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촌을 잇는' 내고장 순례 걷기모임
'도시와 농촌을 잇는' 내고장 순례 걷기모임
  • 한완수 기자
  • 승인 2023.05.1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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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순례 걷기모임(내순모)은 2014년 7월 처음 시작
마흔 한 번째 코스로 안동과학대학교에서 풍산장터까지
출발전 기념사진
안동과학대학교에서 출발전 기념사진. 한완수 기자

'내고장 순례 걷기모임'(내순모)은 안동을 사랑하는 뜻있는 시민들이 자신의 모태인 농촌과 하나 되려는 아름다운 몸짓입니다. 매 주말이면 수 십 대의 관광버스가 타지로 떠나가지만, '내순모'들의 발길은 자신을 낳고 키워준 고향의 들녘을 향합니다.

호젓한 시골길을 따라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한 들판을 바라보며 걷다가 어르신들만 남은 텅 빈 마을을 지날 때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한 달에 한 번, '내 고장을 사랑해야겠다!'는 순례자의 마음이 솟아나면 한여름 뙤약볕도 차가운 겨울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들녘에서 마주치는 농민들의 눈빛이 정겹습니다. 굽이굽이 펼쳐지는 시골 마을 전경은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자동차로 숱하게 지나쳤던 이 낭만적인 시골길을 내 발로 자근자근 걸어냈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출발 장면
출발 장면. 한완수 기자

2014년 7월에 처음 시작한 '내순모'는 5월 13일(토) 마흔한 번째 코스로 안동과학대학교에 모여 청석골(靑石谷)과 회곡(檜谷)리를 지나 낙동강을 끼고 수리 마을을 관통하여 풍산장터까지 12km를 걸어갑니다.

청회길을 걷노라면 여중군자 장계향 선생 묘소로 향하는 오솔길이 보이고, 갈매절(葛梅寺) 마을과 딱지골을 스쳐 지나니 회곡 삼거리가 나옵니다. 오래된 이쁜 예배당 회곡교회를 건네다 보며 마을 정취를 만끽하노라니, 탁 트인 산하의 신선한 공기가 스며들어 온몸을 정화시켜 주는 듯합니다. 

동네 할머니들이 자가용을 한대씩 밀고 나오시다가 "웬 사람들이 이리 마이 모였노?" 하시며 뚜릿뚜릿 살피십니다. 

재능기부자들의 즉석콘서트
재능기부자들의 즉석콘서트. 한완수 기자

재능기부자들의 즉석 콘서트를 감상하며, 컬컬한 막걸리 한 잔 들이켜니 고갯길을 넘느라 지친 나그네의 다리에 다시 힘이 들어갑니다.

좀 더 머무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구비치는 낙동강을 따라 아지랑이 틈새로 아스라이 떠오르는 강 건너 단호리를 바라보는데, 문득 몇 해 전 무섭게 타오르던 붉은 화마가 뇌리를 스쳐 아찔합니다.

아름다운 들길
아름다운 들길을 걷는 순례객들. 한완수 기자

용주암과 국신당, 수동교회를 지나며 정겹게 펼쳐지는 수곡리와 수리의 싱그러운 산야를 완상(玩賞)하노라니 어느덧 수1리 마을 회관입니다. 텅 빈 마을을 한탄하며 세월의 흔적을 어루만지던 어르신들 눈에 떼지어 나타난 순례객이 모처럼 만의 큰 구경거리인가 봅니다.

초록빛 들판을 가르는 구불구불한 시골길... 낭만을 만끽할 줄 아는 사람들만이 즐기던 천혜의 드라이브 코스... 느림의 미학에 흠뻑 젖어 언덕길을 넘어서니 경북북부건설사업소와 풍산119안전센터가 깃발을 휘날리며 나그네를 반깁니다.

풍산장터
풍산장터. 한완수 기자

이윽고 풍산읍내 입구에 다다르니 체화정(棣華亭)과 풍산장터 솟을대문이 순례객을 환영합니다. “얼른 오이소! 살 거리가 푸짐하니더” 풍산장터 솟을대문의 환영 인사말이 12km를 걸어온 나그네의 피로를 잊게 해 줍니다.

즐거운 식사시간
즐거운 식사시간. 한완수 기자

때마침 풍산 장날! 얼큰한 국밥 한 그릇 해치우고 시골 장터를 배회하노라니 금세 동심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신선한 채소 한 다발씩 사들고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으니,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이렇게 풍성할 수가 없습니다.