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 보고 가려 말하는 지혜와 용기가 무엇보다 중요
말에는 좋은 말과 나쁜 말이 있다. 즉 할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이 있다는 것이다. 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모든 분쟁은 사소한 말 한마디로 시작된다. 말을 잘못하면 세치 혀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말(言)과 관련된 옛 속담 몇 가지를 살펴보자. 내말은 남이 하고 남의 말은 내가 한다 /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라 /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이러한 속담은 모두 말은 하되 가려서 하라는 뜻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온갖 말들이 난무하면서 구설수에 오르곤 한다. 검증되고 다듬어진 말보다는 흉폭한 언사를 동반한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소위 막말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경쟁하듯 자고 나면 막말이 인터넷과 신문뉴스를 도배하듯 쏟아지고 있다.
말은 자신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말을 할때는 매우 신중해야 하고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
요즘 하루를 멀다하고 막말과 욕설, 거짓말을 경쟁하듯 쏟아내는 정치권을 보노라면 어떤 분노감 같은 것을 느낀다. 정치인들의 말과 품위는 지성인과는 한참 멀어 보인다.
그리고 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들은 우리사회를 끝없는 갈등과 분열의 길로 이끌고 있다. 말을 하기에 앞서 정제된 언어가 아닌 어떻게 하면 관심을 끌어 볼 수 있을까 하는 영웅 심리에 빠진듯 갈수록 언어표현이 과격해지고 있다. 덩달아 이를 보는 국민들의 언어도 점점 사나워지고 있다.
심판받지 않는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요즘 말을 함부로 하지말라는 말과 관련된 말무덤이 경북 예천에 있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무덤은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말(言)의 무덤(塚) 이다.
'의구총(義狗塚)'과 '의우총(義牛塚)은 들어보았지만 말(言)무덤이 있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전세계를 통틀어 하나뿐인 말무덤(言塚)이다.
말(言)무덤은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156-1번지에 있다. 말(言)무덤에는 다음이 같은 전설이 전해져 온다. ‘지금으로부터 약 500여 년전 대죽리 마을에는 여러 성씨들이 모여 살았는데 문중들 끼리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자꾸 큰 싸움으로 번지며 말썽이 잦자 마을 어른들은 그 원인과 처방을 찾기에 몰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을 찾은 나그네가 마을 뒷산의 모양을 보고 “좌청룡은 곧게 뻗어 개의 아래턱 모습이고, 우백호는 구부러져 길게 뻗어 위턱의 형세이어서 개가 짖어대는 모양이라 마을이 시끄럽다”고 하며 예방책을 일러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나그네가 말한데로 개 주둥이의 송곳니쯤 되는 마을 입구 논 가운데에 날카로운 바위 세 개를 세우고, 개의 앞니쯤 되는 마을길 입구에는 바위 두 개로 개가 짖지 못하도록 재갈바위를 세웠다.
또 싸움의 발단이 된 말썽 많은 말(言)들을 사발에 담아 주둥개산에 묻어 말무덤(言塚)을 만들었다. 대죽리 마을은 흉흉한 일이 있을 때마다 여러 문중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이웃사람을 비난하는 말(言)을 한데 모아 구덩이에 파묻는 형식의 장례를 치렀다.
그 뒤부터는 신기하게도 다툼질과 언쟁이 없어지고 평온해져 지금까지 화목하게 잘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점점 말(言)을 믿지 못하는 불신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언어에도 품위가 있다. 표독스러운 말로 상대를 공격하고, 모욕적이며 거짓과 과장으로 점철된 충동적인 막말은 분노와 원망, 갈등과 대결을 불러온다.
내가 듣고 말하는 것들이 과연 진실한가, 따져 보고 가려 말하는 지혜와 용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예천의 말(言)무덤은 깨닫게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