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눈길, 손길, 발길이 누굴 바라보고 있는가? "함께 사는 기적" 신한열 수사
우리의 눈길, 손길, 발길이 누굴 바라보고 있는가? "함께 사는 기적" 신한열 수사
  • 김수남 기자
  • 승인 2019.06.17 21: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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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제공동체 신한열 수사 초청 독서콘서트
성 김대건 성당에서 많은 신자와 독자 모여
길을 찾는 사람은 모두가 청춘
뗴제 공동체에 대해 설명하는 신 수사님      김수남 기자
뗴제 공동체에 대해 설명하는 신 수사                김수남 기자

 

천주교대구대교구 성 김대건 성당에서는 지난달 25일 신한열 수사를 초청하여 '함께 사는 기적' 이라는 주제로 여섯 번째 독서콘서트를 열었다.

'함께 사는 기적' 의 저자이며 프랑스 떼제공동체의 유일한 한국인인 신한열 수사는 전 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프랑스의 시골마을 떼제로 왜 모이는지, 여러 교파의 사람들이 한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사는 힘은 무엇인지에 대해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 장소인 성당에는 신자들뿐만 아니라 여러 지방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떼제에서 외치는 ''화해와 희망의 메시지를 느껴보는 시간이 되자''며 황용식 주임신부의 시작기도와 함께 강연은 시작되었다.

신 수사는 ''고향 대구에 내려와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쁘며 프랑스 떼제에 32년째 살고 있고 그곳이 천국, 고향 같다며 여러분도 모셔가고 싶다'' 로 말문을 열며 잔잔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떼제공동체는 스위스출신 로제수사가 1940년 프랑스로 오면서 시작됐다. 떼제공동체는 초교파적 그리스도교 공동체로 가톨릭과 개신교 구분 없이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이들이 함께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이들은 태어난 국가도, 문화양식도 모두 다르지만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사는 기적'을 실천한다.

떼제공동체에는 한 해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건물이나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침묵과 숟가락 하나' 로 생존하는 걸 배우는 즉, 떼제생활의 핵심어는 '단순소박성'이다. 생활도 그렇다. 불필요한 것을 가지지 않는 것, 부담 안 주고 모른 체해 주는 것, 성인들은 그런 걸 '거룩한 무관심' 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 공동체에서 특별히 이목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세계 각지의 젊은이들이 프랑스의 이 작은 마을에 몰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신 수사는 그 이유를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 '자유롭게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 하는 것에서 찾았다. 요즘 젊은이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길을 찾아 헤매고 또 인간관계에서 쉽게 상처받으며 함께 사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생을 모르겠다고도 한다. 자기 말을 들어 주는 사람 찾기 어렵다고도 한다.

떼제에서의 핵심어중 하나도 '경청' 이다. 그래서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들어 주는 것과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미리 마련한 정답을 주지 않는다. 종교적인 얽매임도 없다. 이곳의 수사들은 그렇게 찾아오는 젊은이들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기도할 뿐이다.

그들은 소박한 생활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기도와 묵상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전 세계의 청년들을 끌어당기고 영적 순례지가 된 떼제 공동체의 원천이 아닐까?  이곳에서 자신과 세상, 그리고 하느님과의 화해를 통해 새로운 희망의 존재로 거듭난다.

줄지어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적어 싸인해 주시는 모습    김수남 기자
줄지어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적어 싸인해 주는 모습              김수남 기자

 

이렇듯 떼제공동체는 서로를 끌어안아 세상을 치유하는 공동체인 것이다. 또한 기도 안에서는 국적도 인종도 종교도 나이도 무의미하다. 신 수사는 '오늘의 이야기는 어쩌면 희망이 될 것다'라고 했다. ''누군가 아프니까 청춘이라 했다는데 노인이 더 아파요'' 라는 말에 모두 웃으며 공감했다. 나이가 적어서 청춘이 아니라 길을 찾는 사람은 모두 청춘이란 뜻이다. 그런 사람이 떼제에 온다. 누군가 '우리 몸의 중심은 아픈 곳이다' 라고 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려고 노력 하는 것 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거창하게 평화, 일치를 얘기하는 것 보다 내 가정에서, 공동체에서 서로 용서와 화해하며 살 것을 당부했다. 많은 사람들이 ''남편이 원수다'' 라고 하는데 남편, 아내 사랑하는 게 세상 구원하는 것이란다. 그렇다. 어떤 성인도 잘못한 과거가 있고, 어떤 죄인도 미래는 있다 라는 말이 생각난다.

앞의 얘기처럼 많은 사람들이 외롭다고 외친다. 집 나간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 같은 그런 사랑을 많은 이들이 목말라 한다. 손길 하나 내미는 것, 손 한 번 내밀어 보자. 오늘저녁 누구의 손을 잡아 줄 것 인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살기로 맘속에 용서의 촛불, 작은 결심 하나 갖고 집으로 돌아가자.

우리의 눈길, 손길, 발길이 누굴 바라보고 있는지 이것이 우리 삶을 결정한다는 마무리 이야기에 백배 공감을 했다. 또한 모든 공동체가 꿈꾸는 화해와 평화를 함께 구현해 나가기를 희망해본다.

강연을 마치고 성당 앞에서 기념 촬영         김수남 기자
강연을 마치고 성당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수사님과 사람들. 함께 어울린 모습이 아름답다.               김수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