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안(心眼)으로 보고 아름다운 시를 노래하다
심안(心眼)으로 보고 아름다운 시를 노래하다
  • 전태행 기자
  • 승인 2019.05.29 07:4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시 낭송하는 시각 장애인 박정순 실버 -
박정순왼쪽 시각장애인과 김양희오른쪽 요양보호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정순(왼쪽) 씨와 요양보호사인 김양희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수성도서관 (관장 김순열)에 평생교육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시 창작 교실’(28일)에, 오늘도 변함없이 제일 앞자리 중앙에 젊은 사람과 짝이 되어 앉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박정순(82·북구 산격동) 수강생이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결석을 하지 않는 박정순 수강생은 12주 동안 진행한 도서관 프로그램에서 시를 공부하고 시 낭송도 학습하며 잔잔한 감동을 주더니 드디어 지난 15일에 도서관에서 시행한 ‘시로 여는 낭송대회’에서 일반부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이날 낭송대회에는 초등부와 일반부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일반부 20여 명의 참석자 가운데 박 수강생이 김동원 시인의 시 '오십천’을 낭낭한 목소리로 낭송하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 수강생은 60세에 완전히 실명했고 70세에 점자 공부를 시작했다. 시각장애자로 생활하게 됐지만, 매사에 긍정적이고 의욕적인 성격으로 ‘시 창작’외에 수요일은 용산동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요가를 배우고, 송현동 대구점자도서관에서 점자 공부를 한다. 목요일은 독서 힐링 캠프에 나가며 매우 분주한 주일을 보내는 부지런한 실버다.

박 수강생은 “시 쓰기는 제 머릿속에서 생각을 가다듬어 김양희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문자화하면 중학생 손녀가 컴퓨터 작업을 하여 점자 도서관에 보냅니다. 점자도서관에서 점자로 문자화하여 최종적으로 제가 점검 합니다”고 말했다.

박 수강생이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는 김양희(59·북구 산격동) 요양보호사는 정성 어린 마음으로 집안 어른을 모시듯 손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에 2년째 박 수강생과 함께하는데 교재를 챙겨주고 필요한 것을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공부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수고한다고 하면 ‘당연히 할 일’이라며 겸손해 한다.

도서관 ‘시창작’반에서 함께 공부하는 엄영희(62·수성구 만촌1동) 문우는 “연세 들어 기억력이 감퇴할 시기인데도 시 내용을 외우고 창작하는 열정에 늘 감탄할 뿐이다. 본받을 점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