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뚝딱’ 무엇이든 만드는 사람, 장정식 씨
나무로 ‘뚝딱’ 무엇이든 만드는 사람, 장정식 씨
  • 장명희 기자
  • 승인 2019.05.20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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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조롱박을 만 개 정도나 다듬고 다듬어 전시하고 있다. 장명희 기자

나무로 무엇이든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다고 소문이 무성했다. 그 주인공은 장정식(70· 대구 달성군 하빈면)씨. 대구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전원주택을 찾았다.

도심을 벗어나 공기도 너무나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자연이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듯이 장씨 또한 자연의 품성을 닮았는지 바쁜 생활 속에서 취재에 기꺼이 즐겁게 응해주었다. 전원주택은 주택외관이 빼어날 정도로 아름답게 설계되어 있었다. 장씨의 아들이 건축 인테리어 사업을 하기 때문에 직접 설계해서 지은 집이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인지 아들도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예술적 감각은 타고난 것일까 만들어 지는 것일까 작품을 보고 감상하면서 작가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듣고 싶었다.

“삶의 무대에 예술의 배경은 삶 그자체이다.”

현관 입구에 환한 웃음 짓는 탈이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장명희 기자

-현관입구에 늘어선 탈들은 안동하회탈을 연상케 한다.

▶현관은 우리 집에 손님이 들어서자 제일 먼저 집안 분위기를 느끼고 누구라도 처음은 상쾌하고 밝은 기분이 들게 해야 한다. 웃는 탈들의 모습에서 순박하고 소박한 느낌을 들게 했다. 처음 보는 순간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오게 했다. 화난 사람도 이 탈을 보면 웃음이 넘쳐날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웃는 안동하회탈의 이미지를 연상케 했다. 역시 우리 전통 작품 속에서 웃는 모습은 개구쟁이 어린아이의 웃음 같고 정겹다. 이 탈을 보며 ‘웃으면 복이 온다’는 지나간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장씨는 늘 즐겁게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결실을 이제 맺은 것 같아서 삶 그 자체가 즐겁고 예술이라는 말을 했다. 열심히 살아온 모습을 작품속에서 느낄 수 있어, 작품을 보면서 지난 삶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었다.

느티나무에 걸린 조롱박 잎새들이 생명의 무한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 장명희 기자

-작품 활동의 동기는 무엇인가, 또 고목나무에 조롱박은 어떤 의미인가.

▶북성로에서 누구의 사업장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성실하게 사업을 하면서 돈도 너무 많이 벌 수 있었다. 그리고 종합복지관, 경로당, 장애인들은 물론 어르신들을 위한 물질적인 봉사도 많이 했다. 사업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너무나 바빴던 생활이라고 생각했다. 한가로운 전원주택에서 생활하면서 삶이 너무 무의미하고 단조로운 것이 마치 ‘고문’과 같았다. 역시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은 움직이면서 행복을 느끼고 보람을 느껴야 한다. 처음에 재미로 시작한 것이 작품이 하나 둘 씩 쌓이면서 예술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 것 같다. 작품 활동을 한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700년 된 느티나무 고목을 보면서 언뜻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여기에 조롱박작품을 만들어 잎으로 달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죽어서도 삶을 누릴 수 있는 생명의 고귀함을 담고자 했다. 잎을 보면서 새겨진 복(福)자에 복이 주렁주렁 열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그런 기복신앙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초가집은 어린시절 새들이 둥지를 틀던 것을 연상하여 만든 것이다. 장명희 기자

“소꿉친구 오빠와 동생에서 부부의 인연으로 ...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장밋빛 인생”

학의 모성애는 사람과 비슷한 것 같다. 장명희 기자

-학이 새끼를 위해 먹이를 먹이는 모습이 모성애를 느끼게  한다 ‘성스러움' 그 자체다.

▶지금 아내(채영자․68)와 어린 시절 논두렁에서 둘이서 뛰어 놀던 모습을 떠올리며 언뜻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저렇게 젖을 먹이게 될 거라는 생각. 꿈이 현실이 되었다. 꿈은 꿈꾸는 자의 몫인 것 같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아내의 지극한 신앙심 덕분인지 바르게 잘 자랐다. 모든 게 아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학의 아름다운 자태는 젊은 시절 너무나 고운 아내의 모습을 닮았다. 학의 모습은 내 자신도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여자라면 누구나 다 모성애가 있다. 가냘픈 철새를 보면서 더욱 그런 마음이 앞선다. 여자는 역시 아이를 품에 안고서 젖을 먹일 때 가장 성스럽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면서 성장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없이 쌓여 있는 장독들은 힘들고 배고팠던 시절,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한 것이다. 장명희 기자

-장독대를 빚은 것을 보면서 우리 고유의 멋을 느낄 수 있었다. ‘장독’이 사라져 가는 게 아쉽기만 한데...

