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에이지 골든라이프〕 문희갑 전 대구시장
〔골든에이지 골든라이프〕 문희갑 전 대구시장
  • 강효금 · 정양자· 조동래 기자
  • 승인 2019.04.22 07:4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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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누군가가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것은 오래 전에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강직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문 시장님.  조동래 기자
 길라잡이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문희갑 전 시장.    조동래 기자

어지럽고 혼란한 시기를 지날 때마다 길라잡이에 대한 열망은 강해진다. 이럴 때 지혜를 구할 참 어른이 있다면 우리의 삶도 더 나아지지 않을까? 

세 명의 대통령을 모시며 경제 관료로 오랜 시간 우리나라 경제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 대구 시민이 꼽는 대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그 이름 석 자에 붙는 ‘나무’라는 수식어까지. 한 문장으로 담아낼 수 없는 큰 사람, 문희갑 전 시장을 만나 후학들에게 후배 공무원들에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 시장님은 경제 관료로 오랫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져 오셨습니다. 시장님이 보시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지요.

▶ 우리나라는 단군 이래 최고의 번영을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제 위상은 GDP(국민총생산)로 보면 1위 미국의 20조 5천억 달러, 2위 중국의 13조 4천억, 3위 일본의 5조 7백억에 이어, 우리나라는 11위 1조 6천억 달러로 러시아보다 약간 많습니다. 우리는 잘 사는 경제대국입니다. 무역 규모로는 세계 5,6 위에 자리하고 있지요. 다만 미국과 중국, 일본의 강대국 사이에 끼여 많은 문제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의 환경을 받아들이고 잘 이용해야 합니다. 문화, 예술, 체육 분야는 세계가 놀랄 정도이지요. 조성진, 조수미, 방탄소년단, K-POP, 박세리, 박인비, 전인지, 최경주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는 뛰어난 국민입니다. 어떤 학자가 이야기했습니다. “나쁜 마음이 좋은 머리를 썩게 만든다” 고. 지식은 유한하지만 슬기와 지혜는 무한합니다. 한때 세상을 풍미하던 ‘ 칼 마르크스’나 ‘케인즈’ 경제학은 잊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험과 독서에서 오는 지혜와 슬기. ‘고전’이나 나이 많은 이들의 ‘경험’과 ‘체험’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유태인들은 ‘탈무드’를 통해 지혜와 슬기를 평생 배우고 있습니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아교육입니다.”

 

- 이런 지혜와 슬기는 어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우리와는 척지고 있지만 일본에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임진왜란 이전 일본은 전국시대였지요. 나가사키에 당시 해양강국이던 네덜란드의 상선이 들어오면서 ‘난학(서양 학문)’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기존에 우리나라를 통해 들어간 성리학이라는 ‘동양 철학’ 위에 ‘난학’이라는 ‘서양 철학’이 더해져 ‘사무라이(武士)’들이 학문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소총과 배를 만들어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켜 우리나라를 침입하게 됩니다. 일본의 본격적인 대외개방은 ‘메이지 유신(1868)’으로 시작됩니다. 당시 일본 지도자들은 ‘흑선(철선)’이 동경 앞바다에 들어온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들은 심사숙고하여 “죽더라도 문을 열자”고 하면서 260여 년간 이어온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리고 왕정체제를 세웁니다.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며 인쇄술이 발달하게 됩니다. 일본인이 만든 의학· 건축 용어를 우리나라와 중국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명치(明治) 정부는 서양의 기술과 제도· 문물을 받아들이고 일본 전역의 수재를 모아 의학은 독일, 문화· 예술은 프랑스, 상업은 영국과 캐나다로 수 년 동안 유학을 보내게 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토 히로부미도 그 중의 한 명이지요. 그렇게 큰 일류국가의 문물을 가져와 ‘일본화’에 성공하게 됩니다. 서양 문물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 것이지요. 일본 지폐에 새겨진 ‘후쿠자와 유키치’는 최고의 교육자입니다. 아무리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도 일본 국민들을 계몽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라고 하며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잡지와 신문을 만들고 일본 최초의 대학인 ‘게이요 의숙’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3~6세를 인격과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로 보고 ‘유아 교육’의 중요성을 주창했습니다.

