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말의 힘 : 섭생(攝生)과 약
(19) 말의 힘 : 섭생(攝生)과 약
  • 조신호 기자
  • 승인 2019.06.24 0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가여래도 섭생이 첫째이고, 약은 둘째라고 마음공부를 강조했다.

 

pixabay
pixabay

 

매년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이 날은 결핵의 심각성과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관심과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정해졌다. 우리나라는 1989년부터 2010년까지 이 날에 세계 결핵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고, 2011년부터 정부 주최로 결핵 예방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1882년 3월 24일, 독일의 의사이며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 1843~1910)가 결핵균을 밝혀냈고, 3년 후에 치료약도 개발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82년 3월 24일에 국제항결핵 및 폐질환연맹(IUATLD)에서 이 날을 <세계 결핵의 날>로 정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주관하고 있다.

결핵은 이미 지나간 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한국에는 감염자와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현재 진행형 감염병이다. 지난해 새로운 결핵 환자로 2만6천여 명이 파악되었고, 1800백여 명이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신규 결핵 환자 발생은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경계를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결핵 신환자의 절반 가량이 65세 이상이며,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노령 결핵 환자 발생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1950년대 한국전쟁 기간 동안 결핵이 만연해 잠복했던 결핵균이 노인이 되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핵은 엑스레이와 가래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고, 약 6개월의 약물 치료를 통해 완치할 수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목표를 세우고, 노인과 노숙인, 외국인에 대한 결핵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65세 이상은 증상이 없어도 1년에 한 번씩 그리고 2주 이상 기침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경각심을 갖고 결핵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약 40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 국립마산결핵병원(현 국립마산병원)에 근무하던 의사 한 분이 실제 경험한 일을 신문에 실었다. 결핵 환자가 많았던 50년대 후반, 그 병원에 20대 청년 두 사람이 중증 결핵으로 입원 치료받고 있었다. 두 청년은 나이도 같고 결핵 증상도 비슷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입원 생활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한 사람은 매일 나오는 약을 먹으며, 주사를 맞으면서, ‘나는 오늘도 이 만큼 나았다!’라고 희망을 키웠다. 하지만 또 한 사람은 ‘이 약을 먹어도, 이 주사를 맞아도 나는 죽을 것이다!’ 라고 날마다 자조했다. 결국 긍정적인 말로 늘 자신을 섭생(攝生)했던 청년은 완쾌되어 퇴원했고, 늘 부정적인 말로 자신의 생명을 어둡게 했던 청년을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언어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그 글을 읽으면서 가슴에 찡한 그 무엇이 스며들었다.

석가여래도 섭생이 첫째이고, 약은 둘째라고 마음공부를 강조했다. 섭생(攝生)은 양생(養生)과 같은 말이며, 호흡 조절이나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서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섭(攝)은 ‘다스리다’ ‘보존하다’ ‘굳건하게 유지하다.’ 라는 동사이고, 생(生)은 생명이라는 목적어이다. 그러니 섭생은 ‘생명을 잘 다스려 유지한다’는 단어이다.

섭생을 해나가는 원동력은 언어, 즉 그 사람의 몸과 마음을 이끌어 주는 말이다.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Victor E, Frankl,1905∼1997)은 아우슈비츠(Auschwitz) 수용소에 갇혀서도 정신과 의사로서 자아를 성찰하며 인간 존엄성과 위대함을 잃지 않고 죽음을 이겨냈다. 그는『죽음의 수용소』를 1946년에 출간하고, 로고세라피(logotherapy; 의미치료)라는 새로운 이론과 요법도 창시 했다.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그가 체험한 것은 '스스로 자기 삶을 포기한 사람은 며칠 못 가서 죽었고, 끝까지 살아남는다고 날마다 생명의 불씨를 되살렸던 사람들은 살아서 자유를 맞이했다'고 증언했다. 의미치료는 ‘실존적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와 욕구를 통해서 정신장애 등과 같은 인간의 심리적·정신적 문제를 극복하는 심리치료이다. 이는 말을 통한 ‘섭생’이며, 말의 위대한 힘을 적용하는 치료법이다. 이처럼 우리 모두가 날마다 미소를 머금고 모든 일에 감사하면, 온 세상이 섭생되어 행복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