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 나의 인생] 40년간 鐵과 동행...‘포철 신화’ 이끈 주인공
[나의 일, 나의 인생] 40년간 鐵과 동행...‘포철 신화’ 이끈 주인공
  • 오주석 기자
  • 승인 2023.06.0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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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철 엔지니어 오주석 씨
글로벌 기업의 일원 자부심
퇴직 후 베트남·中 기술 전수
글쓴이 오주석 기자와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과의 만남.
글쓴이 오주석 기자와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과의 만남.

내 나이 예순아홉, 우리나라 경제의 심장이랄 수 있는 포스코(구 포항제철)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며 땀 흘렸던 40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정년퇴직을 한 지도 벌써 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포항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공부했으며 직장생활도 포항에서 했고 노후생활까지 포항에서 하는 중이니 나는‘못생긴 소나무가 선산을 지키는 성골TK요, 고향 까마귀’인 셈이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내 인생의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순간순간이 숙명처럼 내게 다가왔고 용케도 잘 적응했고 극복했던 것 같다.

1974년 봄, 학교를 마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 시기.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괜찮은 회사에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더구나 반듯한 대기업에, 그것도 병역미필자가 설 곳은 거의 없었다. 당시 경부고속도로와 함께 포항제철은 민족중흥의 대표적인 사업이었기에 포항제철을 바라보는 시선은 실로 엄청났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포항제철 신입사원 합격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받은 그날은 나도 날아갈 듯 기뻤지만, 부모님은 동네잔치를 벌였을 정도였다.

포항제철의 지난날을 회상할 때 적어도 창업 초기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면 남다른 감회를 금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굽이굽이 어려웠던 고비들이 많았지만 좌초하지 않고 용하게도 극복한‘포철신화’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었다.

모범근로자상을 받고 JC회장과 함께했다. 가운데 JC회장 왼쪽이 본인이다. 당시 포철의 황색 제복은 어디서나 환영받았다.
모범근로자상을 받고 JC회장과 함께했다. 가운데 JC회장 왼쪽이 본인이다. 당시 포철의 황색 제복은 어디서나 환영받았다.

포항제철은 일관제철소였기에 종합제철이라고 부르는데 일관제철이란 용선을 만드는 제선공정, 만들어진 용선을 정련하는 제강공정, 제강 쇳물로 최종제품을 생산하는 압연공정이 한꺼번에 있는 제철소를 말한다. 나는 입사하여 신입사원 시절엔 압연공정 중에서도 두꺼운 철판을 만드는 후판공장에서 압연을 담당하는 업무에 배치되어 기술을 연마하였다.

후판 제품은 주로 큰 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선용 철판과 교량, 건물의 건축용 철재 그리고 탱크, 장갑차 등 방산 장비를 만들 때 사용되는 외판재 등이 주된 생산품이었다.

후판공장에서 6년간 근무하고는 당시 국내외에 선재(강철선)의 수요가 많아지자, 포항제철에서도 선재공장의 건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선재공장을 건설하게 되었고 창설 요원으로 선발되면서 선재 분야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때는 경쟁상대가 국내가 아닌 일본과 유럽 등 철강 선진국의 선재 제품과 경쟁하면서 발전했는데 내가 선재와 평생을 같이 할 줄이야.

내가 근무할 당시의 포항제철은 직원 복리후생 제도가 국내기업 중 최상급이었다. 포항에서는 포항제철 직원들이 입는 황색 제복을 입고 있으면 맞선도 안 보고 딸을 줄 정도였고, 지역의 술집에 가도 상당한 대우와 함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외상 거래를 해줄 정도였다.

이런 명성을 십분 활용하여 참한 규수를 만나 결혼을 했고 국내 최고의 정주 여건을 자랑하는 회사 주택단지의 고층아파트에 입주하여 보금자리를 마련했으며, 아들과 딸을 낳고 반듯하게 성장시켜 사회로 내보내는 보람도 있었다.

뒤돌아보니 이제는 회사 사명이 ‘포스코’로 바뀐 글로벌 기업의 일원이었기에 혜택과 영광을 누릴 수가 있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퇴직 후 중국에서 기술 지도를 하는 모습.
퇴직 후 중국에서 기술 지도를 하는 모습.

포스코를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베트남의 VPS, 중국의 철강업체인 중천강철㈜과 제원강철㈜에서 기술 지도를 원한다며 초청하여 3년간 기술 자문역을 맡아 특수강 기술지도 및 민간외교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제 직장을 은퇴한 시니어로서 백세시대를 맞이한 현실에 슬기롭게 적응하느냐가 남은 인생의 관건이라고 생각되어 실버수산(실버들의 수요 산행)이라는 친목회를 결성하였다. 생각보다 호응이 좋아서 많은 지인이 가입했고 지금도 산행, 둘레길 걷기 그리고 마라톤과 악기연주, 파크골프를 주기적으로 즐기며 우정을 나누고 있다. 아마 이 모임이 생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리라 확신한다.

은퇴 이후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많은 재산 보다는 매월 지급되는 연금(국민연금, 개인연금, 공무원연금 등)이 매우 유효함을 몸소 느끼고 있다.

직장 은퇴 이후의 30~40년 세월은 우리가 받은 소중한 선물이다. 조금씩 준비만 한다면 즐거운 인생이 펼쳐지므로 전혀 두려워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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