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보행
나의 생활보행
  • 정신교 기자
  • 승인 2019.04.15 22:2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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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더불어 걷는다는 것은 ... 담장을 넘는 꽃과 나무들에 눈길을 주거나 환경과 생태 보존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행위이기도

해마다 이맘때면 자동차보험 갱신을 독려하는 전화가 걸려 온다. 주행 거리에 따라 보험금 일부를 환급받는데, 올해는 거의 20% 이상을 돌려받게 되었다. 지난해 주행거리가 5km 미만으로 삼십여 년 동안 가장 적었다. 승용차 한 대로 아이들 등하교와 출퇴근과 출장, 가사 및 주말 나들이 등에 아내와 교대로 이용하여 오다가, 십여 년 전에 직장 근처로 이사를 하면서 걸어서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장성하여 저마다 생활하게 되어 자연스레 승용차 이용도 줄었다.

아파트 단지를 나와서 대로를 건너고, 재래시장을 지나면 길게 이어진 주택 단지가 나온다. 담장을 넘는 꽃과 나무들에 눈을 주고 엄마 손을 잡고 아장거리는 꼬마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십여 분 걸으면 직장이 나온다. 상쾌한 바람에 잠시 땀을 식히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점심 시간의 산보와 퇴근길을 포함하면 하루에 만보가 조금 못 미치는 보행을 하게 된다. 그동안 출퇴근길에 하루를 계획하고 정리하고 반성하고, 큰 병치레 없이 직장을 다니게 된 것이 모두 열심히 걸어 다닌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적당한 속도의 보행은 테니스와 수영과 같은 운동에 못지않게 에너지를 소모해 식욕을 돋우고 비만을 억제한다. 걸으면 뇌에 혈류가 원활해지며 신경전달물질이 활성화되어 기억력과 사고력이 왕성해진다. 동서양의 사상가와 철학자들이 도보로 여행하면서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완성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루소는 보행에는 나의 생각에 활력과 생기를 부여하는 그 무엇이 있다. 내 몸이 움직이고 거기에 내 정신이 담긴다. 상쾌한 공기와 자유로움, 건강함, 해방감, 그런 모든 것들이 내 영혼을 깨끗이 해준다.’ 라고 했다. 일본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하루에 5천보 이상을 걷는 고령자들의 치매 발병률이 유의적으로 낮았다고 한다.

생활보행은 환경과 생태 보존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가로수 한 그루가 연간 약 36g의 미세먼지를 흡수하는데 거의 47그루 분량의 미세먼지를 경유차 1대가 배출한다고 한다. 보행과 대중교통 이용은 그만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여서 지역 사회의 생태와 환경 개선에 이바지하게 된다.

 

야설(夜雪)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길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조심해서 걸어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이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후세 사람이 걷는 길이 된다.

 

누구보다 조국과 민족의 장래를 염려하시던 백범 김구 선생께서 애송하시던 고시이다.

하루 만보의 일정을 끝내고 가족과 나누는 즐거운 저녁 식사에는 선진 시민으로서의 긍지와 보람도 곁들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