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 생활예술 진흥원 '봉화 닭실 댁의 손길 展' 열다.
백세 생활예술 진흥원 '봉화 닭실 댁의 손길 展' 열다.
  • 이화진 기자
  • 승인 2019.07.0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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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로 아내로 어머니로 주부로 역할에 충실했던 훌륭한 여인
7남매를 기르는 힘겨운 삶 속에서도 빼어난 규방 공예품 만들고 글도 써
5일간 열린 전시회에 1,000명 넘는 관람객으로 대성황 이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봉화 닭실 댁의 손길 전'이 지난 6월 24일부터 6월 28일까지 5일 간에 걸쳐 대불 노인복지관(북구 검단로 8-14 소재) 2층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올해 1월 15일부터 21일까지 공유 갤러리 '빛과 길'(봉산 문화길 10, 은성빌딩 1층)에서도 열렸으며 4월 11일부터 4월 12일까지 이틀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리기도 했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이는 백세생활예술진흥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헌태(전 북구 구의원) 씨다.  그는 백세 장수 시대를 맞아 어르신들이 출품한 물품이나 유품으로 전시회를 열어 많은 이들이 관람, 감상하며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백세 생활예술 진흥원을 발족시켰다.

전시회 외부 벽에도 모두 권영규 여사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전시회를 열만큼 훌륭한 작품을 남긴 주인공은 1924년 봉화군 봉화면 유곡리(닭실마을) 안동 권씨 가문에서 태어난 故권영규 여사다. 권 여사는 일제치하에서 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열여덟 살에 안동군 풍산읍의 이인직(본관 예안)과 혼인하였다. 그녀는 한국전쟁의 격변을 겪으면서도 이헌태 씨를 비롯한 7남매(2남 5녀)를 훌륭하게 길렀다.

우리는 격변의 시절을 살아온 모범적인 어머니의 삶을 재조명하여 세상에 알릴 필요성이 있다. 시부모 봉양과 남편 바라지를 잘하고, 보통 칠팔 남매나 되는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길쌈을 하고 누에를 치고, 염색하고 수놓고 가족들 옷을 만들기 위해 바느질하는 일을 합치면 그 얼마나 고단한 삶이었을까. 그런 일뿐만 아니라 논밭 농사일까지 다 해야 했으니 오늘날에 비해 기계 문명의 혜택이 거의 없었던 그 시절, 이 땅 어머니의 삶이야말로 고난과 역경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권영규 여사의 삶도 바로 그런 삶이었다.

고 권영규 여사와 손수 만들어 나눠 준 바늘 꽃이

권 여사는 평생을 정숙한 전업 주부로 지내면서 초등학교 교사였던 남편의 뒷바라지에도 한 점 소홀함이 없었다.

유교적 가풍이 엄했을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시대라 여성의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심했던 건 당연했다. 당시의 여성들은 대부분 집안에서만 머무르며 부공(婦功)에 열중해야 했으니 권 여사의 삶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2002년 남편을 떠나보내고 2018년 1월,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투리나 조각 헝겊을 힘들게 구하여 1,600개의 예쁜 바늘꽂이를 만들어 주변인들에게 나눠주며 사랑을 실천하였다. 미술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색의 배치, 아기자기한 모양 등 미적 감각이 풍부한 생활 속 예술작품을 만들어 냈다.

전시장에는 액자 10점, 일기장 20여 권, 자식들에게 남기는 마음을 담은 자서전적 노트, 직접 만들고 그린 손수건, 윷놀이판 그림, 복주머니가 전시되어 있었으며 한복 명인이며 삼작 저고리 대표인 황귀주 씨의 소품과 이동걸, 임부경 씨의 규방 예술품도 함께 전시되었다.

권 여사가 남긴 글도 전시되었는데 설악산, 진도 등 여행기와 제문을 비롯한 편지 등으로 일종의 내간체 수필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또 그녀의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들, 손주가 적은 글 등을 모아 엮은 책 등도 볼 수 있었다.

전시장 맞은편 벽면에는 어머니의 작품을 월별로 구분, 달력으로 만들어 모은 思母曲이 눈길을 끌었다.

생전의 어머니께서 아끼던 유품이나 문학 작품을 대하는 자식이라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의 정을 더욱 불러일으킬 것 같은 마음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전시회를 마감한 6월 28까지 1,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하니 평범한 삶을 살다간 개인의 전시회로는 대 성황을 이룬 셈이다. 전시회를 기획한 이헌태 이사장은 “다음 전시회는 전국의 시군구를 순회하면서 열겠다”라고 하였다.

권영규 여사의 삶은 인고의 세월을 살다 간 이 땅의 훌륭한 어머니의 삶을 보여주는 표본이라 할 수 있다. 평범한 삶 속에서도 아름다운 작품(유품)이나 행장(行狀)을 남긴 어르신들이 그 얼마나 되며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한 작품이나 유품들이 그 얼마나 될까.

앞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여는 전시회에는 권 여사의 유품과 더불어 여태껏 찾아내지 못한 작품이나 유품들도 많이 전시되리라 기대된다. 그런 전시회에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국민들이 관람하여 작품 속에 깃든 어르신들의 숨결을 호흡하고 기쁨과 감동을 느낀다면 명실상부한 백세생활예술진흥원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