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새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데
(6) 새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데
  • 김교환 기자
  • 승인 2019.04.10 22: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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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열대림 원주민들은 아주 특이한 방법으로 원숭이를 잡는다고 한다. 나무 상자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견과류를 넣고 작은 구멍을 뚫어 놓는다. 손을 넣어 견과를 움켜쥔 원숭이는 구멍에서 손을 빼지 못하고 사냥꾼에게 잡히고 만다. 이는 손에 들어온 것은 절대로 놓지 않는 원숭이의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쥘 줄만 알고 펼 줄 몰라 자기 욕심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 어디 원숭이 뿐일까?

우리가 때로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움켜 쥔 채 끝내 손을 펴지 않아 크게 후회하거나 나락으로 떨어지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세상사 모든 비극이 어쩌면 쥘 때와 펼 때를 못 가려서 일어나는 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나이 들면 얻어지는 것 보다는 버리는 것 즉 대체적으로 모든 것이 줄어드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줄지 않고 그대로 있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소유욕, 명예욕, 재물 욕, 권력욕 등의 욕심이다.

욕심은 욕망과도 다르다. 욕망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가 있지만 욕심은 갖고 싶은 것은 많고 주고 싶은 것은 적은 모순된 욕구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갖고 또 갖고 끝없이 가져도 만족을 모르는 유일한 동물은 이 세상에서 우리 인간뿐이라고 한다.

특히 무엇을 가져도 만족을 못하는 그래서 항상 목말라 하고 무엇이든 큰 것을 그리고 많은걸 바라는 것이 현대인들의 공통된 병이다. 적당한 욕망과 욕구는 필요하지만 탐욕이야말로 인간을 꼼짝 못하게 얽어매고 병들게 한다.

환갑을 넘겨 시니어가 되면 이제 몸을 가볍게 할 때도 되었다. 높이 나는 새는 자기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많은 것을 버린다. 심지어는 뼛속까지도 비우는데 사람들은 채우기보다 버리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김홍신은 ⌜인생사용 설명서⌟에서 사람은 대나무처럼 살아야 한다고 했다. "대나무가 가늘고 길면서도 모진 바람에 꺾이지 않는 것은 속이 비었고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속이 빈 것은 욕심을 덜어내어 가슴을 비우라는 뜻이다. 또한 사람마다 좌절, 갈등, 실수, 실패, 절망, 아픔, 병고, 이별 같은 마디가 없으면 우뚝 설수가 없다는 것이다. 욕심을 채우고 또 채우면 결국 막다른 골목에 홀로 서 있게 된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비집고 들어갈 수 있으며 빈자리가 있어야 누군가 앉을 수 있다.”고도 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채우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버리는 일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가. 무겁기만 했지 쓸모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야 할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 처지 내 분수에 만족할 줄 알고, 적당히 버려서 내 몸을 가볍게 하는 바람직한 노후의 삶을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