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 나의 인생] 퇴직 후 재취업....경비반장 이진화 씨
[나의 일, 나의 인생] 퇴직 후 재취업....경비반장 이진화 씨
  • 권오섭 기자
  • 승인 2023.06.02 1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늘 성실함과 친절 몸에 배어
주어진 일 안 피하는 책임감
힘들 땐 긍정적 생각 떠올려
경비원 유일 우수 직원 영예
성실함과 친절로 입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하는 경비반장 이진화 씨. 입주민들의 신임은 그런 그의 몸가짐과 행동에서 비롯되었다.
성실함과 친절로 입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하는 경비반장 이진화 씨. 입주민들의 신임은 그런 그의 몸가짐과 행동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도 새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자. 어렵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궂은일, 힘든 일, 신경 쓸 일이 좋은 일보다 많은 곳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은 밝은 모습으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경비원. 젊은 시절 생산직, 관리직, 자영업을 거쳐 60대 초반부터 경비원으로 제2직장을 선택, 올해로 12년째를 맞은 이진화(72·대구 북구 매천로 72) 경비반장. 그는 고희를 넘겨 경비원으로도 은퇴할 나이지만 긍정적 마인드와 책임감, 솔선수범으로 주민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올해부터는 경비반장의 중책도 맡고 있다.

◆ 지속적 일자리 찾아 아파트 경비원으로

부지런함이 타고난 이 씨는 생산직과 관리직을 거쳐 직장을 은퇴했다. 은퇴 후에도 쉬지 않고 일당을 받는 용역도 다녀봤지만, 기왕이면 급여는 적어도 꾸준히 나갈 수 있는 직장을 찾았다. 동네 지인의 소개로 낯설지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아파트 경비원’이란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24시간 교대 근무, 주변 청소, 교통정리, 분리수거 등 시차 적응과 혼자서 업무를 익히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경비원으로 직장은 괜찮은 조건이었지만, 4년 8개월 근무 후 65세 정년으로 퇴직하게 됐다. 하지만 이 씨의 성실함이 입주민들의 입을 타고 알려져 주변의 소개로 신규 아파트에서 근무하게 되어 지금까지 12년차다.

이 씨는 격일제 근무로 오전 6시 30분 업무 인수인계로 일과를 시작한다. 업무 일지 확인, 교통 정리, 아파트 내 순찰과 청소, 미화원 퇴근 후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통 교체와 확인, 주차단속 등 휴게시간을 제외하고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또한 이 씨는 동료들이 힘을 덜기 위해 경비반장임에도 경비원과 똑같이 일하고 점검까지 한다. 경비원일 때보다는 몇 배의 힘이 들지만, 주민들의 불편과 민원이 없도록 늘 최선을 다한다고.

이 씨는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어진 일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손해 보는 일도 있지만 다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며 주어진 업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마무리하고 퇴근하는 책임감이 강하다.

이 씨의 성실한 근무태도를 인정받아 근무지에서 우수 직원 포상과 올해 2월 동우씨엠(주) 창립 24주년 기념 유공 직원 포상에서 경비원 중 유일하게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원래 내성적 성격이었지만 노력해 지금은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는 이 씨.

동료와 함께 망중한을 즐기던 젊은 시절. 왼쪽이 이진화 씨.
동료와 함께 망중한을 즐기던 젊은 시절. 왼쪽이 이진화 씨.

◆ 혼자 고민 말고 동료들과 얘기하며 방법 찾아야

이 씨는 처음 경비원을 시작하는 동료들에게 조언한다. 교육받고 의욕을 갖고 힘들게 직장을 구했지만, 근무에 적응까지는 어려움이 많다. 지금까지 힘든 일을 해보지 않고 의욕만 가지고 이 일을 시작하지만, 격일제 근무 시스템에 따른 시차 적응의 어려움,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통 점검 등 해보지 않는 업무, 주민들의 민원 등으로 적응이 힘들어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이럴수록 우선 혼자 고민하고 힘들어하지 말고 동료들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며 방법을 찾아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이 씨도 처음 업무 적응까지 조언하는 사람이 없어 동료들 하는 일을 무작정 따라 하다 보니 요령이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쉬는 날에도 근무 날과 마찬가지로 심야 근무시간이 되면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다. 지금껏 어려움을 참고 지나온 시간이 가져다준 산물이라고.

이 씨는 “예전에는 속된 표현으로 출근할 때 간, 쓸개 다 빼놓고 갔다가, 퇴근할 때 다시 집어넣는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출근해 근무하면서 참을 인(忍)을 수백 번이 성낼 노(怒) 한 번에 끝난다”며 항상 조심하면서 성실히 근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할 때는 성실하게, 주민을 대할 때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미소와 친절이 필수라고.

이 씨는 평일보다는 특히 휴일과 명절 때 업무량이 많다. 파지 정리는 평일이나 주말 미화원 근무시간이 끝나면 경비원이 업무를 대신한다. 특히 명절에는 빈 박스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평소 보다 배 이상 힘이 든다고 한다. 이 씨는 아직 일부 주민이 족발, 자장면 등 먹고 남은 음식물을 음식물 쓰레기통이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분리 배출해야함에도 검은 비닐에 담아 분리수거함이나 종이 박스에 몰래 버리는 경우가 있어 정리하는데 고충이 따른다며 간곡히 분리수거 협조를 구했다.

이 씨는 경비반장으로써 성실함, 건강관리 못지않게 가족들도 각자의 업무에 충실하고 모범적이다. 배우자도 건강히 맞벌이를 하고, 두 아들도 경기도와 울산에서 결혼하여 화목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다.

“하루를 어떻게 하나? 일이 힘들고 어렵다하더라도 나의 일이 있는 것에 감사하고, 건강한 날까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며 이 씨는 오늘도 환하게 파이팅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