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맛있는 것 같아요! 증후군(syndrome)
(16) ‘맛있는 것 같아요! 증후군(syndrome)
  • 조신호 기자
  • 승인 2019.06.0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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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있다.’ 라고 쓰고, ‘맛있는 것 같아요’ 라고 읽는다는 것인가?

(16) ‘맛있는 것 같아요! 증후군(syndrome)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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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생성·변천·소멸의 과정을 거듭한다. 60여년 전 농촌 가정에 베틀이 있었고, 베틀에 날실을 감아두는 H형의 널빤지를 도투마리라고 했다. 요즈음 이 단어를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때 성장한 70대 중반 이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언어학자들은 언어는 사용이다!’ 라고 한다. 사용에 의해서 생성되어 변화되다가 사용되지 않으면 소멸되는 것이 언어이다.

언어는 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인간의 사고가 드러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 언어라는 사실을 통해 쉽게 확인된다. 우리가 흔히 여기-저기, 이것-저것, 국내외' 라고 말한다. 만약 누군가 국외내라고 하면, ‘왜 그러지?’ 하면서 어색해 할 것이다. 가까운 것은 먼저, 먼 것을 나중에 말하는 사고방식이 언어 표현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서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 세계관, 가치관, 행동양식까지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민족성을 반영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면 서로 다른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가지게 된다. 한국인들은 새가 운다.’라고 하고, 영어 사용자들은 새가 노래한다.’라고 한다. 언어와 사고, 그리고 문화는 밀접한 상호연관성을 지니고 있어서 언어를 고려하지 않고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문화를 배제하고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와 같이, 인간은 사고를 바탕으로 언어를 만들고, 사고의 결과인 언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며 기록한다. 또한 언어의 힘을 빌려 사고를 발전시킨다. 이처럼 우리는 사고한 내용을 언어로 표현하고, 언어를 통해 사고한다. 언어와 사고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지만, 양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언어는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생각과 느낌을 형성하고 규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사고도 달라질 수 있다. 이렇듯 언어가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언어를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요즈음 우리 한국인들에게 생긴 좀 묘한 언어 습관이 발견된다. TV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면서 소감이 어떠냐고 질문하면, 거의 대부분이 , 좋습니다!”가 아니라, “참 좋은 것 같아요!” 라고 말한다. ‘.... 같다는 표현은 이다/아니다라는 명확한 판단이 아니라, ‘...로 보인다.’ ‘...처럼 느껴진다.’ 는 추측 또는 판단을 유보하는 말이다. 심지어 음식을 시식하면서 맛이 어떠냐고 질문하면, “맛있어요!”가 아니라, “맛있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맛이 있다.’ 라고 쓰고, ‘맛있는 것 같아요라고 읽는다는 것인가? 이러한 언어 현상은 문법적인 오류가 아니라, 누군가 하는 말을 모방하여 형성된 이상(異常) 언어현상이다.

이런 언어습관은 아마도 어떤 (여성) 연예인이 오락 프로 같은 데서 좀 멋있게 말하려다가 우연하게 좋은 것 같아요.”라고 했을 것이다. 이 표현이 매스컴의 위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된 것으로 보여 진다. 남자들도 따라하는 ‘--- 같아요.’라는 표현은 언어·사고· 행동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 같아요.’ 라는 언어 습관이 심화되면서 주어진 상황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유보하거나, 판단을 중지하는 결과를 초래 하게 된다. ‘옳음/그름을 인식하여 잘못된 것은 고치는 시행착오 원리를 통해서 학습이 이루어지고, 창의적의 아이디어도 얻게 된다. 더 나은 것으로 나아가는 행동이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다. 한층 더 우려되는 점은 자기 판단을 유보하면서, 타인의 판단에 의존하는 인식과 행동이다. 아무 근거 없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라하는 모방이 바로 군중심리이다. 군중심리에 안주하면, 자신의 독특한 개성보다 무모한 맹종(盲從)을 일삼게 된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 나는 실종되고 짙은 안개 같은 군중만 남는다.

실제로 같아요증후군(syndrome)의 결과로 볼 수 있는 맹종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주 신문에 나온 어느 설문 조사를 결과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정치인에 대한 지지도 조사에서 좋아 한다면 왜 좋아합니까?” 라고 물었더니, 거의 대부분이 왜 좋아하는지 모른다.” 또는 말 할 수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와 같이 모르면서 따라하는 현상은 ‘--- 같아요!’ 증후군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음식 맛이 어떻습니까? 라고 물으면 맛있는 것 같아요!’가 아니라, ‘맛 있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한국인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같아요증후군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언어·사고·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조국의 미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