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70세 은빛 실버 예술단의 효 잔치
평균 연령 70세 은빛 실버 예술단의 효 잔치
  • 오금희 기자
  • 승인 2019.05.15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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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방글 예술봉사단, 2009년 창단이후 위문 공연 꾸준히 지속해 와
"앓아 누워 있을 시간도 없어 ... 웃음과 행복 전하는데 최선 다할 것"

 

방글방글 예술봉사단 하모니카 연주에 어르신들이 어깨춤이 덩실덩실
방글방글 예술봉사단의 하모니카 연주에 어르신들이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고 있다.

 

“시아주버니, 형님 그리고 아우님 365일 어버이날만큼이나 행복하세요!” 라고 건네니

“곱고 예쁘다! 늙지 마라!”라며 화답한다.

이달 8일 오후 3시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동구 신암1동에 소재한 어르신 주간보호센터에서 흥겨운 효 잔치 한마당이 펼쳐졌다. 주간보호센터 입구를 들어서자 흥겨운 가락에 웃고 떠드는 소리로 왁자지껄하다.

유쾌한 웃음소리를 따라 들어가니 ‘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는 바치어 무엇 하나’ ♬♪♩~~ 덩~ 덩덩 더더더더 덩~기덕쿵타 굿거리장단에 맞춰 한바탕 잔치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날은 '방글방글 예술봉사단'이 효 잔치를 열어 드리는 날이다. 주간보호센터 내 무대주변은 ‘어버이 은혜 감사합니다’ 라는 빨간 리본이 달린 카네이션을 단 30여명 어르신들이 빙 둘러 앉아 예술단의 공연에 빠져 박수를 치며 흥에 겨워 어깨춤을 덩실덩실, 그야말로 효 잔치가 무르익고 있다.

평균연령 70세 로 구성된 방글방글 예술봉사단 10여 년 째 위문공연

방글방글 예술봉사단(회장 김필생· 82세)은 2009년 창단했다. 회원은 12명이며 평균 연령 70세로 구성된 실버 예술봉사단이다. 인생 오후 시간을 좀 더 화사하고 신명나게 나눔의 삶을 살고자 봉사단을 결성하게 되었다.

예술공연단 화관무 춤사위
예술공연단 화관무 춤사위

 

방글방글 예술봉사단원들은 하모니카, 가야금, 장구와 화관무 외에도 다양한 재능을 가진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0년 동안 매월 2회 동구 관내 주간보호센터에서 정기 무료 공연을 열고 있다.

이날 공연을 선사받은 입소자들은 비록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나이로 따지면 친구이자 인생 선후배 사이이다. 단원들은 봉사를 받아야 할 나이에 봉사를 펼치고 있다는 기쁨에 공연 내내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방음을 하려고 쓰레기통에서 계란 판을 찾다가 경비원에게 혼나기도

예술단 창단 초창기 에피소드는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공연을 위한 연습실이 따로 없던 시절, 아파트 실내에서 가야금과 장구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다보니 이웃 주민들로부터 많은 민원이 발생했다. 하지만 회원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지다 보니 쌈짓돈을 털어 방음장치까지 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던 중 한 회원이 회의를 통해 돈을 들이지 않고 방음장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계란 판을 벽에다 붙이면 방음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였다. 이에 사람이 뜸한 저녁시간, 단원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계란 판을 찾다 경비 아저씨들에게 혼이 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공연을 나가면 어르신들이 환하게 반기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에 모든 수고로움이 사라지고, 거기서 얻은 기쁨이 지금까지 봉사단을 이끌어 오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주택을 통째로 빌려주는 오종순 단원이 있어 연습은 무한정, 단원들 간의 정도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 회비를 조금씩 모아 대형 거울도 달고 무대의상이며 소품도 맘대로 가져다 놓고, 먼저 오는 사람이 밥과 찬을 해 놓고 기다리면 회원들이 시간을 정하지 않아도 하나둘 모여든다.

발그레 곱게 단장을 한 김필생 회장은 팔순의 나이가 무색하리 만큼 곱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이곳이 '자신들만의 천국'이라는 김 회장은 “아파서 앓아 누워 있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봉사하는 재미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며 봉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환영한다고 했다.

예술봉사단은 정기 공연 외에도 주민복지센터 등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단원들이 합심해서 웃음과 행복을 전해오고 있어, 어르신들 사이에서 '해피 바이러스 예술단체'로 입소문과 칭찬이 자자하다.

어버이날인 이날은 특별한 날인만큼 평소 공연보다 더 세심한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공연은 하모니카 연주와 오종순 단원의 지혜의 이야기, 화관무 이외에도 웃음치료와 가야금 연주 등 다양한 순서로 이루어졌다.

이날 첫 무대로 하모니카 선율로 ‘어버이 은혜’ 가 흘러나오자 모두 콧등이 시큰해지면서 공연장이 잠시 숙연해졌다.

오 종순 단원의 지혜 이야기 시간
오종순 단원의 지혜 이야기 시간
손 민정 총무님의 맛깔난 웃음치료
손민정 총무님의 맛깔난 웃음치료

 

하지만 숙연함도 잠시, 부모님의 지혜가 훌륭한 자식을 만들 수 있다는 오종순 단원의 '지혜 이야기'는 어르신들로부터 큰 공감의 박수를 받았다.

지혜 이야기에 이어 오감을 자극하는 '웃음치료'와 특히 장구장단에 맞춰 단원들이 '창부타령'과 '태평가'를 구성지게 부르자, 흥을 감추지 못한 어르신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흔들흔들 잔치분위기에 취해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태평가, 뱃노래 장구 타령
태평가, 뱃노래 장구 타령

 

치매검사는 단원 모두 100점

동구청 보건소에서 각 동마다 순회하는 '치매 검사'에서 예술봉사단원 전원이 만점 판정을 맞을 정도로 건강하다고 하신다. 권정순(73) 단원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없었지만 늘 가슴은 허전하고 텅 빈 것 같았던 시간. 그리고 그 허전함을 달래려 장구를 치고 민요를 불러 드리는 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자신이 더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며 어르신들이 찾아 주는 날까지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며 밝게 웃었다.

한편 정숙분(가명 ·91) 입소 어르신은 “매월 이렇게 봉사 와서 즐겁게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멀리 있는 가족 못지 않다”며 "곱고 예쁘다! 늙지 마라! "며 부러움과 당부의 말로 단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베풀고 나누니 덩달아 건강해지고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은빛 방글방글 예술봉사단의 공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