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개봉 영화 "로망" 리뷰
4월의 개봉 영화 "로망" 리뷰
  • 김병두 기자
  • 승인 2019.04.10 12: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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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우리에게 다가오는 피할 수 없는 현실, 당신의 로망은 무엇입니까?
로망 포스터
'로망' 포스터

 

봄비 내리는 4월, 치매에 걸린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이창근 감독의 영화 로망을 보러 영화관을 찾았다. 오후 2시의 극장 안은 6070대의 어르신 30여 명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최근 100세 시대를 맞아 치매를 소재로 다룬 영화와 드라마를 자주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도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님이나 친척을 둔 사람들이 많다. 이제 치매는 노인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현실로 다가온 질병이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삶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영화는 결혼 45년 차인 개인택시 기사인 75세 조남봉(이순재)과 아내인 71세 이매자(정영숙)가 치매에 걸리면서 시작된다. 부부는 매일 매일 기억이 흐릿해져 가지만 그동안 살기에 바빠 잊고 살았던 서로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 주면서 행복해 한다. 하지만 치매는 본인들뿐만 아니라 백수인 아들 부부의 갈등까지 가져오게 되고,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해 부부는 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바다가 보이는 해변에서 아내는 세상을 떠난다. 남편은 죽은 아내를 태우고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끝장면은 자살을 암시하지만 관객의 상상에 맡겨져 있다. 영화가 상영되는 중간 중간 기자도 목이 메여 눈물을 흘렸고 관객들도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였다. 젊은 시절 이매자가 조남봉에게 로망이 무엇이냐고 묻자 마누라랑 토끼같은 자식들 든든하게 지켜줄겁니다라는 장면은 산업화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의 모습이며, 자식들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영화의 엔딩 자막이 올라가도 바로 일어날 수가 없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했다. 치매에 걸린 노부부 역을 너무도 실감나게 연기한 이순재 씨와 정영숙 씨에게 박수를 보낸다. 특히 노부부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 진선규와 박보경은 실제 부부여서 더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관객들에게 영화를 본 소감을 취재했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온 남성 A(68)치매를 통해서 가족간의 사랑과 갈등을 보여준 현실을 반영한 영화다. 영화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리고 대구 수성구에서 친구들과 온 여성 B(72)자식들을 위해 힘들게 살아왔지만 자식들이 부모 마음을 몰라주고 생일날 케이크 하나 사준 적이 있냐고 항변하는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우리들이야 그렇게 살아왔지만 요즘 며느리들은 우리처럼 살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4월의 가족영화로 강추!

<영화 속 명대사>

치매에 걸린 것을 안 조남봉이 하나보단 둘이 낫지, 심심하지도 않고

치매 걸린 이매자의 에잇틴” “올 것이 왔다 싶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