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와 독재자
어버이와 독재자
  • 정재용 기자
  • 승인 2019.05.28 13:5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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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들러서는 외화벌이 온 노동자 찾지 않고,
중국에서 인신매매 당하는 여성 모르는 체하는 ‘어버이’
서독에서 울음바다 이룬 박정희 대통령과 대비 돼
정재용 기자
정재용 기자

2012년 1월 24일 자 노동신문은 김정은을 호칭하며 ‘어버이’라는 용어를 쓴 바 있다. 그때 김정은 나이는 20대다. 북한은 2016년에 창작된 혁명가요 ‘우리의 김정은 동지’에서는 김정은을 “천만을 안으신 어버이 되여 지혜를 주시는 스승이 되여 온 나라 대가정 보살피시며 인민의 락원 빛내시는 분”으로 칭송하고 있다. 그는 1984년 1월 8일생으로 올해 35세다.

북한은 국가를 ‘대가정’으로, 최고지도자를 ‘어버이’로 어릴 때부터 세뇌시켜 인민 통치 순응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행태를 보면 어버이와는 거리가 멀다. 김일성, 김정일처럼 공포정치를 일삼는 한낱 독재자일 뿐이다.

4월 25일 북․러정상회담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렸다. 러시아에는 지금도 외화벌이 수단으로 북한에서 파견된 식당종업원, 벌목공, 건설 노동자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저임금에 제대로 휴식도 못 취한 채 노예생활을 하고 있다. 태영호 공사는 “이 자금은 김정은의 통치자금과 핵개발 프로그램에 사용 된다”고 했다.

김정은은 블라디보스토크에 사흘을 머무는 동안 푸틴과 최고급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북한 노동자 송출 문제를 논의했으나 외화벌이에 피땀 흘리고 있는 노동자를 찾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공식석상에서 이들을 격려하거나 위로하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2018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노동자 1만490명이 잔류 중이라고 신고했다. 노동자들의 실망은 매우 컸을 것이다. 그들 말대로 김정은이 어버이라면, 세상에 이런 비정한 어버이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5월 21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많은 북한 여성이 중국에서 성노예로 팔리고 있는데 규모는 연간 약 1억 달러(약 1천200억 원)에 이른다”고 영국의 민간단체인 ‘코리아 미래 계획’이 영국하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인용해서 보도했다. 심지어 “30위안(약 5천 원)에 성매매를 당한다”고도 했다.

앉아서 굶어죽느니 국경을 넘겠노라 목숨을 걸고, 천신만고 끝에 중국 땅에 들어가자마자 인신매매 당하고, 그러다가 북송되면 모진 고문과 죽음으로 내 몰리는 북한 동포, 이들을 생각하면 할 말을 잃는다.

1964년 12월 10일, 박정희 대통령은 서독을 방문 했다가 루르 지방의 함보른 탄광에 들러 우리 광부들과 간호사들을 만났다. 그들은 설움에 복받쳐 애국가를 제대로 부르지 못 했다. 대통령은 “나는 지금 몹시 부끄럽고 가슴이 아픕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했나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합니다. 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연설하다가 울었다. 그 자리는 울음바다가 됐다.

그 울음이 감천(感天)됐나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인구 5천만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이룩한 일곱 번째 국가로서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 중에는 박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적대시하는 무리도 섞여 있다. 우물 판 사람 욕하면서 그 물을 마시는 격이다. 그런 자일수록 북한의 ‘어버이’ 독재자에게는 한 없이 너그러운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