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필] 밥은 먹고 삽니까?
[기자수필] 밥은 먹고 삽니까?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3.06.0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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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비싸다고 하는 표현을 어떤 사람은 돈 값어치 떨어졌다고 말한다. 몇 만원을 쥐고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재료를 준비하는데, 그나마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는 로칼 푸드점 에서도 서너 가지를 마음 편히 살 수 없다고 푸념한다.

성인 약지 크기의 청양고추 10개가 2천980원이다(6/7일 **마트). 서민 음식의 대명사인 라면 한 그릇이 분식점에서 5천 원이다. 간편식의 대표 식품이라 할 수 있는 김밥도 한 줄에 3천500원으로 인상된 지가 꽤 오래되었다. 성인 엄지 굵기의 꼬마김밥이 하나에 700원 하는데 기본이 다섯 개나 여섯 개를 사야 한다. 웬만한 중국음식점에서 짜장면 한 그릇에 8천 원, 짬뽕은 1만 원이 기본이다. 한더위 대표 음식인 냉면은 이미 만 원을 넘는 가격이고 빙설 한 그릇에 2만 원에도 먹기가 쉽지 않다.

이쯤에서 ‘밥은 먹고 사는가?’라는 인사말을 되새겨 본다. 사는 집, 입을 옷, 먹고사는 문제를 흔히들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요소라고 하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의식주다.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에서 지갑 사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만의 인식이고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먹는 문제에 대한 소확행 철학이다.

가끔 ‘먹는 행복’이라는 표현을 하곤 하는데 생리적 현상의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영양섭취는 차치하고 ‘먹는 행복’을 경제 사정의 원인으로 누릴 수 없는 형편이라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먹는 것’ 에 대한 나의 소확행 철학은 어떤 장소에서건, 누구와 같이하던, 먹고 싶은 음식을 지갑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먹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을 때 ‘밥은 먹고 산다’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매 끼니를 임금님 밥상처럼 먹을 수는 없을 뿐 아니라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극소수 외에는 굶주림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을 사정에 와 있다고 본다.

‘먹는 행복'을 누릴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은 행복지수를 내리는 요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은 물가이고 특히 식재료의 가격이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최종 소비자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거창하게 생각을 돌려보면 농촌 사정 ,지구 환경, 전쟁, 질병 등의 모든 사정 들이 반영되겠지만 생물학적으로 영양의 과잉공급이 아니고, 가능하면 모든 사람이 매우 정상적인 끼니의 섭취에서도 지갑 걱정하지 않고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