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섬유의 제왕, '시래기'
식이섬유의 제왕, '시래기'
  • 노정희
  • 승인 2019.04.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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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에게 좋은 '묵은 시래기'
들깻가루 푼 시래기국
들깻가루 푼 시래기국

지난가을 김장철에 배추와 무청 시래기를 말렸다. 정월 보름이 지나자 묵은 나물 음식도 시들해져, 남은 시래기를 데쳐서 냉동실에 보관했다.

시장에 들르면 계절에 상관없이 푸성귀가 흔하다. 그래도 가끔 묵은 맛이 그리워진다. 아무리 싱싱한 채소라 해도 국이나 찌개의 깊은 맛을 내는 데는 묵은 시래기를 따라오지 못한다. 특히 말린 시래기에는 푸성귀보다 식이섬유가 다섯 배 정도 높다고 한다. 칼슘도 풍부하다니 뼈가 약해지는 중장년층은 일부러라도 챙겨 먹어야 할 음식이다.

시래기를 손질할 때는 부서지지 않게 조심해서 다룬다.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상태라면, 봉지 자체에 물을 부어 입구를 묶어둔다. 시간이 지나면 물기 먹은 시래기가 눅진해진다. 하루 정도 잊어버리고 있다가 다음날 삶아도 된다. 물에 담근 시래기에서 나온 탁한 물을 버린 후, 푹 삶는다. 어설프게 삶으면 질겨서 먹는 데 불편하다. 빨래 삶듯이 푹푹 삶는 게 좋다. 부드럽게 삶긴 시래기는 겉 부분의 막을 벗겨낸다. 식감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시래기는 부재료이지만 주재료를 밀어내기도 한다. 특히 고등어 찌지는 데 넣으면 간이 잘 밴 시래기가 주인공이 된다. 육개장에 시래기가 빠지면 그 또한 밍밍하다. 된장국에도 시래기만 한 게 없다.

멸치로 육수 만들어 된장을 풀었다. 시래기를 넣어 푹닥푹닥 끓이다가 들깻가루 넣었다. 시래깃국, 이보다 간편할 수는 없다. 이런저런 레시피 볼 필요도 없다. 고기를 넣든 생선을 넣든, 음식 만드는 사람의 자유다. 시래기 음식은 간만 맞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