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경 시인, 담벼락에 옷을 입히다
곽도경 시인, 담벼락에 옷을 입히다
  • 노정희
  • 승인 2019.05.13 01:2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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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다 시를 그리는,
시를 쓰듯 그리는 벽화
곽도경 시인
곽도경 시인

예전에는 벽화를 숭고하게 바라보았다. 고분이나 사찰에 가야 볼 수 있는 벽화는 무언가 주술적인 느낌이 들었다. 어느 때인가부터 벽화마을이 생겨나고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관광지가 되었다.

오가다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를 보게 된다. 밋밋하던 시멘트 담장이 화사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그림의 내용에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동심으로 회귀한다. 벽화가 있는 곳은 일단 아름답고 즐겁다.

벽화를 그리는 시인이 있다. 곽도경(56. 성주군 가천면) 시인은 ‘시를 쓰듯’ 그림을 그린다.

시인으로서 각종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얼마 전에 시로써 ‘누리달 공모전 대상’을 받았고 ‘달성군 모범선행군민 표창’과 ‘대구구치소장 표창’도 받았다.

달성군 모범선행군민 표창
김문오 달성군수(오른쪽)에게 달성군 모범선행군민 표창을 받고 있다.

곽 시인은 달성군 건강마을, 금포1리 마을회관, 논공읍 북리 마을회관, 시지초등학교, 고령 딸기농장, 화원 늘푸른요양센터, 다사 문산리, 김광석 거리 등에 벽화를 그렸다.

 

대구구치소 벽화작업하는 봉사자들
대구구치소 벽화작업하는 봉사자들

-벽화를 그리게 된 동기가 있는지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학교 미술대회 때는 늘 수상을 했습니다. 가정 형편상 미술대 진학을 포기했다가 결혼 후에 서울디지털대학 회화과에 편입하여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김광석 길 다시 그리기 시민작가’로 선발되면서 벽화 그리기를 시작했고 현재 대구광역시 안에 여러 편의 벽화를 남겼습니다.

-벽화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달성군 화원읍 천내2리 마을 벽화작업을 함께 했던 부녀회장이 손수 뜨개질한 모자와 털목도리를 선물해 주어 감격했습니다.

금포1리 마을 벽화작업 때는 동네 할머니들을 불러 그림에 흰색 칠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들 마음대로 벽에 그림을 그려 놓아 무척 당황한 적도 있습니다.

-최근 벽화작업은 어디서 했는지요?

▶2019년 5월 11일 토요일, 대구구치소 담벼락에 ‘사회 친화적 대구구치소 만들기’ 벽화작업을 했습니다. 초여름임에도 기승을 부리는 뙤약볕 아래에서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붓을 들었지요. 대구구치소 직원과 교정위원, 대구사이버대 미술 심리학과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진 자리였어요.

봉사자들은 날이 더워서 두통과 요통을 호소했으나 완성된 벽화를 바라보며 모두 가슴 벅차했습니다. 구치소라는 특성상 따스하고 행복한 가족을 컨셉으로 벽화를 꾸몄습니다. 수감자나 그 가족이 벽화를 보고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고 앞으로의 삶은 부디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보았습니다.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벽의 변신은 무죄입니다. 벽화작업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나는 때때로 그림과 시를 혼돈할 때가 있습니다. 시로 그림을 그리고, 그림으로 시를 쓰기도 합니다.  저의 작은 재주가 세상 한쪽을 밝히는 빛이 되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통기타가 김광석을 끌고 골목을 걸어가요

그 발자국 밟으며 나도 걸어가요

골목은 온 종일 그와 노래하고

그와 골목 사이 슬쩍 끼어 나도 함께 노래해요

그가 벤치에 앉아 흐린 하늘에 편지를 써요

그의 어깨에 기대어 편지를 읽어요

카메라 렌즈가 그와 나를 냉큼 집어 삼켜요

사진 속에 박제된 그와 내가 제법 잘 어울려요

나는 지금

‘광석 앓이’ 중이에요

                       - 곽도경의 '방천시장2 / 광석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