 

“이 나라가 사는 길은 교육, 특히 가정교육입니다.”

 

- 시장님이 생각하시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인지요.

▶ 계속 일본을 예로 들어 미안하지만 일본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무릎을 꿇고 교육을 시킵니다. ‘이지메( 우리나라의 왕따와 유사)’를 당하지 않으려면 깨끗해야 한다. 정직해야 한다. 질서를 지켜야 한다. 남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마라. 네가 하는 일을 옳게 하라. 일본은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위생에 관련된 문제나 부실 공사가 없는 나라입니다. 어머니의 “네가 하는 일을 옳게 하라”는 가르침이 그 원동력이 된 것이지요. 우리는 옛날과 같은 가정을 복원해야 합니다. 어릴 때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부모의 과잉보호로 선천적으로 타고 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퇴보하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을 보십시오. 7살이면 독립합니다. 5~7세면 어머니가 ‘택배 보내기’를 시킵니다. 우체국에 가서 모든 절차를 배워서 자기가 직접 합니다. 아이들에 따라 빠르면 하루 반, 늦어도 일주일이면 해냅니다. 우리는 시키는 것은 잘 하지만 창의력이 부족합니다. 어머니들의 지혜와 슬기가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기를 살린다고 하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실내 공공장소에 뛰어다녀도 야단치지 않습니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입니다. 인구가 3억 3천만 정도 됩니다. 그 중에서 25~30%를 차지하는 ‘와스프(WASP 화이트 앵글로 색슨 프로테스탄트)’가 미국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와스프는 엄한 예절교육을 받습니다. 체벌도 마다하지 않지요. 그렇게 길러진 명문가의 아이들이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겁니다.

 

-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가정이 잘되어야 사회가 잘되고 나라가 선진화 됩니다. 가정이 건전하게 복원되어야 합니다. 여성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옛날의 어머니 세대처럼 모범적인 어머니의 역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시니어매일’이 주관하여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의 시골을 다녀보면서 그곳의 가정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직접 봐야 합니다. 그리고 감명 받은 것은 ‘시니어매일’에 실어 널리 읽혀야지요. 그것이 ‘시니어매일’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선생은 이야기합니다. “선진국일수록 시골이 잘 산다”고. 선진국의 시골에 가서 직접 보고 배워야 합니다. 우리 시골은 황폐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지식만 있고 지혜와 슬기, 인문학적 소양이 없어 ‘난개발 위주 행정’을 펼친 결과입니다. 선진국들의 시골 도로는 대부분 2차로입니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불평 없이 규정 속도를 지키며 자연을 보호하지요. 특히 바닷가는 놀랍도록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나간 여행객 수는 2천 9백만 명이고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사용한 비용은 129억 달러, 약 20조 가까이 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나가서 선진외국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배워 와야지요. 쇼핑에만 열중하지 말고 '참 모습'을 보고 와야 합니다.

 

“지금의 富는 앞선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 시장님은 세 분의 대통령을 모시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오셨는데요. 그 당시 이야기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 박정희 대통령이 1962년 경제개발계획을 세우고 세계은행의 문을 두드렸지요. 당시 세계은행 쪽에서는 농업 국가니 농업 쪽에 차관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평야가 드물고 천수답이며 강수량도 6~8월에 집중되어 있어 농업의 발전이 어렵다고 했어요. 우리는 당시 보존자원은 없지만 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아 우수한 인력이 많으니, 외국에서 원료를 수입해서 가공 수출하는 ‘수출주도전략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세계은행의 차관을 얻기 위해 자료를 내면 ‘현장 시찰’을 나옵니다. 그 당시 시찰 온 사람들은 주로 영국식민지였던(영어를 배운) 파키스탄, 인도, 실론(스리랑카) 사람이었지요. 경제 기획원 시절, 그 사람들이 오면 비행장에서 짐을 내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조선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접대하는 것까지. 말석에서 그들의 시중을 들면서 온갖 수모, 굴욕을 다 참아냈습니다. 자존심이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차관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의 富는 그렇게 만들어진 겁니다. 당시 고속도로를 만들 때에도 얼마나 반대가 심했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지요.

