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말의 지혜
늙은 말의 지혜
  • 김영익 기자
  • 승인 2019.05.30 16: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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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품는 포용성과 어려움을 해결하는 지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일을 하며 자기 직분에 맞게 활동하며 생활해 나간다. 지혜를 써서 일을 하기에 만물의 영장이라 이름 붙여졌으리라.

내가 하는 일은 경비이다. 이 경비직을 어떤 사람은 고된 직업이라 생각하리라. 하지만 내 얼굴은 항상 밝다. 주위 사람들도 내 모습이 평화롭게 보인다고 한다. 내 모습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이 경비 일을 하기 전 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이었다. 성실하게 일하면 언젠가 그 보답이 온다고 믿었기에 열심히 일하고 누구보다 더 노력했다.

IMF, 생각만 해도 끔찍한 그 시절에 회사는 부도가 나고, 나는 이리저리 방황하며 시간을 보냈다. 재산은 모두 경매로 넘어가고, 사랑하는 가족과도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시간. 다시 희망을 일으켜 세우고 일을 시작해야 했다. 나에겐 가족이 있고, 무엇보다 나이 드신 어머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세월은 내게 값진 것을 안겨 주었다. 더 강해지고 깊이 감사할 줄 알며, 매일 일상에 새로움을 부여해 나갔다.

2015년은 잊을 수 없는 기쁘고 값진 시간이었다. 흩어진 가족이 아버지의 제사상 앞에 한자리에 모였다. 어엿하게 잘 자라 중등학교 교사로 자리 잡은 아들, 그리고 그 어렵고 힘든 시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아이들 근사해 온 아내, 그리고 나이 많은 나를 홀대하지 않고 품어준 사람들. 그 모든 것이 감사했다. 경비일도 이제 점점 젊은 사람들에게 밀려나는 추세다. 하지만 나는 노인의 지혜를 믿는다. 산에서 길을 잃은 군사를 이끌고 길을 안내한 그 늙은 말의 지혜를. 우리 사회가 노년층의 지혜에 조금 더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니어들도 앞장서서 시대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아픔을 포용하는 그런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다. 늙은 말의 지혜가 너무도 절실한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