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날 일만 보 걷기
광복절 날 일만 보 걷기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4.08.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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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완전한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져야 광복, 윤석열 대통령 경축사

오늘은 광복절이다.

여느 때처럼 아침에 베란다의 유리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아파트 단지에 태극기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태극기를 게양하는 일에 무심했는데, 올해는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탓인지 국기를 달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다.

오후에 시내 구경도 할 겸, 시내 서점가를 둘러볼 생각이다. 버스를 타고 나갈까 하다가 찜통더위에 걸어가면서 국기 미게양도 반성하고 광복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로 했다. 평소 일주일에 두어 번 만 보 걷기를 하고 있지만 이번 여름에는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공거사가 된 지도 몇 해가 지났지만, 동네가 지하철역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주로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칠성시장역으로 거의 4km 정도를 걷거나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오후 2시가 좀 지나서 산격동 아파트를 나서서 연암공원을 지나고 도청교에 이르니 땀으로 목욕을 한 듯하다. 갑자기 소방차 몇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리를 돌아서 북쪽으로 올라간다. 백로와 왜가리들이 놀란 듯 목을 길게 빼고 뭉게구름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을 쳐다본다. 햇볕이 쨍쨍한 고수부지에는 사람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뙤약볕을 등에 지고 한참 올라오니 신천대로 고가다리 그늘에 시니어들이 소복이 모여있다. 저마다 부채를 하나씩 들고 장기, 바둑을 두거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청과물시장을 지나서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지하철 전동차는 만원 수준이다. 반월당역에 내려서 한참을 헤매어 출구를 찾아 동성로로 나왔다.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반월당역은 출구가 23개로 우리나라 도시철도 중 가장 많다. 거리의 카페마다 아이스커피를 찾는 남녀노소로 북적인다. 젊은이들은 더위도 안 타는지 손들을 꼭 잡고 거리를 활보한다. 상점마다 열어놓은 출입문 사이로 찬 공기가 불어와서 잠시나마 땀을 식혀주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젊은 부모들이 서점에서 책을 찾고 읽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김훈 작가의 수필집 ‘허송세월’이 종합베스트셀러 목록의 상단에 보인다. ‘여태껏 나도…?’ 하는 의구심이 갑자기 들어서 당혹스럽다. 산문집 두 권을 사서 다시 칠성시장역에 왔다. 해도 제법 서쪽으로 기울고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온다. 잠수교를 건너고 인접한 경북대 구내를 가로질러서 아파트에 들어서니 1만 5천 보가 넘었다. 다리는 뻐근해도 가슴은 뿌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제79회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완전한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져야 광복이 실현된다고 밝혔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통일과 광복에 미약하나마 작은 힘이라도 보탤 것을 새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