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죽음을 준비하자
(10) 죽음을 준비하자
  • 김영조 기자
  • 승인 2019.05.02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죽음에 대한 준비와 교육이 필요하다

죽음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는 모른다. 갑자기 올 수도 있고 서서히 올 수도 있다. 아무런 고통을 주지 않고 올 수도 있고 많은 고통을 안겨 주면서 올 수도 있다. 원인과 이유를 알 수 있는 죽음도 있고 모르는 죽음도 있다.

죽음이 찾아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죽음은 남의 일이고, 아주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막상 죽음이 찾아왔을 때 난감하거나 당황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죽음은 그 자체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며, 죽음의 준비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죽음의 준비와 교육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재산관계이다.

 

자신의 재산관계를 확실히 기록하여야 한다.

부동산의 경우에는 부동산의 종류와 수량, 규모(크기), 주소, 소유자 등을 명기한다.

<예시>

종 류

수 량

규 모

주 소

소유자

임야

1필지

500

경북 번지

××

전답

1필지

200

경북 번지

××

주택

1

35

대구시 번지

××

오피스텔

1

15

대구시 번지

××

기 타

부동산 임대차 계약, 제한물권 설정 등이 있는 경우 해당 내용

 

동산의 경우에는 종류별로 나누어 기록한다.

현금 : 금액, 보관 장소

예금 : 거래 금융기관 및 계좌 번호, 예금 종류, 금액, 통장

주식 : 거래 증권회사 및 증권 번호, 소유 주식 종류 및 주식 수, 증권

보험 : 가입 보험 종류, 보험회사 및 증권 번호, 금액, 보험 증권

연금 : 가입 연금 종류, 연금기관 및 증권 번호, 금액, 연금 증권

기타 : 자동차, 귀금속, 중요 서류 기타 중요한 물품에 관한 내용

 

채권·채무관계도 중요하니 명확히 한다.

받을

채권

채무자 인적 사항(이름, 주소, 연락처 등), 금액, 채권 내용(언제, 어떤 사유로 채권 발생), 증빙자료(계약서, 차용증, 각서, 증인 등) 및 보관 장소

갚을

채무

채권자 인적 사항(이름, 주소, 연락처 등), 금액, 채무 내용(언제, 어떤 사유로 채무 발생)

보증

관계

주 채무자 인적사항, 보증 금액, 보증 내용, 보증 기한, 증빙자료

 

둘째, 상속 및 유언에 관한 내용이다.

 

재산의 상속에 관하여 특별한 사항이 없으면 법정상속으로 배분된다. 예컨대 상속인으로 배우자, 아들 하나, 딸 하나(결혼 여부는 관계없음) 있다면 법정상속은 배우자, 아들, 딸이 각각 3 : 2 : 2로 배분된다. 그러나 이와 달리하고 싶은 특별한 의사가 있으면 미리 정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즉 아들에게 더 많이 주고 싶으면 미리 유언으로 의사표시를 해둔다. 이를 유증(遺贈)이라고 한다. 다만 아들에게 전부를 줄 수는 없다. 유류분(遺留分)이라는 제도 때문이다. 배우자와 딸에게도 최소한 일정분의 유류분이 인정된다.

재산 및 재산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도 유언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유언자의 진의(眞意)를 명확히 하고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민법에서는 일정한 방식에 의한 유언만 인정하고 있다.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의 다섯 가지이다. ‘유언서’(속칭 유언장으로 부름)를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소한 사항을 기재하지 않아 유언서 전체가 무효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언서를 죽기 직전에 쓰는 것 혹은 돈이 많은 사람들만 쓰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일반인들은 유언서를 작성하는 일이 드물다. 이 때문에 가족끼리 법정분쟁을 벌이고 집안싸움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유언서를 써두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해외여행이나 위험한 일에 관련된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유언서는 본인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고 이에 대비하는 효과도 생긴다.

셋째, 장례에 관한 내용이다.

 

장례 방법으로 매장, 화장, 자연장(수목장 등), 납골장 등 어떤 것을 희망하는지 미리 밝혀둔다. 안장(安葬) 장소까지 정해두어야 한다. 미리 준비된 장소가 있으면 가족에게 이를 알려주어야 한다. 상조화사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이를 가족들에게 상세히 미리 밝혀 두어야 한다.

20세기 초 한국의 장례 위키백과

묘비를 세울 경우를 대비하여 묘비명(墓碑銘)을 정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너무 거창하거나 너무 초라하지 않을 정도가 좋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평소에 정해두면 더 좋을 것이다.

