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불교의 생사관
(12) 불교의 생사관
  • 김영조 기자
  • 승인 2019.05.2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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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일은 음력으로 48일로서 불기(佛紀) 2563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의해 지정된 법정공휴일에 속한다. 크리스마스는 해방 후 미군정 치하인 1945년에 이미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미국 기독교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불교계에서도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며 꾸준히 요구한 결과 1975년에 석가탄신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4월 초파일’, ‘석가탄신일로 불리던 명칭도 불교계의 요구에 따라 201710월부터 부처님 오신 날로 바뀌었다. 다만 대체공휴일은 설날, 추석, 어린이날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부처님 오신 날은 제외되었다.

불기 연대 표시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상좌부불교(남방불교)에서는 석가모니가 입멸(入滅, 번뇌와 육신이 함께 소멸된 평온한 상태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석가나 승려의 죽음을 이르는 말이며, 입적, 열반과 같은 뜻임)한 해인 서기전 544년을 원년으로 한다. 대승불교(북방불교)에서는 석가모니가 태어난 해인 서기전 1026년을 원년으로 삼는다. 우리나라 불교는 전자의 예에 따르고 있다.

부처님 또는 부처는 '깨달은 자', '눈을 뜬 자'라는 의미를 가진다. 여래(如來), 세존(世尊), 붓다, ()로 부르기도 한다. 깨달은 자는 누구든 부처라고 할 수 있지만, 보통은 석가모니불을 가리킨다. 석가모니불 이외에도 과거불도 있고 미래에는 미륵불이 출현한다고 한다. 소승불교에서는 현재까지 출현한 부처가 총 28명이라 한다.

석가모니불 위키백과

석가모니의 본명은 싯다르타 고타마이며, 인도 샤캬족의 소왕국인 카필라에서 왕자로 태어났다. 석가모니는 샤카족(석가족)에서 나온 성자(聖者)라는 뜻이다. 싯다르타는 궁전에서 호화로운 생활만 하다가 우연히 사방의 4문 즉 동문, 서문, 남문, 북문을 나가 바깥세상을 보게 되었다. 이것이 불교 탄생의 계기가 된 사문유관(四門遊觀)이다.

싯다르타는 4문에서 각각 노인, 망자, 병자, 수행자를 만나 인간의 생애가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의 고통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29세에 왕세자의 지위는 물론 아내와 아들까지 버리고 출가하여 6년간의 수행 후 35세 때 크게 깨달음을 얻고 각지에서 교화를 실시하다가 80세 때 입적하였다. 이러한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따르고, 불경을 경전으로 삼는 종교가 불교이다.

싯다르타의 탄생   위키백과
싯다르타의 탄생 위키백과

 

불교의 생사관 내지 죽음관은 연기설과 윤회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연기설은 인연생기설(因緣生起說)의 준말로서, 모든 사물과 현상은 무수한 원인이나 조건이 상호 연관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그 스스로 자존하거나 상존하는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즉 삼라만상은 창조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오로지 인연에 의하여 발생하고 사라진다. 이를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라고 한다.

원인과 조건과 결과를 인연과(因緣果)라 부른다. ()이 있고, 인이 연()을 만나면 반드시 과()가 있다. 씨앗은 원인이고, 양분은 조건이며, 열매는 결과이다. ()은 내적·직접 원인이고, ()은 외적·간접 원인이다. 인 없이 연 만으로는 과가 있을 수 없고, 인이 있어도 연을 만나지 못하면 과가 있을 수 없다. 과도 인과 연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다. 인과 연과 과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

바다에 바람이 불면 파도가 생긴다. 파도라는 현상()은 바닷물이라는 원인과 바람이라는 조건이 만남으로써 생겨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여러 가지 원인과 조건에 의해 생겨나며, 서로는 서로에게 원인이 되기도 하고 조건이 되기도 하면서 함께 존재한다. 연기에 관하여 불교 초기의 경전 모음집인 중아함경(中阿含經))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此有故彼有 ; 차유고피유),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此生故彼生 ; 차생고피생).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此無故彼無 ; 차무고피무),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此滅故彼滅 ; 차멸고피멸).

