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행복
할아버지의 행복
  • 이원선 기자
  • 승인 2019.04.11 14: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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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함께 축제장을 찾은 할아버지
소와 할아버지, 이원선기자
소와 할아버지, 이원선기자

사진을 즐기는 나는 가끔 축제장을 찾는다.

지난해 가을날 토요일을 기해 어느 축제장을 찾았고, 한 할아버지와 동리사람과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고는 행복의 조건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리사람 : 할아버지 그간 안녕하셨는교?

할아버지 : 이 누군가 자네구먼. 그래 잘 있제!

동리사람 : 근력은 어떠하신교? 여전하제요?

할아버지 : 하뭐 근력이야 아직은 그럭저럭하니 이래 나와 봤제!

동리사람 : 연세에 대단하시니더! 자제분들도 다 잘 지내고요?

할아버지 : 아들 셋이 다 박사야! 걱정 없제!

동리사람 : 예 글니껴? 할배는 아직도 농사 짓니껴?

할아버지 : 그럼 지야제! 전답이 60마지기나 되는데 손을 놀릴 수야 있나!

동리사람 : 아들 셋이 다 박사에다 그만한 전답이면 행복할씨더!

할아버지 : 행복?

동리사람 : 예 그만하면 행복할씨더만은요?

할아버지 : 행복! 나는 행복 안해!

동리사람 : 왜요. 마판 행복할따마는요!

할아버지 : 그케 그게 우리 할망구가 없어 그래. 그래서 나는 행복 안해!

 

부부는 모자라는 반쪽을 채워주는 비익조 같은 존재다. 많이 배웠다고 고지식할 수도, 많이 번다고 우월할 수도 없는 수평적인 관계다. 하지만 요즈음은 부부싸움과 이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그런 요즈음을 감안한다면 할아버지의 재산이 많아도, 자식이 잘 되어도 할머니가 안 계셔서 행복하지 않다는 하소연이 예사롭지가 않다.

조금 참고 양보하며 크고 작은 허물은 덮어주며 친구처럼 애인처럼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가는 길이 진정한 부부의 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