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춤에 체조를 더한, 우리 춤 전도사 김윤정 씨
전통 춤에 체조를 더한, 우리 춤 전도사 김윤정 씨
  • 박영희 기자
  • 승인 2019.07.01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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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아파 다시 시작한 춤, 전화위복의 계기
복지관에서 춤 가르치며 삶의 의욕 되찾아
김윤정씨가 회원들에게 섬세한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박영희  기자'
김윤정 씨가 회원들에게 섬세한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박영희 기자

 

"춤을 추는 사람의 마음이 아름답지 못하면 좋은 춤을 출 수가 없어요. 왜일까요? 우리 춤은 춤을 추는 사람의 마음이 몸을 통해 표현되는 아름다운 시이기 때문이에요. 때로 마음속에 슬픔과 아픔이 있더라도 밝게 풀어내려는 마음으로 춤을 추다 보면, 신명 속에 절로 마음의 울분이 풀어진답니다. 이것이 우리 춤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야호 춤을 추자' 김지원 글 중에서.

대구시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관장 김진홍)1층 대강당에서는 한여름의 더위도 잊게 하는 춤사위가 한창이다. 100여 평 되는 큰 강당을 60여 명의 회원들이 '수건 춤'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손끝으로 부여잡은 수건은 요염한 곡선을 이룬다. 춤에는 남녀가 따로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생동감 넘치는 춤사위 틈으로 남자회원 4명도 보인다. 무대 위에서는 우리 춤 강사 김윤정(67) 씨가 연륜에서 묻어나는 여유로운 자태로 기법을 전수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려 우리춤 강사 김윤정 씨를 만났다.

'수건 춤'을 추는 회원들 틈에 남자회원도 열심히 따라 하고 있다.  '박영희 기자'
'수건 춤'을 추는 회원들 틈에 남자회원도 열심히 따라 하고 있다. 박영희 기자

 

- 고전무용하고는 약간 다른 것 같은데 우리춤이라고 따로 있습니까?

▶ 우리춤은 우리나라 전통 무용의 리듬과 움직임을 고령자들 몸의 변화에 맞춘 것으로, 전형적인 고전 형태에서 벗어나 체조를 가미했습니다. 따라하기 쉽고 근력 및 유연성을 보안했다고 할까요?

- 언제부터 춤을 시작하셨나요? 입문하게 된 동기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 초등학교 때부터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을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동기가 있어서 시작한 것은 아니고, 발레가 좋아 발레를 시작했고, 발레에서 현대무용으로, 현대무용에서 한국무용까지 두루 섭렵했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현대무용으로 전국대상, 문화공보부대상 등 여러 가지 상을 많이 탔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체육을 전공했고요. 그 때는 전통적인 춤에 대한 학부가 따로 없었고 체육대학에서 같이 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 형제분이 어떻게 되나요?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는지요?

▶ 저는 대구에서 태어나 오빠 3명, 언니 1명이 있고 제가 막내입니다. 둘째 오빠는 음대를 나와서 모 방송국 가수로도 활동했습니다. 아버지는 화가가 아니셨지만 그림을 참 잘 그렸어요. 아무래도 아버지의 예능에 대한 끼를 물려받지 않았나 생각해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저희들의 진학 문제도 존중해 주는 입장이었답니다. 지금까지 나를 있게 한 부모님께 고마움을 느낍니다.

- 결혼 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그 시절의 사회가 그렇듯이 결혼 후에는 집에서 살림만 했었지요. 아들 둘 키우고 남편 내조하고 친구 만나고 정신없이 살았죠.

- 언제부터 다시 춤을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공백 기간이 길어서 힘들지는 않으셨는지요?

▶ 얘들 키우고 살다보니 허리에 디스크가 왔습니다. 허리가 너무 아파 치료 차 남편 친구 하는 한의원에 가게 되었지요. 그때 의사가 이야기했어요. "침이나 물리치료보다 전공도 살릴 겸 복지관 같은 곳에 가셔서 봉사도 하시고, 치료 효과도 좋은 춤을 가르치면 어떻겠습니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순간이지요. 그 한마디에 복지관을 찾아 봉사하게 되었고 허리 통증도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현실에 맞추어 동작을 가르치다 보니 자신감도 붙고 춤에 대한 열정도 되살아났습니다. 그때가 아마도 1980년도 초반이었을 겁니다. 제 자리를 찾았다는 느낌일까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40여 년 가까이 춤꾼으로 살아가고 있답니다.

2019년 6월 16일 체육대회달서구청장배에서 우리춤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윤경 제공'
2019년 6월 16일 달서구청장배 체육대회에서 우리춤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5번째가 김진홍 달서노인종합복지관장. 김윤정 씨 제공

 

- 후학을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 물론 회원들의 건강입니다. 건강해야 대회도 나갈 수 있고 상도 탈 수 있잖아요? 2019년 6월 16일 제7회 달서구청장배 체육대회에서 달서구노인종합노인복지관 우리춤 동아리 ‘은빛하모니’가 13개 팀 중에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건강의 목적은 행복한 삶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 복지관 회원들은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가까운 경로당, 요양원 등에 가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 어린 시절부터 춤을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직업이 되어 버렸네요.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우리춤 활성화에 힘을 보탤 것입니다. 개인 연구소 없이 복지관 중심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대담이 끝나자마자 다른 곳에 수업 가야 된다고 황급히 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60대 중반에 젊음을 유지하고 나이를 잊게 하는 활력소가 춤에서 나왔으리란 생각을 하게 한다. 김윤정 씨는 평범함 속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겸비하고 있다.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 우리춤 회원들은 노인이 노인을 케어하는 지역주민들의 복지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