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기 운동의 부상(負傷) 예방
활기찬 노년기 운동의 부상(負傷) 예방
  • 이철락 기자 science79@edunavi.kr
  • 승인 2019.06.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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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은 기본이다.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끈을 조여 매야 안전하다.
5일 대구 수성구 배드민턴 동호인들이 수성국민체육관에서 연습 경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철락 기자
5일 대구 수성구 배드민턴 동호인들이 수성국민체육관에서 연습 경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철락 기자

 

생활체육으로 배드민턴 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일주일에 꼬박 이틀 이상은 하루 세 시간씩 운동의 즐거움에 도취하여 땀에 흠뻑 젖는다.

배드민턴은 가벼운 셔틀콕을 따라 워낙 빠르게 움직이는 운동이어서 경기 중에 잡념이 잘 생기지 않는다. 혼합 복식이든 남자 복식이든 주로 4명이 공격과 수비에 대한 빠른 판단과 그에 따른 순간적인 몸동작이 수반되기에 경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회원들끼리 자체 경기를 거듭하다가 어느 정도 구력이 붙으면 늘 타 클럽의 새로운 선수들과도 맞붙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래서 각종 대회가 생기나 보다.

지난 2일, 대구 수성구배드민턴협회는 수성국민체육관에서 제3회 대회를 개최하였다. 같은 연령대끼리 급수별로 분류하였기에 많은 선수가 참가할 수 있었다. 50대는 130팀, 60대는 19팀, 70대도 무려 13팀(26명)이 참가하였다.

필자가 처녀 출전한 60대 D급 남자 복식에는 모두 5팀이 참가했다. 경기를 앞두고 며칠 동안 설렘이 잔잔하게 일었다. 리그전을 치러 우승팀을 결정하는데, 혹시 모든 경기에서 패하지나 않겠냐는 점에서 약간의 긴장감도 느껴졌다.

배드민턴은 운동량이 많고 과격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기에, 평소 부상을 예방하느라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셔틀콕이 매우 가볍고 타구의 순간 속도가 빨라 어깨 강화 운동과 손목 운동을 평소에 해 둔다. 순간적인 방향 전환에 대비한 하체 근력 강화 운동도 마찬가지다. 운동 전후 준비 운동과 정리 운동은 기본이다. 운동 전에 발목, 아킬레스건, 팔꿈치, 어깨, 무릎 등을 유연하게 하는 준비 운동도 필요하다. 나이가 많이 들수록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로마 최고 지성 키케로는 ‘인생의 주로(走路)는 정해져 있네. 그 길은 한 번만 가게 되어 있지. 그리고 인생의 매 단계에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네. 소년은 허약하고, 청년은 저돌적이고, 장년은 위엄이 있으며, 노년은 원숙한데, 이런 자질들은 제철이 되어야만 거두어들일 수 있는 자연의 결실과도 같은 것이라네...(중략)... 따라서 노년에도 훈련과 절제를 통해 이전의 체력을 상당히 유지할 수 있다네’라고 역설했다(천병희 옮김, 2011, 그리스 로마 에세이).

키케로의 주장처럼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서 나름 성실하게 준비한다고 했다. 신발도 새로 사고, 당일 땀이 살짝 날 정도로 준비운동을 하여 시합 전에 신체 각 부위가 유연해졌다.

지난 3일 CT 촬영 결과  발목뼈에 금이 간 상태로 확인된다. (화살표) 이철락 기자
지난 3일 CT 촬영 결과 운동중에 다친 발목뼈에 금이 간 것으로 확인된다. (화살표) 이철락 기자

 

그런데, 경기 도중 발목뼈에 금이 가는 상처를 입었다. 끈을 조여 매지 않은 채, 새 신발 바닥의 고무가 체육관 마루에 정지된 상태에서 체중은 관성으로 실려 나간 것이다. 신발 속에서 발이 10시 방향으로 회전하여, CT 촬영 결과 ‘폐쇄성 골절’이라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폐쇄성이라 그나마 다행이란다. 뼈가 붙는 데만 한 달, 재활하는 데 두 달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했지만, 신발 끈을 조여 매는 것을 놓치고 경기 승부욕에만 집착한 탓이다. 한창때는 경솔하게 마련이고, 분별력은 늙어가면서 생기는 법이다.

이처럼 승부욕에 빠져 쉽게 다치는 운동임에도, 배드민턴은 운동 중독에 빠져들기 쉽다. 부상 치료 후에도 또다시 같은 운동을 지속하게 된다. 이 운동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전신운동이며, 경기마다 승부가 갈린다는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욕망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자제력이 설 자리가 없고, 쾌락의 영역에서는 그곳이 어디든 미덕이 존립할 수 없다. 그 사람이 쾌락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이성과 사고(思考)를 필요로 하는 일은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라는 키케로의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승부욕 앞에서 이성적으로 욕망을 자제하며 운동한다는 게 어찌 보면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뼈뿐만 아니라 발목 인대 염증은 배드민턴 동호인 사이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배드민턴 운동 중에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 많아 순간적으로 발목에서 회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잘 미끄러지지 않으며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조여 매야 한다. 발목 보호대나 테이핑을 하는 것도 발목 부상을 예방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천병희(2011, 도서출판 숲)는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를 옮기면서 ‘카토(Cato)가 책을 통해 접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포도주가 오래되었다고 모두 시어지지 않듯이, 그들은 늙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비참해지거나 황량해지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의미 있게 즐길 수 있는 노년을 역설한다’라고 했다.

노년기에도 스트레칭과 같은 준비 운동을 생활화하고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