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보행 그리고 보행 환경
생활 보행 그리고 보행 환경
  • 정신교 기자
  • 승인 2019.04.2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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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도시, 보행친화도시
안전하고 편리하게 걷을 수 있는 권리

 

 

80년대 중·후반을 거치며 우리나라도 산업화와 경제 성장에 따른 마이카 시대와 함께 승용차 위주의 생활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21세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과 재난이 곳곳에 속출, 삶의 패러다임이 건강과 환경, 사회의 영속성을 지향하는 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문화로 바뀌었다. 또 서구식 식생활과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비만과 성인병 인구가 증가하면서 건강관리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레저 활동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를 만들고 국립공원과 명승지를 중심으로 특색있는 보행로들을 조성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팔공산, 대덕산, 신천 수변과 도심의 공원 등지에 산책로를 새로 단장하고, 담장 허물기 운동과 가로 녹화 사업 등을 실시해 도심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있는 추세다.

보행은 개인의 건강 증진을 위한 가장 손쉽고 경제적인 여가 활동으로서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일상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활동이라는 데 의미가 더욱 크다. 생활보행은 출퇴근, 등하교, 업무, 쇼핑, 사교 등 개인의 모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활동을 직접 수행하거나, 지하철과 버스와 같은 대중 교통수단을 연계하는 기초적 교통수단으로 휴식, 그리고 만남의 장과 같은 다양한 편의적 요소들이 수반돼야 한다. 또 목적에 따라 보행자는 이면도로와 주택가, 골목길 등의 지름길을 주로 이용한다. 그러므로 보행자의 통행과 주민 생활의 조화를 위해  배려와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하듯 본인의 출퇴근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낯이 익은 상인들의 나이가 많아지고, 또 어느 날 보이지 않았다. 시장에는 폐업이 속출하여 인적이 드물며 취학 아동들이 줄어 초등학교가 폐교돼 교육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이층집들이 열지어 있던 아담하고 평온한 주택가도 세입자용 원룸 빌딩들이 늘어서 삭막한 거리로 바뀌었다. 승용차들이 양 쪽 가장자리에 주차하는 통에 도로가 좁혀져 보행자들은 통행에 더욱 불편하고 때론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보행자 사망자 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2 배 이상 많으며 특히 대구가 다른 도시에 비하여 사망비율이 높다고 알려졌다.

근래에는 대로변으로 우회해 출퇴근을 하는데, 여기에서도 보행자들의 안전은 그닥 만족스럽지 못하다. 도로의 기본적인 소음도 거슬리는 정도인데, 무시로 들리는 엔진 가속 굉음과 경적 같은 파열음은 보행자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다. 자전거와 개인용 이동수단들과 공용으로 보도는 이분됐고, 과속하는 자전거들은 보행자들을 위축시키기 십상이다. 횡단보도에는 배달 오토바이와 자전거들이 어지럽게 대기하다 녹색등이 되면 냅다 내달린다. 겨우 한숨 돌려 돌아보는 검단 평야 너머 팔공산이 스모그로 인해 희뿌옇게 보일 듯 말 듯 하다. 걷고 싶은 도시, 걸을 수 있는 도시, 보행친화 도시(Walkable city)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중반 들어 시민단체들 활동으로 보행권이 제창되었고 2012년에야 비로소  ‘보행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보행권이란 ‘보행자가 쾌적한 보행환경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권리’이며 ‘쾌적한 보행환경’이란 ‘보행자가 통행하면서 접하게 되는 물리적 생태적 역사적 문화적 요소와 안전하고 쾌적한 통행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라고 법에 명시하고 있다.

생활보행의 장려를 위해 보다 개선되고 강화된 지역 사회의 보행환경과 이에 따른 법과 규정의 정비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