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한 명이 일 년에 섭취하는 라면의 개수는 약 77개, 전 세계인이 한 해에 소비하는 라면은 약 1,200억 개에 이른다. 현대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라면은 3분이면 후루룩 먹을 수 있는 간편함과 늘 보장된 안정적인 맛으로 이렇게 전 세계인의 먹거리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도쿄 요코하마에 위치한 컵라면 뮤지엄은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창립자 안도 모모후쿠의 연대기를 바탕으로 라면의 탄생과 지금까지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뮤지엄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식품, 라면의 시작은 동아시아의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 한다. 전후 국민들의 주린 배를 값싸게 채워준 고마운 먹거리에서 현재는 전 세계의 문화와 입맛에 맞춰 다양하게 개발된 식품의 한 분류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세계를 넘어 우주식품으로까지 전파된 라면은 인류와 식품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요코하마는 한국으로 치자면 인천 부근에 해당하는 항구 도시로, 근대화 시기 많은 문물을 들여왔던 일본의 교류 창고였다. 그 항만을 바라보는 위치, 일본 최대의 식품 회사 닛신의 컵라면 뮤지엄이 자리하고 있다. 컵라면 뮤지엄은 세계 최초로 컵누들을 개발한 닛신의 컵라면을 주제로 컵라면의 역사와 그 영향력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발명 이래로 지금까지 개발된 각국의 수많은 라면을 만나볼 수 있다. 벽면 가득히 들어선 제품 패키지를 살펴보며 시대의 변천에 따른 라면의 역사는 물론, 신라면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국가별 대표 라면들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1958년 발명 이래로 전 세계로 전파된 라면은 다양한 식문화를 받아들이며 수많은 맛으로 반주하게 되었다.
이렇듯 전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은 라면, 그 시작은 한 개인의 작은 발명에서 비롯되었다. 일본 닛신식품 창업자인 안도 모모후쿠는 대만 출신의 사업가로 1958년 미군이 구호품으로 지급한 밀가루를 활용해 치킨라멘을 개발, 이어 1971년에는 컵 형태의 라면 완제품에 물만 부어 바로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컵라면을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 이 발명의 역사는 아시아의 현대사와 맥을 함께 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비행사 역시 우주 공간에서 라면을 맛있게 먹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전후 굶주리던 이들에게 소중한 양식이 되어주었던 라면은 이제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우주 비행사들에게도 영양분을 제공하는 먹거리로 인류 역사의 순간을 함께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