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융프라우와 인간이 만든 아름다운 도시, 파리
알프스 융프라우와 인간이 만든 아름다운 도시, 파리
  • 이철락 기자 science79@edunavi.kr
  • 승인 2019.05.1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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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의 잿더미에서 재건되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중심으로

이번 여행의 화두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을 연이어 보면 각각 어떤 느낌일까’라는 것이었다. 인간이 만든 대표적인 아름다운 도시, 파리로 가기 전에 알프스 융프라우를 먼저 보러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갔다.

5월 1일 오후 1시 인터라켄 역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되어 만난 알프스의 설산과 폭포. 이철락 기자
5월 1일 오후 1시, 인터라켄 역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되어 만난 알프스의 설산과 폭포. 이철락 기자

인터라켄 역에서 유럽의 봉우리 융프라우를 향해 약 두 시간 가까이 가는 동안 두 번의 산악열차를 갈아타고, 한 번은 고산 적응을 위해 해발고도 3,150m의 아이스미어 역에서 5분간 내렸다가 다시 탔다. 산악열차의 창밖으로 펼쳐진 알프스는 별천지 같았다. 청정한 공기, 은백으로 이어진 눈 덮인 산맥 그리고 이따금 나타나는 고즈넉한 마을들은 눈에 담고 지우기 아까웠다.

5월 1일 오후 1시 융프라우로 가는 산악열차를 타고 내다본 창밖 알프스. 작은 마을이 고즈넉하다. 이철락 기자
5월 1일 오후 1시, 융프라우로 가는 산악열차를 타고 내다본 창밖 알프스. 작은 마을이 고즈넉하다. 이철락 기자

유럽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철도역인 융프라우요흐역(3,454m)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7초 만에 스핑스 전망대(3,571m)에 도착했다. 전망대에서 보는 알프스 만년설의 자연 경관과 알레취 빙하의 풍광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5월 1일 오후 2시 스핑스 전망대(3,571m)에서 내려다본 알프스. 이철락 기자
5월 1일 오후 2시, 스핑스 전망대(3,571m)에서 내려다본 알프스. 이철락 기자
5월 1일 오후 2시 스핑스 전망대(3,571m) 근처의 만년설. 이철락 기자
5월 1일 오후 2시, 스핑스 전망대(3,571m) 근처의 만년설. 이철락 기자

역구내에서도 'TOP OF EUROPE’이라는 브랜드 아래 쇼핑센터와 알파인 센세이션, 얼음궁전 등을 운영하며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Top of Europe’이라는 슬로건 아래 역구내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스핑스 전망대의 해발고도가 3,571m 임을 알려준다. 이철락 기자
‘TOP OF EUROPE’이라는 슬로건 아래 역구내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스핑스 전망대의 해발고도가 3,571m 임을 알려준다. 이철락 기자
5월 1일 오후 3시 여행 중 15년 만에 우연히 만난 제자가 스핑스 전망대에서 멀리 구름을 발아래 둔 채 즐거워하고 있다. 이철락 기자
5월 1일 오후 3시, 여행 중 15년 만에 우연히 만난 제자가 스핑스 전망대에서 멀리 구름을 발아래 둔 채 즐거워하고 있다. 이철락 기자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요우 전망대로 올라갈 때는 괜찮았으나, 관광을 마치고 내려올 때는 약간의 현기증과 두통을 알프스 중턱에 내려올 때까지 느꼈다.

인터라켄에서 1박 한 후, 프랑스 파리로 가는 오전 7시 41분발 테제베(TGV)를 타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서둘렀다. 제네바의 스위스 연방 철도(SFR) 역에 한 시간이나 이른 6시 30분에 도착하여 역사도 둘러보고 화장실도 가는 등 뜻밖의 여유 시간을 잠시 갖기도 했다.

