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다뉴브 강의 아리랑
(17) 다뉴브 강의 아리랑
  • 조신호 기자
  • 승인 2019.06.10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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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화, 촛불, 노래’는 말을 넘어서는 인류 공통의 언어, 따스한 마음의 징표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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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밤 9시 경(현지 시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도나우 강에서 한국인 33명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인어)호가 머리키드 다리 아래서 침몰했다. 대형 크루즈선에 추돌 당하면서 불과 7초 만에 가라앉은 참사였다. 도나우 강 야경 유람이 끝날 무렵이었다. 사고 당시 7명이 구조되었으나, 7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19명은 흐린 급류 속으로 실종되었다.

헝거리 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머저로르시그(Magyarorszag), 즉 ’마자르인+나라‘ 라고 한다. 인구 약 96.6%가 마자르족이므로 그렇게 말한다. 영어식 명칭, 헝가리(Hungary)는 훈(Hun)+겨레(gary), 즉 ’훈족의 나라‘이다. 스스로 마자르족이라는 헝가리 민족은 중앙아시아 지역에 살았던 님로드(Nimrod) 왕과 에네트(Eneth) 왕비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형제, 형 후노르(hunor; 훈족)과 동생 마고르(magor; 마자르족)의 후예들이다.

헝거리 사람들은 우리 한국인처럼 ‘성’을 앞에 ‘이름’을 뒤에 쓴다. 그리고 필자가 2010년에 갔을 때,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아직도 드물기는 하지만, 아기가 태어날 때 엉덩이에 푸른 몽골반점이 발견된다고 했다. 훈족, 마자르족은 우리와 같은 몽골 혈통이다. 몽골사람들은 우리 한국인을 ‘소롱고스 훈’이라 한다. ‘소롱고스(무지개) 색동옷을 입는 훈족’ 사람이라는 뜻이다.

부다페스트(Budapest)는 도나우 강 서쪽 부다(부더)와 동쪽 페스트(페슈트) 지역으로 나누어진 헝거리의 수도이다. 사고 장소는 강의 동쪽 페스트 지역 국회의사당 부근이다. 남북으로 도도하게 흐르는 도나우(Donau; 독일어)강, 또는 다뉴브(Danue; 영어)은 헝거리인들에게는 두나(Duna) 강이다.

사고 6일째인 6월 3일 오후 7시(현지) 머르키트 다리 헝거리 사람들이 모여서 ‘아리랑’을 합창하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한국어 악보를 서툴게 더듬거리는 아리랑이 울려 퍼지자,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그날 저녁 조금씩 비가 내렸으나, 638m 머르키트 다리 보행로에 유모차를 탄 갓난아기로부터 지팡이를 깊은 백발노인까지 모여들었다. 다리의 절반 이상을 채운 사람들이 강물을 보며 ‘미안합니다!’라고 말하자, 현장에 나온 한국 교민들과 취재진들이 ‘고맙습니다!’라고 답례했다. 노래하는 이와 지나는 행인, 그리고 양국 취재진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광경이었다.

아리랑이 울려 퍼진 20여분 간 시민들이 무심히 흐르는 강물에 던진 꽃이 비처럼 쏟아졌다. 한 시민은 아리랑 노래 속에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다 들어있다.’ 라고 했다. 이날 헝가리 국화 분홍 튜립꽃을 들고 아리랑을 노래한 리타 셔노다는 “한국인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현하기 위해 아리랑을 부르러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합창단 중의 한 사람이 “노래는 마음을 전하는 힘이 있다.”라고 했다. 그렇다! 이날 머르키트 다리 위에서 울러 퍼진 아리랑은 멀리 한국에서 온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불귀(不歸)의 희생자들과 유가족에게 보내는 애잔한 기도였다. 그리고 강물에 던지는 헌화는 망자에게 전하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의 징표였다. 국회의사사당 앞, 한국대사관 앞, 머르기트 다리에 시민들이 흰 국화꽃, 붉은 장미, 그리고 촛불과 함께 한 시민이 손으로 그린 태극기도 있었다. 그리고 “무덤이 사람을 통째로 삼키듯이, 우리가 그 고통을 통째로 삼키며 기다리겠습니다. G Gis Jasonoh.” 이라고 구불구불 서툰 한글 필체로 쓴 쪽지도 있었다.

우리 한국의 흰 국화꽃 헌화는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서양문화 유입으로 시작되어 전통적인 분향(焚香)과 함께 헌화(獻花)가 일반화되었다. 이곳 사람들은 흰 국화, 붉은 장미, 노란 백합 등 형형색색의 꽃을 바친다. 꽃의 종류와 색깔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꽃을 받치는 마음, 헌화의 진정성이다. ‘헌화, 촛불, 노래’는 말을 넘어서는 인류 공통의 언어, 따스한 마음의 징표이다. 도나우강 망자들이여, 한 송이 꽃처럼 고이 잠드시라! 그리고 꽃처럼 아름답게 환생하시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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