시장님 뒤로 보이는 나무가 국채보상기념공원에 있는 낙락장송이다.  조동래 기자
문 전 시장 뒤로 보이는 나무가 국채보상기념공원에 있는 낙락장송이다.    조동래 기자

“나무를 심는 이유는”

 

- 시장님을 검색하면 연관어로 나오는 것이 ‘나무’입니다.

▶ 제가 나무를 심는 것은 후손을 위해서입니다. 59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마치 천국을 보는 듯 아름다웠습니다. 여러 가지 발전된 모습이 너무나 많았습니다만 무엇보다 제일 탐나는 것이 숲이었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끝없이 펼쳐지는 푸르고 푸른 숲. 우리나라의 시뻘건 민둥산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박정희 대통령도 저와 같은 생각을 했기에 사방공사를 하고 ‘산림 녹화사업’을 맹렬히 추진한 것 같습니다. ‘유엔 산림 보고서’에는 당대에 민둥산을 푸른 산으로 만든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절대 녹화’에 온 힘을 쏟은 결과입니다. 전두환 대통령 때 일입니다. 광릉 숲에 간 적이 있습니다. 큰 나무가 우거져 있는데 손을 대지 않아 엉망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건의를 했지요. 광릉을 단장해서 초· 중· 고 수학여행지로 만들어 견학하게 하자고…. 그렇게 ‘산림박물관’과 ‘광릉수목원’을 만들었지요. 제가 대구시장으로 있으면서 쓰레기 매립장을 ‘대구수목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침출수가 나와서 안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지금 어떻습니까? 대구 시민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지요. 나무를 사랑할 줄 알고 나무를 알아야 합니다. 2·28 기념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경상감영공원 새 단장 등 모두 제가 조성한 것이지요. 대구는 항만도 비행장도 없습니다. 문화· 예술· 학문· 의료· 관광· 패션디자인 도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환경도시 건설에 전심전력을 다했습니다. 나무를 심고 공원을 만들고 신천에는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하는 등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지금 신천에 가보십시오.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광역시 한가운데 흐르는 하천은 광역시에 맡겨라.”

 

-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먼 미래를 보고 일해 오시면서 고초도 많이 겪으셨을 것 같은데요.

▶ 오수로 가득 차 있던 신천에 준설을 하고 폐수처리시설을 하고 나무를 심어 시민들의 산책공원을 만들었습니다. 금싸라기 땅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만든다고 많은 욕을 먹었습니다. 이제는 모두들 대구의 센트럴 파크라고 하지 않습니까? 대왕참나무 오솔길을 만들고, 달성에서 낙락장송을 가져올 때는 삼성 헬기를 빌려 운반했지요. 그 큰 나무를 덩이째 옮겨 운반할 때 시내에서 들리는 헬기의 굉음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여섯 그루를 가져왔는데 다행히 다섯 그루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금호강 고수부지를 살려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운동시설만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모든 대구 시민이 즐길 수 있도록 유실수 산수유를 심고 싶었습니다. 봄엔 노오란 꽃 산수유, 가을엔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는 약령시에 약재로 공급하고. 서재에서 인터불고까지 산수유를 심고 둑에는 개나리가 노랗게 드리워져 있다면, 고속도로에서 대구로 들어설 때 대구에 대한 인상이 확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투서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고수부지에 나무를 심는 것은 불법이라고 나무를 심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큰 홍수가 났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함이지요. 이것은 중앙정부에서 관여할 일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지요. 대구광역시 중심을 관통하는 국가하천은 시에 관리와 책임을 맡겨야 합니다.

 

“붓을 잡으면 최고의 무역가, 아니 최고의 밀수꾼?”