 

윤회설은 모든 생명체는 죽은 후에 다시 태어나 새로운 생이 반복된다고 하는 사상이다. 산스크리트의 삼사라(samsara)를 번역한 말로서, 전생(轉生), 재생(再生), 유전(流轉)이라고도 한다.

불교에서는 윤회하는 세계에 천상,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 등 6(六道)가 있다고 한다. 이 중 어느 세계에 태어나느냐 하는 것은 자신이 지은 업()에 따라 결정된다. 선업(善業)은 하면 선의 세계에, 악업을 하면 악의 세계에 태어난다. 선업선과(善業善果), 악업악과(惡業惡果) 또는 선인선과(善因善果), 안인악과(惡因惡果)의 법칙이다.

천상계 : 신들의 세계로서 욕망이 충족되고, 즐거움이 갖추어진 세계

인간계 :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

아수라계 : 전쟁과 투쟁과 싸움이 끊이지 않는 무법천지의 세계

축생계 :, 짐승, 벌레, 고기류 등이 사는 세계

아귀계 : 먹지 못해 항상 밥을 구하는 귀신들이 거주하는 세계

지옥계 : 육도 중에서 가장 고통이 심한 세계

 

윤회의 과정에 생명의 존재 방식은 4종류로 구분된다.

생유(生有) : 생명이 탄생함

본유(本有) : 출생 후 죽음 직전까지의 생명

사유(死有) : 최후에 임종을 맞는 생명

중유(中有) : 죽은 후 다음 생의 몸을 받아 날 때까지의 영혼의 상태

중유 기간은 49일이며, 사후 7일마다 독경을 하며 명복을 빌고, 7번째가 되는 49일째에 천도재를 올리는 불교의례가 생겨남

 

우리가 태어날 때 즉 생유의 단계에서 이미 죽음은 생명 내에 잉태되어 있다. 생명과 죽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함께 공존하고 있다. 생사일여(生死一如)인 것이다. 따라서 죽음이 생명과 서로 갈등하고 투쟁하는 관계로 볼 필요도 없으며, 죽음을 저주하고, 죽음 때문에 절망하고,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생명 속에 죽음은 예정되어 있고 죽음은 필연적인 사실이다. 어떤 마을에 아기가 태어나 백일이 되었다. 부모가 가까운 친척과 친구 및 이웃 사람들을 불러 축하연을 열었다. 초대받은 손님들이 저마다 관상이 좋다”, “똑똑하게 생겼다”, “큰 인물이 되겠다는 등의 덕담을 해 주었다. 그런데 가만히 있던 한 사람이 갑자기 이 아이는 나중에 죽을 겁니다라고 한 마디 하였다. 부모가 화를 낸 것은 당연하다.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예의에 벗어난 일이지만 그가 의도하는 뜻은 죽는다는 진실을 피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이를 직시하며, 죽음을 준비하고, 따라서 좋은 업을 쌓으라는 취지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죽음을 인식할 때 우리는 현실 생활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자아 해방을 할 수 있다.

불교의 수행 방법 중에 염사(念死)라는 것이 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생활함으로써 속세의 이익에 대한 애욕을 떨쳐 내는 것을 의미한다. 로마시대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며, 죽음은 정해진 기한이 없고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불경에 죽음이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쉰 숨을 들이마시지 못하거나 들이마신 숨을 내쉬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죽음은 생명과 함께 공존하는 것이며,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며, 선한 업을 쌓고 좋은 인연을 맺음으로써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가르친다. 선한 업이란 항상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좋은 말을 하며,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죽음을 필연적인 사실로 받아들일 때 삶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고, 죽음의 슬픔과 공포를 극복하며, 삶을 보다 낙관적으로 영위할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진실을 깨우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