5월 2일 스위스 연방 철도(SFR) 역사(驛舍)에 붙어 있는 벽 시계가 6시 40분을 가리킨다. 입구에는 ‘SBB CFF FFS’라는 글자 간판이 이색적이다. 이철락 기자
5월 2일 스위스 연방 철도(SFR) 역사(驛舍)의 벽 시계가 6시 40분을 가리키고 있다. 입구에는 ‘SBB CFF FFS’라는 글자 간판이 이색적이다. 이철락 기자

 

스위스 연방 철도(SFR: Swiss Federal Railways)는 SBB(독일어), CFF(프랑스어), FFS(이탈리아어)를 같이 붙여 사용하거나 따로 분리하기도 한단다. 다국어를 공용어로 선택한 스위스다운 모습이다.

역내 벽면 모니터가 ‘7시 41분에 떠나는 TGV 열차는 8번 홈(Voie)에서 탑승한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철락 기자
역내 벽면 모니터가 ‘7시 41분에 떠나는 TGV 열차는 8번 홈(Voie)에서 탑승한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철락 기자

 

제네바에서 프랑스 리옹 역까지 약 3시간을 날듯이 달렸다. 창밖으로 푸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며 심리적 안정을 준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서 보는 알프스가 약간씩 다르다는 것이 머릿속 잔상으로 남기도 했지만 파리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화재라는 재앙을 겪은 노트르담 대성당이 궁금해졌다.

국내에서도 매스컴마다 크게 보도했고 전 세계가 경악했던 노르트담 대성당 화재를 진압한지 2주 만인 5월 2일 현장을 방문했다. 비록 프랑스 국적을 갖지 않았거나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사라지는 인류 문화유산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활동한 탓에 배가 많이 출출한 상태여서, 파리 여행은 점심때 달팽이 요리로 시작하였다. 시장이 반찬인지라 더욱 맛있었던 프랑스식 빵과 달팽이 요리를 후딱 먹어치우고 시내 관광을 떠났다.

5월 2일 아내는 점심때 가장 먼저 나온 2인분 달팽이 요리가 입맛에 맞는다고 한다. 이철락 기자
5월 2일 아내는 점심때 가장 먼저 나온 2인분 달팽이 요리가 입맛에 맞다고 한다. 이철락 기자

 

파리에서 2박 3일간이면 루브르 박물관만 보는데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일 것이다. 화창한 날씨, 강변을 따라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강을 중심으로 발달한 도심을 먼저 살펴보고, 세느 강의 유람선을 나중에 타기로 했다. 파리에서 25년을 살았다는 현지 가이드의 안내는 파리를 효율적으로 관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산다운 산이 없는 파리는 세느 강을 기준으로 강북과 강남으로 나뉜다. 강북의 강변을 따라 파리 7대학, 소르본 대학 등 유럽 최대의 대학가가 약 3km 정도로 펼쳐져 있다. 파리 서쪽 가장자리에 나폴레옹이 전승기념으로 만든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약 2km를 힘차게 뻗은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차에서 내려 걷기도 했다.

5월 2일 오후 7시 콩코르드 광장에서 개선문 쪽으로 바라본 샹젤리제 거리. 자르고 다듬어서 만든 가로수들을 프랑스식 정원 형태가 이색적이다. 이철락 기자
5월 2일 오후 7시, 콩코르드 광장에서 개선문 쪽으로 바라본 샹젤리제 거리. 가로수를 깎고 다듬어 프랑스식 정원 형태를 조성하고 있다. 이철락 기자

 

개선문 교차로에는 12개의 도로가 있는 데 그중 하나가 샹젤리제 거리다. 가로수를 깎고 다듬어 만든 프랑스식 정원 형태가 이색적이었다.

5월 3일 10시 에펠탑에서 세느 강 북쪽 개선문 방향으로 본 강변 모습. 사진 왼쪽 높은 건물이 있는 곳까지가 파리 시내이며 개선문은 사진 중앙 뒤쪽에 작게 보인다. 이철락 기자
5월 3일 10시, 에펠탑에서 세느 강 북쪽 개선문 방향으로 본 강변 모습. 사진 왼쪽 높은 건물이 있는 곳까지가 파리 시내이며 개선문은 사진 중앙 뒤쪽에 작게 보인다. 이철락 기자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고 홍보하기 위해 세운 에펠탑에 올라 파리 시가지를 내려다보니 유명 건축물과 지형의 분포가 쉽게 이해되었다. 탑의 전망대에서 개선문, 콩코르드 광장,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뜨 언덕, 나폴레옹 무덤 등을 볼 수 있었다. 세느 강은 강변 주변에 아름다운 역사적 건물과 새롭게 건축된 독창적 건물들이 많기에 더 유명하다. 예컨대 유람선에서 볼 수 있는 루브르 박물관도 건물 자체가 문화재다.

