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장수 노인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가 씹는 능력을 잘 유지해 영양을 골고루 섭취한다는 특성이 있다.‘씹기’는 의학 전문 용어로 저작(咀嚼)이라고도 하는데, 저작 기능 강화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음식물 섭취와 직접 관련이 있다. 씹기는 음식물을 잘게 잘라 소화와 영양섭취에 영향을 주고, 신경자극을 통한 감각기관의 조절 및 장기 활동의 촉진에 도움을 준다.‘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어떤 음식이든 씹어야 맛이 나고 소화도 잘되어 건강해진다. 그래서 현대에 들어서는 복(福)에 대한 개념이 확장되어‘치아의 건강’도 인생의 중요한 복 중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
최근 씹기의 일환인‘껌 씹는 행동’이 뇌 활동에도 도움을 주며, 치매를 예방하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준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 의해 밝혀지면서, 껌을 이용한 씹기 효과가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껌을 씹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불안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또한 씹기운동은 두개골 바닥의 신경망을 자극해 각성도를 높인다고 한다. 껌을 질겅대는 동안 뇌혈류가 25~40%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집중력 싸움인 골프에서도 세계적인 남녀 프로 선수들이 껌을 씹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운동선수들이 껌을 씹는 이유로는 긴장감 해소도 있지만 집중력 향상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껌 씹기의 효과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침샘 분비가 줄어든다. 입 마름이 심해 구취가 나고,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잘 안 된다. 또 세균 번식으로 치주염도 늘어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무기는 바로 껌이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껌 씹기의 효과들을 알아보자. 첫째,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이 된다. 10분 이상 껌을 씹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감소하여 불안감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나쁜 감정이 누그러지게 된다. 둘째, 소화와 배변 활동에 도움이 된다. 껌을 씹으면 타액 분비와 소화액 분비를 촉진 시켜 소화에 도움을 주고, 장 기능을 활발하게 촉진하여 배변 활동에도 도움을 준다. 셋째, 치석 제거 및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껌은 타액 분비를 돕고 구강 내의 산성화를 막아주기 때문에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다. 넷째, 입 속 건조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입 속에 침이 마르고 건조하면 체내 병원균이 침투하기 쉬워진다. 껌을 씹으면 씹지 않을 때보다 10배가량 침 분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입 속이 쉽게 건조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섯째,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껌을 씹으면 뇌 혈류량이 증가해 뇌 기능을 향상시키고, 기억력이 높아진다. 또한 공간 인지능력을 개선하고, 뇌경색을 예방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여섯째, 각성 효과가 있다. 껌을 씹으면 집중력 향상은 물론 각성 효과가 있다. 일곱 번째,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식사 전 껌을 씹으면 공복감이 줄어들고 달콤한 음식에 대한 식욕도 줄어든다. 그러나 껌을 씹을 때 주의할 점은, 한쪽만 씹게 되면 안면 비대칭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균형 있는 껌 씹기가 중요하다.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껌 씹는 소리에 조심해야 한다.
이처럼 껌 씹기가 저작 기능 강화, 타액 분비 촉진, 소화액 분비 촉진, 장폐색증 감소, 이 닦기 및 치석 제거 효과, 불안감 해소, 뇌기능 활성, 집중력 향상 등에 효과가 있고, 심지어 역류성 식도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하니, 껌은 이제 노인들의 기능 진단의 도구이자, 손쉬운 영양소의 공급처인 셈이다. 씹을 수 있어야 그 힘으로 걸을 수도 있다.
“우리 껌 좀 씹을까요?”
김창규 대구중구노인복지관장·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