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중섭의 하늘에서도 키운다는 천도복숭아
화가 이중섭의 하늘에서도 키운다는 천도복숭아
  • 배소일 기자
  • 승인 2019.07.01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 구상이 평생을 함께한 우정의 천도복숭아 그림
6월이 제철이라 六
6월이 제철이라 六月桃라 불리는 천도복숭아가 1일, 대구중앙청과물시장 가판대에 성큼 올라있다. 사진: 배소일 기자

 

'초토의 시'로 유명한 시인 구상(具常)과 ‘소'를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은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는 친구였습니다. 어느 날 구상이 폐결핵으로 폐 절단 수술을 받았는데 몸의 병은 병원에서 의사가 고쳐 주겠지만 약해진 마음은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치료하기에, 구상은 절친한 친구인 이중섭이 꼭 찾아와 함께 이야기해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평소 이중섭보다 교류가 적었던 지인들도 병문안을 와주었는데 유독 이중섭만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구상은 기다리다 못해 섭섭한 마음마저 다 들던 것이 나중에는 이 친구에게 무슨 사고라도 생긴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뒤늦게 이중섭이 찾아왔습니다. 심술이 난 구상은 반가운 마음을 감추고 짐짓 부아가 난 듯 말했습니다.

"자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누구보다 자네가 제일 먼저 달려올 줄 알았네. 내가 얼마나 자네를 기다렸는지 아나?"

"자네한테 정말 미안하게 됐네. 빈손으로 올 수가 없어서.."

이중섭이 내민 꾸러미를 풀어보니 천도복숭아 그림이 있었습니다. "어른들 말씀이 천도복숭아를 먹으면 무병장수한다지 않던가. 그러니 자네도 이걸 먹고 어서 일어나게." 구상은 잠시 말을 잊었습니다.

과일 하나 사 올 수 없었던 가난한 친구가 그림을 그려 오느라 늦게 왔다고 생각돼 마음이 아팠습니다. 구상 시인은 2004년 5월 11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그림을 서재에 걸어 두고 평생을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