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빛은 아침보다 황혼이 더 찬란하다
인생의 빛은 아침보다 황혼이 더 찬란하다
  • 배소일 기자
  • 승인 2024.06.03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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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을 찾아 밖으로 나가라

우아하게 늙는 것은 노인이면 누구나 바라는 이상이지만, 병고(病苦)와 빈고(貧苦) 고독고(孤獨)와 무위고(無爲) 등 바라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오게 된다. 여기다 노년이 되면 젊은 때의 욕심과 고집의 유혹을 뿌리칠 줄 알아야 함은 '노욕'(老慾)은 곧 노추(老醜)와 직결된다는 의미에서 노욕이 5고(苦)로 더 추가된다. 

​일본의 주부들은 직장에서 정년 퇴직을 하고 집안에 죽치고 들어앉은 늙은 남편을 ‘오치누레바'(濡れた落ち葉)라고 부른다. 정년 퇴직 후의 남편을 부인이 밖으로 쓸어내고 싶어도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젖은 낙엽’이라는 뜻이다. 당사자인 우리 노인들에게는 심히 모욕적인 표현이다. 노령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젖은 낙엽’ 신세의 노인들은 앞으로도 대폭 늘어나게 될 것이다. ​

​세계적으로 덕망이 높은 존 맥아더 목사는 " 단지 오래 살았다는 것 만으로 늙은 것은 아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말년에 꿈마저 저버린 사람은 대신 마음의 주름살이 생길 것이기에, '지금도 할 수 있다’ 는 꿈까지 버려서는 안된다"고 했다.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이자 올해 105세를 맞은 김형석 교수는 2022~2023년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두 권을 펴낸 가운데 최근에는 신간 '김형석, 백년의 지혜'를 출간하는 등 지금까지 100 여권에 가까운 저서를 발간했다. 상당수의 책이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로 주목 받고 있고 지금도 여러 단체의 강연 활동에 여념이 없는 존경을 받는 어른이시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최정수 씨(91)는 현재 산업안전협회 의사로 재직하며 대구 성 김대건 성당의 원로 신자로서 합창단을 지휘하는 등 직접 성가를 부르기도 한다. 지난 달 1일에는 고향 인근 밀양 명례 성지에서 사비로 성모상을 지어 가족 묘원을 조성, 축복식을 가지기도 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그의 얼굴은 항상 용안이다..

​지역의 시니어매일 신문에는 평균 연령 70세의 기자 103명이 필진으로 재직, 유익한 기사 작성에 리즈시절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하며, 각각의 사내 동아리 모임에서도 교유한다. 한마디로 '훠잇! 늙음은 저리 가버려' 모임이 된 것.  ​

​일본의 100세 시인 할머니 ‘시바다 도요’ 는 99세에 기념비적인 '약해지지 마'라는 시집을 발간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살아 있어 좋았어, 살아 있기만 해도 좋은 것이니 약해지지 마’라는 내용의 시는 노인들의 삶에 큰 용기를 주고 있다. 

​아무 일도 하는 일이 없이 하루를 보낼 때 느끼는 따분함에서 오는 무료한 고통(무위고)에서 벗어나란 조언이다. ​​남은 인생 여정을 살아갈 우리 노인들도 국가나 사회가, 자식들이 무엇을 해주기 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엇인가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노인들에게 엄숙한 충고를 던진 것이다.

​"​​​나는 안 돼, 나는 이제 쓸모없는 늙은이야" 따위의 푸념은 자신을 스스로 매장하는 짓이다. 꿈까지 잃게 되면 '젖은 낙엽’ 신세로 전락해 외롭고 긴 인생 여정의 막다른 길로 내몰리게 된다. 

노인들이시여! 늙었다고 절대기죽지 말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자​인생의 빛은 아침보다 황혼이 더 찬란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