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사도(沙島) 힐링여행
여수 사도(沙島) 힐링여행
  • 정신교 기자
  • 승인 2019.05.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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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모래 사장 위에 얼굴바위, 고래바위 등 기암괴석과 공룡 발자국 화석 유명

산우회 모임이 어느덧 스무 돌이 지났다. 세기가 바뀔 즈음, 중학교 동기회(25회)에서 시작되어 월 1회, 대구 근교에서 당일치기 산행을 주로 했다. 회원들이 나이가 들어 이제는 자락길, 둘레길 등의 가벼운 행로로 하루를 즐기고 있다. 산우회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4월 마지막 주말에 1박 2일 일정으로 여수 사도를 다녀왔다.

총무를 포함해 회원 8명(이오산우회)이 오전 9시 경 어린이 회관 앞에서 만나, 렌트한 밴으로 남행했다. 지리산 휴게소에서 잠시 볼일을 보고 다시 남하해 남원 IC를 통과, 여수 근교에 이르렀다. 맛집으로 소문난 나진국밥에는 이미 서너팀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기다려 두 팀으로 나누어 자리를 잡고 매콤한 콩나물 수육 국밥에 잎새주 두어 잔 씩 게눈 감추듯이 해치웠다. 세포삼거리를 돌아 해안에는 미리 예약한 고깃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연안의 섬들을 연결하는 웅대한 사장교 공사를 구경하는 사이 배는 아담한 사도(沙島) 포구에 닿았다. 인적이 없는 돌담길을 돌아서 민박집 툇마루에 배낭들을 던져 놓고 바닷가로 나서자 물길이 조금씩 빠져 나가고 있었다.

사도는 추도, 간도, 시루섬, 장사도, 나끝, 연목을 아울러서 일컫는 이름인데, 추도를 제외한 6개의 섬들은 실제 하나로 연결돼 있다. 본래는 무인도인데 임진왜란 때 성주 배씨가 정착하고 이후에 안동 장씨가 들어 와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어획량이 많아서 부자 섬으로 알려졌으나 사라호 태풍에 어선들이 모두 파괴되고 주민들이 대부분 섬을 떠났고 20여 가구가 남아서 민박, 해산물 채취, 고구마와 마늘 농사 등으로 생활하고 있다. 흰 모래 사장과 얼굴바위, 고래바위 등의 기암괴석과 백악기 시대의 공룡 발자국 화석, 연중 두어 차례 사도와 추도 사이의 바닷길이 열려서 생태 관광지로 유명하며, 여수 백야도에서 페리호가 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우리는 공룡 발자국 화석을 구경하고 쪽빛 바닷가에 서서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 떡시루 모양의 시루섬에서 얼굴바위, 용꼬리바위, 규화목 화석과 고래바위, 채석강 같은 주상 절리 해안 단층을 구경하고 민박집에 돌아 왔다. 고깃배 선장이 갑오징어 2 마리를 잡아서 횟감으로 손질해 반주를 겯들여 식사도 하고 오랜만의 정담도 나누었다. 학창 시절 악명 높았던 월요 조회를 비롯하여 월담 간식 구입 사건, 흡연 사고, 도시락 절취와 화장실 뒤의 혈투 등으로 떠들고 웃는 사이 밤이 깊었다. 두 방으로 나누어 잠자리에 드는데 난데없이 여수항에서 쌍고동이 울기 시작한다.

살그머니 빠져 나오니 밤바다는 조용하기 그지 없다. 마침 날이 밝으면 충무공의 476회 생신날이다. 수백 년 전에 공께서는 이 바다를 보시며 나라와 민족 생각에 잠 못 이루셨을 것이 아닌가?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의 지리적, 역사적 운명 앞에 별로 나아진 것은 없고, 외려 동족의 핵폭탄에 오천만이 목매달고 있을 따름이 아닌가? 공의 글귀인 ‘서해어룡동(誓海魚龍動), 맹산초목지(盟山草木知)’ (바다에 다짐하니 물고기와 용이 움직이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알더라)를 좌우명 삼아 몰두하던 젊은 때가 그리워진다. 바닷 바람이 센 탓인지 이명이 심하다. 돌아와서 몸을 눕히니 두서없는 이런 저런 생각들에 일장춘야가 화살 같다.

아침에 돌담길 사이를 돌아 동네를 배회했다. 마늘밭 사이로 간간이 노란 유채꽃이 소담스레 피었다. 언변 좋은 유명 정치인의 토크쇼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모든 일들에는 총량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할 만큼 한 것 같아요.’ 우리들 행보에도 총량이 있다면, 얼마나 더 갈수 있을까? 오늘 우리들의 발자국도 화석이 되어 남아 있을 것인가?

회를 치고 모아 둔 갑오징어 먹물을 넣은 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검댕이 묻은 얼굴과 손들을 서로 쳐다보며 즐겁웠다. 그리고 미역 한 두름씩 챙겨서 떠날 차비를 했다. 귀행길은 아쉽게도 수월했다. 무엇인가 열심히 비워 낸 탓인지 배도 차도 사람도 가볍다. 순천을 지나며 선암사를 얘기하고 진주와 통영의 먹거리에 입을 대는 사이에 길은 중부내륙으로 바뀌었다. 영남 알프스와 화왕산, 우포 늪과 남지의 산행들을 회고하면서 스타렉스 밴은 힘차게 현풍을 지나 달성터널을 통과했다.

우리들의 1박 2일이었다.

 

사도 시루섬
사도 시루섬
시루섬에서 일행
시루섬에서 일행
얼굴바위
얼굴바위
고래바위
고래바위
해안 단층
해안 단층
공룡 발자국
공룡 발자국
고깃배
고깃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