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밀도(강민구 著)
인생의 밀도(강민구 著)
  • 김수남 기자
  • 승인 2019.04.09 10:4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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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이 바라본 IT세상과 우리의 미래 ...인생을 부피가 아닌 밀도있게 사는 법

'나는 하루를 스마트폰의 리부팅으로 시작한다'

'나는 구글보이스와 에버노트를 쓴다'

'에버노트를 쓰지 않는 사람은 원시인, 쓰는 사람은 현대인'이라고 저자는 첫 장에 적고 있다

이 책은 2017년 1월, 저자 강민구 판사가 부산지방법원을 떠나며 진행한 고별강연의 내용을 담은 책이다. 그는 법조인으로서, IT전문가로서 그리고 수차례 격변을 경험한 시민으로서 60여 년의 세월과 경험을 기록하고 있다. 호기심과 상상력이 유별난 저자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처럼 남이 '가지 않은 길' 을 즐겼다.

미래의 갈림길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앞으로의 사회는 IT감수성이 뛰어난 사람과 협업하고 경쟁해야 한다. 또한 가까운 미래는 사람들이 필요한 모든 물품을 소유하지 않고 '구독'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도 예측한 바가 있으며 생소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밀도를 결정하는 틀을 만들기 위해 생각의 근육을 단련할 것을 주문한다. IT감수성과 적자생존의 주체인 '생각근육'을 키우기 위한 첫 단추로는 독서를 강조하며 꾸준한 글쓰기, 단순한 생활, 고수를 만나라고 권한다. 고수는 전 생을 걸쳐 치열하게 사유한 글로 정리된 바로 고전을 통해서다. 책만으로도 세상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변화의 길목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으로는 기록의 중요성인 적자생존을 꼽는다. 또 나눔으로써 선을 쌓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을 여러 번 강조한다. 타인은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괴롭히는 두 마리의 나쁜 개는 편견과 선입견이다. 여기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백문이 불여일견'을 키우는 것으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기회가 닿을 때마다 IT 감수성과 생각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아날로그가 먼저다' 라고 했듯이 디지털의 효율성을 잘 살리기 위해선 아날로그로 쌓은 내공이 중요하다는 점과 사람의 아날로그 관계망은 150명이 적정 한도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수많은 변화와 결단을 강요하는 길목에 놓였을 때 취할 수 있는 어른스러운 태도로 미리 포기하지 않을 것을 당부한다. 멀리 내다보고 오랜시간 내공을 축적해 힘을 떨칠 때 에는 '우회축적'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자신을 가꾸고 발전시키며 책과 강연, 심지어 유투브까지 직접 운영하는 등 새로운 시대에 뒤쳐지지 말고 변화와 함께 동참해 나가자는 메세지를 계속해서 던져주고 있다. 바보판사라는 별명을 좋아한다는 인간적인 진솔함과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남는다' 라는 뜻의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을 좌우명으로 가지고 있을 만큼 타인을 위해 고민하고 애쓴 흔적이 인상적이다.

2001년 대구지법시절, 가족 간의 감정 법정싸움 때 조정에 앞서 양측 앞에 두고 부모의 은혜를 노래한 회심곡을 틀어준 대목에서 절묘한 감동을 느꼈다. 뜬금없는 음악 한곡으로 어머니와 자식이 눈물을 흘리고 감정의 골이 금세 메워진 한국법정에선 의외의 재판과 예술의 접목인 것이다. '예술은 흐느끼는 인간을 안아 준다' 는 여운과 선진국 법정처럼 예술과 법이 융화되길 바라고 저마다의 사연속에 만신창이가 된 마음을 따뜻한 차 한 잔, 음악 한 곡조로 어루만져 주며 우리가 생각하는 법정의 여러 모습, 편견과 선입견을 새로 일깨워 준다.

다시 삼십년, 우린 어떻게 불려야할까? 은퇴 이후의 삶은 인생에서 덤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고 4차산업혁명 같은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급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된다. 이제 새로운 명함을 하나 둘씩 채워 나가자. 지금부터는 스스로의 이름이 따르는 대로 살아가는 삶을 준비해보자며 당부를 하고 있다.

현재 서울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인 저자는 누구보다도 스마트한 삶을 갈망했다. IT세상과 앞으로 닥칠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날카롭게 썼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판사로서의 책임감과 법정에서 느껴지는 중압감, 감성이 있는 법정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담겨 있다.

이 책은 사유하는 힘을 통해 더 높아지는 인생의 밀도에 관한 글이다. 또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인생의 자세에 관한 권유이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삶의 태도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생의 밀도란 간절한 공부와 치열한 성찰로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한 단단함이다.

우리는 누구나 진화하고 싶고 영향력이 큰 삶으로 살고 싶어 한다. 그러면 스스로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 방법은 그 밀도를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달려있다. 새로운 내일이 진부하지 않게 또 선물이 되게 스마트 폰을 껐다가 다시 켜면서 스스로를 재정립하는 자신이 되자.

'날마다 비우고 단단하게 채우는 새로 고침의 힘' 이란 이 책의 부제처럼 밀도 있는 삶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