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사회적 대화는 계속 하기를
한국노총, 사회적 대화는 계속 하기를
  • 김종기 기자
  • 승인 2023.06.0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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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이 노동자가 되는 것을 원하는 부모는 없다. 의사, 판검사, 교수, 공무원, 대기업 직원이 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는 공사 현장이나 길거리에서 막일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자기 신체로 일을 하고 보수를 받아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은 모두 노동자란 것을 모른다. 선생님이나 교수도 노동자인 것을 모른다. 노조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른다.

국민 대부분은 노조는 나와 관련이 없는 단체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물론이고 나와 깊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직장에서 알게 모르게 노조의 덕을 보면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보수가 오르고, 휴게실이 생기고, 출근 시간 보다 일찍 나와서 체조시키는 일을 금하는 등 나아진 작업 환경 여러 곳에 노조의 손길이 닿아 있는 것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노조가 어떻게 되던 아무 관심이 없다. 그저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필요악이라 생각한다. 커다란 현수막에 깃발을 날리며 삭발한 머리에 붉은 띠 두르고, 집회나 시위만 하는 단체라 생각한다. 노조의 파업에 욕을 퍼부어 댄다.

화물노동자, 건설노동자들의 파업과 집회 시위도 노동자들의 절박함은 보지 않은 채 오로지 나의 불편함만 생각한다.

갑질과 산업재해, 부당해고 등을 직접 당한 사람이 노조를 통해 보상이나 구제를 받기 전에는 노조의 존재 의의를 절실하게 실감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언론은 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불우이웃을 돕는 행사나 재능 기부 등을 통한 사회적 활동에 대한 보도는 잘 하지 않는다. 나라 경제가 어렵고, 물가는 다락같이 오르는데 회사가 망하거나 말거나 임금인상 시위나 파업하고,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자식에게 취업 기회를 주는 단체협약을 했다는 사실은 크게 보도한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21년도 기준으로 14.5%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노동자의 급여나 복지가 좋은 규모가 큰 사업장 위주로 조직되어 있다. 소규모 사업장이나 중소기업은 노조 자체가 없다.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은 급여도 올려주면 받고 동결해도 한마디 항의도 못 한다. 법으로 보장된 연차나 휴가도 눈치를 봐야 하고 그나마 다 사용하지 못한다. 법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권리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진정한 노동 개혁은 14.5%에 머무는 노조 조직률을 확대하는 것이다. 영세사업장이나 중소기업에 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사용자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노조의 활성화를 통해 사용자와 소통함으로써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노동 생산성 확대를 도모하여 국가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노조도 투명한 회계 질서를 확립하고 무분별한 집회나 시위를 자제해야 한다. 오로지 조합원의 복지와 근무 환경개선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한국노총이 7일 긴급 소집한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경찰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며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유혈 진압한 데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까지 참여를 중단한다면 정부와 사회적 대화는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노동 개혁은 물론이고 최저임금 결정 등 산적한 노동 현안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인 국민에게 돌아온다. 항상 대화와 타협을 중시해 온 한국노총마저 대화를 중단하게 된 현실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리 모두가 다음 글을 마음으로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에 제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한다면 저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겁니다. 누군가 든든하게 제 뒤를 맡아주길 바란다면, 역시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입니다. 제가 여러 나라를 다녀보니, 노동조합이 없거나 금지된 나라가 많았는데 그런 나라들에서는 가혹한 노동 착취가 일어나고, 노동자들이 연일 계속되는 산업재해로 다치고 고통 받았지만, 제대로 보호조차 받지 못하였습니다. 바로 노동조합과 노동쟁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 2015년 9월 8일 미국 노동절 기념 연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