서울의 1/6이라는 작은 면적에 1/5이 넘은 인구가 살지만, 산이 없는 평지인데다 고층건물 없이 도시 정비가 잘 된 덕인지 체감 인구밀도는 오히려 낮게 느껴졌다. 파리의 중심이 루브르 박물관이라 한다면 도심은 동쪽에서 발달하여 서쪽으로 확장되었다고 한다. 동쪽은 문화재가 많고 복잡한 반면, 서쪽은 주거지역이 많다. 남쪽은 현대적이지만 몽마르뜨 언덕이 있는 북쪽은 과거부터 달동네였으며, 선술집이 많고 교통도 불편하다. 서쪽의 개선문 근처와 북쪽의 몽마르뜨 언덕에 관광객을 겨냥한 소매치기가 특히 많다고 한다.

중세 프랑스 절대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은 행정구역 상 파리 밖에 있었다. 엄격한 X선 가방검사를 거쳐 들어간 베르사유 궁전은 공개하지 않는 방들도 많았다. 한국어 설명기가 있었지만 일정에 쫓겨 다 들을 수도 없었다. 두 시간 동안 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폭우를 만났다. 여름에 건조하고 동절기에 비가 많은 곳이라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5월 2일 오후 2시 베르사유 궁전을 입장하기 위해 두 시간 동안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폭우를 만났다. 이철락 기자
5월 2일 오후 2시, 베르사유 궁전을 입장하기 위해 두 시간 동안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폭우를 만났다. 이철락 기자

 

강 맞은편 자동차 도로에는 자전거 도로를 신축 중이었다. 기존 도로에서 한 개의 차선을 없애고 자전거 도로로 바꾸는 친환경(?) 작업도 한창이었다. 전국적으로 수백조 원을 들여 건축물과 동상의 시커먼 때를 벗기는 작업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5월 2일 낮 12시 기존 자동차 도로의 1개 차선을 없애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신축하는 공사 현장에 설치된 안전 펜스(사진 아래)와 가로수 사이로 재건축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간간이 엿보인다. 안전 펜스와 대성당 사이에는 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세느 강이 흐른다. 이철락 기자
5월 2일 낮 12시, 기존 자동차 도로의 1개 차선을 없애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신축하고 있다. 공사 현장에 설치된 안전 펜스(사진 아래)와 가로수 사이로 재건축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간간이 엿보인다. 안전 펜스와 대성당 사이로 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세느 강이 흐른다. 이철락 기자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도 이러한 보수공사 중에 발생했다. 화재 현장 주변은 이미 말끔하게 정리되었고 불탄 자리는 약 20억 유로(2.6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여 재건축한다고 한다. 1주일 만에 15억 유로가 성금으로 걷혔다고 하니 복구에 대한 열망이 가히 짐작된다. 몇 달 후에는 공사 모습을 흰색 덮개로 완전히 감싸버려 한동안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어쩌면 다시 보는 데 10년 넘게 걸릴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 시기는 적절한 것 같다.

5월 2일 낮 12시, 화재 때 뚜껑 부분만 타고 골조 구조는 살아남았기에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철락 기자
5월 2일 낮 12시, 화재 때 뚜껑 부분만 타고 골조 구조는 살아남았기에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철락 기자
5월 2일 오후 9시 세느 강 유람선을 타고 지나가면서 근접 촬영한 모습. 불탄 자리에 철골 구조를 쌓고 있다. 이철락 기자
5월 2일 오후 9시, 세느 강 유람선을 타고 지나가면서 근접 촬영한 모습. 불탄 자리에 철골 구조를 쌓고 있다. 이철락 기자

 

아이러니컬하게도 노트르담 대성당은 화재로 인해 새로운 유명세를 치른 탓인지 700명 이상이 탈 수 있는 유람선에는 관광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주로 외국에서 온 듯한 이들은 역사적 명소와 세느 강변의 아름다움을 함께 보면서 화마가 휩쓸던 참혹한 모습을 잠시 잊는 듯했다.