묘비 위키백과

프랑스의 드골(De Gaulle) 전 대통령은 이러한 유언을 했다.

내가 죽으면 가족장으로 하라, 그리고 나의 어린 딸이 묻혀있는 고향의 묘지에 묻어 달라.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그리고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들은 조문을 오지 마라. 다만 나와 함께 전선에서 싸웠던 전우들의 참석을 허락하라. 팡파레나 장송곡은 울리지 마라. 묘비명도 샤롤르 드골(1890~1970)’이라고 간단하게 기록하라.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마라

드골 대통령 위키백과

 

넷째, 의료에 관한 내용이다.

 

병원에 입원하게 될 경우 병원을 선택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만약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연명치료를 계속할지에 대해서도 밝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를 희망한다면 이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는 것이다. 미리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94개 기관, 290개소)에 가서 한다.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작성·등록할 수 있다. 등록기관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직접 작성하여야 한다. 작성한 후 언제든지 이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연명의료계획서이다. 말기환자 등의 요청에 따라 담당의사가 작성한다. 작성하기 전에 환자에게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설명하고, 환자로부터 내용을 이해하였음을 확인받아야 한다. 환자가 미성년자인 때에는 환자 및 그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의료기관의 장은 작성된 연명의료계획서를 등록보관하여야 한다. 환자는 연명의료계획서의 변경 또는 철회를 언제든지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뇌사상태에 이르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장기기증을 할 수도 있다. 뇌사상태의 환자 중에서 뇌사판정위원회의 판정을 받은 사람만이 가능하다.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경우 전국에 있는 장기이식등록기관에 본인이 직접 등록신청을 하여야 한다. 장기기증자가 살아있는 자가 아니라 뇌사자 또는 사망한 자인 경우에는 그 가족이나 유족 중에서 1인이 대신하여 신청할 수 있다.

 

넷째, 사회관계에 대한 내용이다.

 

평소 사회생활 관계 중에서 정리해야 할 사항은 미미 정리하거나 가족에게 요청해야 한다. 어떤 조직의 직책을 맡았을 경우 직책, 관련 서류, 금전관계 등을 정리해야 한다. 본인이 이들 서류나 금전을 보관하고 있을 경우 전달받을 사람의 인적사항을 기록하거나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부고 상황이 벌어지면 연락해야 할 사람의 인적사항도 미리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특정인에게 특별히 전달할 사항이 있으면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고맙다는 인사의 말, 부탁의 말, 사과의 말 등이다.

 

다섯째,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것이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인정하고 생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을 실천해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흔히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작성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이다. 이 말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버킷(bucket)은 양동이를 말한다.

첫째, Kick the Bucket(양동이를 걷어차다)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다. 중세시대에 자살하거나 죄인을 교수형에 처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발밑의 양동이를 차 버렸다는 것이다.

둘째, 중세 후기 영국의 장례 문화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다. 망자의 발 근처에 성수(holy water)를 양동이에 담아 두었다가 조문객들이 성수를 뿌리면서 위로했다는 것이다.

2007년 개봉된 영화 버킷 리스트가 있다. 가난하지만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정비사 카터와 자수성가한 백만장자 사업가 잭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말기 환자로 우연히 같은 병원의 병실을 쓰게 된다. 이들은 의기투합하여 하고 싶은 일들을 버킷 리스트로고 적어 실천한다.

버킷 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다음의 방법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해외여행의 예). 이른바 ‘SMART’ 버킷 리스트이다. 그리고 중간 점검과 완료 후 평가가 있어야 하겠다.

① Specific(구체적일 것)

나라, 도시, 기간, 동반자 수 등 구체화

Measurable(측정 가능할 것)

비용, 소요시간 등 수치로 표시

③ Act-oriented(행동지향적일 것)

생각으로 그치지 말고 실천할 것

Realistic(현실적일 것)

방학, 휴가기간 등 실천 가능할 것

Time-limited(시간 제한이 있을 것)

시작 및 완료 기한 정할 것

 

이밖에 자서전을 준비하거나 생전 장례식, 임종 및 임관 체험을 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날을 회고하거나 성인들의 명언을 음미하거나 조용히 명상에 잠기는 것도 편안한 죽음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죽음에 임하여 쓴 미국 시인 윌리엄 켈렌 브라인트의 시이다.

그대 한밤에 채찍 맞으며

감방으로 끌려가는

채석장의 노예처럼 가지 말고,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떳떳하게 위로 받고

무덤 향해 가거라.

침상에 담요 들어 몸에 감으며

달콤한 꿈나라로 가려고 눕는

그런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