▶장독을 만들면서 어머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어려운 시골생활에서 번듯한 장독 하나 마련하기가 무척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철없던 개구쟁이 시절 친구와 놀다가 어머니께서 너무나 소중히 여기셨던 장독을 깨고 말았다. 눈물이 핑돌았다. 어머니 마음이 어떠했을까 어린 시절 철없었던 그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돌아가신 후에야 그 마음을 헤아리는 아들이 되었다.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의 말씀을 귀에 듣고 흘렸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모든 것이 진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어른이 된 느낌이다. 이 많은 장독들을 돌아가신 어머니께 선물하고 싶다. 나의 진실한 마음을 담아 지난날의 잘못을 어머니께 용서받는 심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요즈음 우리 것이 사라져 가는 데 대한 아쉬움과 전통의 소중함도 알리고 싶다.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이다.

한달만에 뚝딱 완성한 탁자와 의자위에서 부부는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하곤 한다. 장명희 기자

-한 마을에서 결혼해서 잉꼬부부라고 소문이 무성하다.

▶어린 시절 함께 손잡고 뛰어놀던 순수하고 즐거웠던 추억들이 하나씩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떠오른다. 부부의 인연을 맺지 못했더라면 얼마나 살아가면서 서로가 그리워하면서 살았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 소나기가 올 때 지금의 아내가 개울물을 건너지 못해 등에 업고 징검다리를 건너 준 일이 있다. 그때부터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것 같다. 사람의 체온이 유난히 따뜻함을 느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따뜻함이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느껴졌다. 서로 감사하다는 말과 늘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만족하고, 모든 것을 좋게 받아주고 다독여주는 것.  부부의 사랑은 큰 것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것이 제일 소중하고 큰 것일지도 모른다. 말 한마디를 들으면서 그동안 살아온 부부의 사랑의 발자취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내가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학구열이 대단해서 그렇게 바쁜 와중에서 최고경영자대학원 과정을 마쳤다고 칭찬과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부부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칭찬하는 가운데서 성숙한 부부애를 느끼는 것 같았다.

-예술이란 무엇이며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을 알고 싶다.

▶자신의 힘을 가지는 즐거움 그 자체이며, 성취감과 만족감 자체가 예술이다. 대부분 진정한 예술가들은 생전에 풍요롭게 살지 못했다. 돈을 벌 목적으로 예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예술가가 살았던 시대에 예술작품이 인정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끊임없이 창작을 거듭한 특별한 노력들이 훌륭한 예술가를 만든다.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예술작품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견한다. 예술작품은 대중의 마음과 공감하고, 고통을 보다 더 잘 견디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데 있다. 예술은 인성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우리를 보다 도덕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래서 길을 지나가다가 불쌍한 사람을 보면 함께 어려움을 나누면서 도와주는 아름다운 품성은, 예술작품의 창작을 통해서 배운 뿌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진정한 예술인은 영혼을 불태우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유명한 예술인들의 삶이 평탄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 다가올 미래의 모습은 어떻게 그리고 싶은지.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이라는 책갈피에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담는다. 내 자신도 거기에 포함되는 일부분이다. 전원생활에서 오는 편안함과 안락함에 회의를 느끼며 삶을 주저했다. 무조건 노후를 편안하게 가는 것만이 최상의 방편은 아닌 것 같다. 재능만으로는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없듯이, 열정과 꿈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성숙한 인생의 가치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부지런함이 생명이다. 작품도 피나는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힘을 다하는 날까지 작품 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또한 내가 살아온 삶의 자취를 보여주는 작품 전시회를 가지고 싶다. 예술은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다. 나의 삶이 곧 예술이듯이 작품을 보여줌으로써 열심히 살아온 나의 작은 삶의 여운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것이 꿈이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온 몸에 파스를 바르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황혼의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그가 보인 삶의 열정의 바탕에는 풍부한 생활 경험이 자리하고 있는 듯 했다. 경험이 풍부하면 그 만큼 설득력이 있는 예술작품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작품들을 보고 감상하면서 현실 생활의 경험 없이 창조된 예술작품은 모래성과 같은 것으로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 예술 세계에 몰입해 땀 흘리는 작가의 창작 정신이 자꾸 발길을 붙들었다. 그가 열심히 걸어온 삶, 곧 예술이 언젠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더욱 많이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