강북의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콩코르드 광장, 루브르 박물관, 파리시청을 지나 강 속의 시테섬을 돌아 나온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의 발상지인 이 섬 안에 있다. 섬을 돌아 강남의 강변에 프랑스 연구소, 오르세 미술관, 에펠탑의 순서로 역사적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늘어서 있다.

5월 2일 오후 9시 유람선은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가람들로 꽉 찼다. 관광객들이 멀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이철락 기자
5월 2일 오후 9시, 유람선은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로 꽉 찼다. 관광객들이 멀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이철락 기자
오후 9시 노트르담 성당은 세느 강의 섬 안에 있다. 30분 만에 빠르게 어둠 속으로 잠기는 공사 현장. 이철락 기자
오후 9시, 노트르담 대성당은 세느 강의 이테섬 안에 있다. 공사 현장이 30분 만에 빠르게 어둠 속으로 잠기고 있다. 이철락 기자

 

1980년에 42세라는 짧은 생을 마감한 미국 출생 샹송 가수 조다상(Joe Dassin)의 최대의 히트곡 오! 상젤리제(Les Champs-Elysees)의 첫 마디 가사처럼 낯선 이들에 마음을 열고서 샹젤리제 거리를 거닐었다. 예전의 상큼했던 노래에 약간의 무게감이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샹젤리제에는 해가 뜰 때, 비가 올 때, 낮이나, 밤이라도 당신이 원하는 것들은 뭐든지 있어”라는 그의 가사처럼 노르트담 대성당이 다시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첨단 기술이 파리에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였다.

에펠탑의 야경은 유람선을 타서야 볼 수 있었다.

5월 2일 오후 10시. 유람선을 타고 바라본 에펠탑 야경. 이철락 기자
5월 2일 오후 10시, 유람선을 타고 바라본 에펠탑 야경. 이철락 기자
5월 3일 오후 2시, 루브르 박물관 경내에 피라밋 구조의 출입구를 새로 만들어 지하까지 채광되도록 했다.
5월 3일 오후 2시, 루브르 박물관 마당에는 피라밋 구조의 출입구를 새로 만들어 지하까지 채광되도록 했다.

 

이튿날, 말로만 듣던 루브르 박물관에 왔다. 규모가 너무 방대하여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보고 싶은 작품을 찾기조차 힘들 정도다. 밀레 이전까지의 유물이 있는 루브르는 동선이 약 58km나 되며, 밀레 이후의 작품은 오르세 미술관에 있다고 한다. 비너스 조각과 달리, 모나리자 그림은 어떤 다른 사진이나 모조품으로 볼 때보다 실물 앞에서 더욱 감동적이어서 오랫동안 서서 바라보았다.

5월 3일 오후 4시 승리의 여신인 니케(NIKE) 동상. 이철락 기자
5월 3일 오후 4시, 승리의 여신인 니케(NIKE) 동상. 이철락 기자

 

머리 없는 두 날개를 가진 니케(나이키, NIKE) 조각은 17년 전 청소비로만 37억 원을 썼다고 한다. 이 조각은 BC 320년 경 대리석으로 만든 고대 그리스, 로마의 유물이다. 니케(NIKE)는 전쟁에서 제우스 편을 들면서 승리의 여신이라는 칭호를 듣게 된다. 니케의 이미지는 전쟁과 운동경기에서의 승리와 관련이 있다. 귀국하면 각종 운동경기에서 시합 전에 이 조각상의 모습이 당분간 떠오를까?

자연 그대로의 스위스 융프라우가 티 없이 청정함으로 충격을 주었다면, 프랑스 파리는 인간이 만들고 다듬을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전 세계를 비탄으로 몰아넣었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는 이제 재건 및 복원작업에 한창임을 볼 수 있었다.

2박 3일간 짧은 파리 여행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고 도버해협을 건너 런던으로 가는 유로스타 첫차를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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