 연관시키는 속설이 있다. 살구의 옛말은 ‘살고’로 순우리말이었다. 살구라는 과일 이름은 ‘살(솔)고’에서 나왔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여기서 살은 ‘태양’, 고는 ‘사람’을 뜻한다. 살구의 ‘죽일 살(殺)’, ‘개구(狗)’라는 한자어는 군두목(한자의 뜻은 상관하지 않고 음과 새김을 따서 이름 붙임)으로 인해 만들어졌다. ‘개를 죽인다’는 뜻은 잘못된 것이다.

한소끔 끓인 과즙은 덜어내어 음료로 사용한다.
오래 졸이면 색깔이 곱지 못하다.

 

살구 과육과 과즙으로 음료를~

 

살구의 본초명은 ‘행자’이다. 맛은 시고 달며 성질은 따뜻하다. 여름 과일 대부분이 차가운 성질을 지닌 데 반해 살구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배앓이 걱정을 덜어도 된다. 특히 폐에 작용하며 피부미용과 변비에 좋다.

제철 과일인 살구로 저장식품 만든다. 살구는 과육이 연해서 끓이면 금방 뭉개진다. 또한 수분이 많아 졸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소끔 끓인 과즙은 여름철 음료로 사용하기 위해 덜어내고, 나머지는 잼을 만들었다. 설탕은 과육의 70% 정도만 넣고, 완성된 잼은 냉장 보관한다. 오래 졸이면 색감이 탁해지니 유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