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따라 호국 정신도 달라지는가
정권에 따라 호국 정신도 달라지는가
  • 정재용 기자
  • 승인 2019.06.05 18: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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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영천호국원 갤러리에는 추모글만 있었다
“식당이 호국원보다 낫다”
정재용 기자
정재용 기자

현충일을 엿새 앞둔 지난 1일 ‘국립영천호국원(이하 호국원)’을 찾았다. 호국원에는 국가유공자, 6.25참전 군인과 경찰 그리고 월남참전군인이 안장된 곳이다. 호국원은 야외묘역 외에 안장능력 확충을 위해 충령당 제1관과 제2관을 건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찾은 곳은 충령당 2관이다. 1층 안쪽으로 들어가면 갤러리가 나온다.

지난 정부 때 갤러리에 들렀을 때는 6.25때 백마고지전투, 도솔산전투 등 유명 전투 장면과 전공을 세운 군인을 소개하는 그림이 전시돼 있었다.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고 설명이 곁들어 있어 한 점 한 점 앞에 옷깃을 여미고 서서 봤던 기억이 있다.

월남전 파병과 전투를 소개하는 코너에서는 어릴 적 불렀던 ‘맹호부대 노래’, ‘청룡은 간다’ 등 노래와 파월 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쓰던 기억이 났다. 천안함 폭파,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만행 사진도 호국원에 안장된 분들과 관련된 적절한 게시라고 생각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라서 놀랐다. 입구에 세워 놓은 ‘안보갤러리’라고 적힌 배너와는 달리 안보에 관한 사진이나 그림은 하나도 없었다. 오직 있는 것이라고는 추모글 캘리그라피(calligraphy, 손으로 그린 문자)뿐이었다. ‘존경하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할아버지 너무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등의 액자가 전부였다. 그 글 앞에 서서 자세히 읽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갤러리를 나오니 로비에는 독립기념관에 있을 법한, 독립100주년 기념사진 촬영 설치물이 세워져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갔다. 쉼터가 마련돼 있고 게시물이 보여 기대를 하고 갔더니 거기는 영천명승지 소개 사진들이었다. ‘온 김에 둘러보고 가라’ 친절함에 앞서 ‘호국원이 제 역할을 못하니 영천시 마져 우습게 보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인근식당에 들렀더니 식당 주인의 자녀가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붓글씨 액자 하나가 걸려있었다. “호국충절 이어받아 자랑스런 영천건설” 초등학교 6학년의 글씨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멋있는 붓놀림이었다. 식당에 들렀던 일행이 말했다. “이 집이 호국원보다 낫다”

내일은 64주년 현충일이다. 정권에 따라 호국 정신도 달라지는가, 호국원을 나설 때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아무리 북한 눈치를 본다지만 이럴 수 있나?”  “호국영령이 두렵지도 않나?” 목소리가 집권자들의 귀에도 들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