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동거는 옛말, 불안하지 않은 돌봄을 기다림
자녀 동거는 옛말, 불안하지 않은 돌봄을 기다림
  • 김차식 기자
  • 승인 2019.05.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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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으로 닥쳐오는 현실적 삶의 시대적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생각해 본다. 요즈음 부모에 대한 효심은 다르다. 전통적인 가족문화의 중심에서 면면히 흐르는 효도에 기저를 둔 노인에 대한 봉양의 문화, 자식들의 경제수준, 유교적 가풍에 따른 어른 섬김, 종교적 의미 등을 포함하면 각양각색이다. 노인부양은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효()를 생각나게 하는 다양한 단면들을 볼 수가 있다.

누구든 나이가 들면 신체기능이 쇠잔해진다. 노인에 대한 책임져야 할 인식이 돌봄의 대상인 것은 이 때문이다.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노화를 복잡한 기계의 부품이 낡고 마모되는 것에 비유했다. 과거에는 늙기 전에 병이나 사고로 갑자기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는 의학의 발달로 "최선을 다해 여기저기 보수하고 기워가며 유지하다가 신체기능이 종합적으로 무너짐으로써"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찾아오는 질병, 고독, 무위(無爲)를 이겨내야 한다. 노인들의 삶은 이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인들은 집을 가족이 삶을 누리는 터전일 뿐, 요양시설기관을 이용하는 것을 마치 자신들이 옛날의 고려장처럼 버려졌다고 인식하곤 한다. 자신을 버리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실제 치매 노인을 집에서 모시는 데는 가족 모두에게 극심한 스트레스가 따른다. 집에서 간병할 경우 가족 중 한 사람이 생업을 포기한다. 병수발에 전력을 다해야 하기에 가정의 경제 상황은 순탄치가 않다. 가족 간의 인간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빠지게 만든다. 보호자들은 전문적인 간호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효도라는 자기만족을 명목으로 환자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행동일 수도 있다.

대부분 보호자들은 순간의 섭섭함을 뒤로하고 시설기관으로 입원시킨다. 요양원 생활에 쉽게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요양원은 전국 5,242개에 입소 인원 17만 명, 요양병원은 1,529개에 입원 환자 33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2017년 기준, KOSIS 국가통계포털). 이가 들고 병상에서 시간이 지나면 가족 품을 떠나게 된다. 입원한 모든 환자가 이런 대상자임을 부인 못 한다. 노병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자식들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보호자도 있는 듯하다. 오히려 직원들이 상태가 점점 좋아진다면 가족들의 반응은 별로 감사하다는 인사가 인색해 보인다.

입원 환자들 중 상당수는 집에서 돌봄을 기대하고 있다. 집에서는 간병이 힘든다는 이유로 고려장 아닌 고려장 신세로 시설입원 생활을 하게 된다. 집에 가겠다는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대답은 "엄마! 집에 오면, 엄마 밥은 누가 챙기고 누가 돌 볼 것인데, 여기 시설은 세끼 더운밥 주잖아. 그냥 있어요, 알았지" 옆에서 듣는 엄마의 눈시울에 눈물도 보였다. 인생의 허무를 느끼게 한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여덟 글자가 귓전을 맴돌게 한다. 임종할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다. 오랫동안 케어하면서도 마지막에 떨리면서 목소리로 하는 말이다. 긴병에 효자 없다고 한다.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이젠 돌아가시는 것이 삶의 행복이 될 수 있음을 현실적으로 느끼게 된다.

중국 속담에 '가유일로 여유일보(家有一老, 如有一寶)'라는 말이 있다. 집안에 노인이 있는 것은 보물 하나가 있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제 집에서 여생을 보내겠다는 삶의 기대를 바꾸자. 시대적인 흐름을 겸허히 받아들어 시설기관 이용을 기피하지 말자. 빌 토머스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보호가 아니라 생명과의 연결이다"라고 하였다. 시설기관에 입원하여 권태와 외로움, 무기력을 이겨내기 위해 생명과의 연결을 많이 지어보도록 하자.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늙어간다. 누구든 질병이나 사회적 역할의 축소 등으로 심리적 위축을 받게 된다. 젊었을 때와는 다른 행동양식이나 사고의 변화로 '우리 부모가 달라졌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어떤 형태가 되었던 늙어감에는 변화를 겪게 된다. 인간은 전 생애에 걸쳐 늘 변화하기 때문이다. 변화 양상은 노인이 되었다고 그 사람만이 특별하게 이상한 변화를 겪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자기강화와 삶에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가치를 유지하며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기대하자. 우리는 늙음으로 닥쳐오는 현실적 삶의 시대적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