 

- 요즘 하시는 일은.

▶ ‘나무 가꾸기 운동’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나무는 비료· 약· 물만 잘 주면 잘 자랍니다. ‘시민 나무 한그루 갖기 운동’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생일, 특별한 기념일에 나무를 심고 나무에 명패를 걸어준다면, 아이들이 나무와 함께 자라서 그 나무를 본다면 뜻 깊은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또 숲 체험, 실기위주의 정원사 양성 교육도 여전히 진행하려고 합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남평 문씨 세거지를 단장하고 있습니다. 제실을 수리하고 연못과 목화밭을 만들었습니다. 목화씨를 중국에서 가져 온 문익점 선생은 ‘애민정신’의 상징입니다. 포은 정몽주와 함께 과거에 급제한 문익점 선생은 백성들이 헐벗고 추위에 떠는 것을 무척 가슴 아파했습니다. 그래서 붓 대롱에 몰래 목화씨를 숨겨 가지고 온 것이지요. 율곡과 퇴계 문집에도 선생의 애민사상이 언급되어 있고, 세종대왕은 선생의 애민정신을 높이 평가하여 그 후손은 살인 외에는 죄를 묻지 말며 대대손손 벼슬을 내리라 명했지요. 저는 선생의 동상을 목화밭에 만들어 한 손에는 붓, 한 손에는 책을 든 모습으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붓을 잡으면 뛰어난 무역가, 책을 잡으면 유명한 학자가 된다는 스토리텔링을 할 계획입니다.

 

문 시장님 책상 위에 있던 '메이지 유신' 관련 책과 문 시장님의 추천 도서   조동래 기자
              문 전 시장 책상 위에 놓인  '메이지 유신' 관련 책과 문 시장님의 추천 도서들.    조동래 기자

 

“활기차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비결은”

 

- 시장님의 독서량은 잘 알려져 있는데요. 시장님의 ‘독서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 책을 읽을 때는 정독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도 계속 책을 읽습니다. 김형석 교수를 보십시오. 100세인데도 수필을 쓰고 특강을 합니다. 문화· 예술· 학문· 경제 등에서 문명국가로 불리는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을 보십시오. 국민의 80~90%가 책읽기를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들을 문명국가로 만든 결정적 원인입니다.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교양 수준이 높아져 거짓과 진실을 구분할 줄 알고, 선과 악을 구별하여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주자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 했습니다. 책을 백번 읽으면 저절로 그 뜻이 드러난다는 말이지요. 저도 고등고시 준비를 하며 한 권의 책을 32번까지 읽은 적이 읽었습니다. 가난한 백성을 생각하며 육식을 멀리하고 독서와 산책과 사색만 하는 퇴계 선생에게 제자들이 선생님은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 물었지요. 그때 퇴계 선생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책을 많이 보면 책 속에 들어가 성인과 만나 대화하고 그 뜻을 배우니 얼마나 행복한가.”

저는 책을 읽을 때 색깔 있는 펜을 사용합니다. 처음에 읽을 때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은 노란색으로 줄을 긋고, 다음에 노란색 부분을 읽으며 다시 와 닿는 것은 분홍색으로, 다음에는 초록색, 또 그 다음에는 파랑색, 마지막에는 빨강색으로 줄을 긋습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는 수첩에 빨강색으로 칠한 부분을 옮겨 적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읽고 또 읽습니다. 그렇게 하여 책이 ‘나의 지식, 나의 것’이 되는 것이지요.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나라는 봉사와 후원에 인색합니다. 돈은 벌지만 쓸 줄을 잘 모릅니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카네기는 대부분의 재산을 기부하고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빌 게이츠 재단만 보더라도 질병을 연구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등 전 인류를 위해 자기재산의 90% 이상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것은 이런 ‘후원문화, 기부문화’에 있습니다. 우리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후원사업’에 동참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병원 등이 세워졌으면 좋겠습니다.

 

‘크다’라는 말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와 닿는 시간이었다. ‘큰 어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며, 특별한 만남의 울림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며 사라질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